-
-
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박서련 작가의 소설집 < 나, 나, 마들렌 >
나, 나, 마들렌/ 박서련 소설집/ 한겨레출판
이번이 박서련 작가와 세 번째 만남이다. <체공녀 강주룡>은 강렬하게,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현실 판타지스럽게 다가왔던 그이기에 < 나, 나, 마들렌 >는 어떤 색채일까? 궁금했다.
이번 작품도 여성 인물들이 다채로운 서사를 펼쳐나간다. 박서련 작가에 의해 탄생한 독특하면서도 강인하고 단단함을 지닌 여성들은 평범한 듯싶으면서도 색다르고, 이상한 듯싶으면서도 설득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치열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묘하게 이끌리는, 다음이 궁금해지는 재간 넘치는 박서련풍 서사가 무려 일곱 편이나 담겨있는 < 나, 나, 마들렌 >이다.
<차례>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괴질로 멈춰버린 디스토피아 세상에서 경기도 연천으로 가는 여성이 나온다. 남편,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이 그려진다. 감염된 도시, 도로, 건물 속에서 손도끼 하나 들고 자신을 지키고 필요한 물품을 구해가며 전진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불을 지른다. 소독, 살균이라는 그의 말에서 세상을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읽는다.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행위일 것이다.
젤로의 변성기
배우는 연기를 하면 그 사람이 된다. 성우도 그럴까? [젤로의 변성기]는 20여 년 넘게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십 대 소년 젤로의 더빙을 해온 베테랑 성우의 사랑 이야기이다. 20여 년 일관되게 관리해온 목소리가 사랑의 감정에 의해 달라지게 되는 이야기. 자신이 맡은 배역에 동화되어 십 대 소년에 머무르는 오십 대 여성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연출해낸 박서련 작가의 표현력에 새삼 감탄했다.
한나와 클레어
도대체 왜 그럴까? 의문이 가시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말끔히 해소되었다. 그럴 수 있다. 단순한 설정으로 두 여인을 절묘하게 대비시켜 강렬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나라도 묘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세네갈식 부고
이 소설집에서 가장 유쾌하게 읽었고, 가장 마음에 드는 단편이다. 나의 대학교 동아리 활동이 생각나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드바의 사람 됨됨이가 인상적이었고, 드바와 나의 유대감이 부러워서였다.
"그 사람의 도서관이 불탔다. "
김수진의 경우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일은 항상 매혹적이다. 트랜스젠더의 인공 자궁 이식과 출산을 이렇게 선명하게 접하는 일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놀라움과 간절함을 담아 읽어나갔다. 김수진의 경우는 어떨지. 세상의 수많은 김수진 중 지금 만나는 김수진의 경우는 스펙터클 그 자체다.
나, 나, 마들렌
나는 박서련이다.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박서련 작가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이런 글을 쓴단 말인가.
모든 작품들의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시작보다 마무리가 기억에 남는 박서련 작가의< 나, 나, 마들렌 >이었다. 그래서 박서련 작가, 당신 같은 신에게 신작을 바란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