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7
설재인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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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트/ 설재인 저/ 다산북스

 


가제본은 블라인드 서평단 활동으로 받아본 책이라 작가를 알지 못했다. 두둥! 단장하고 찾아온 <딜리트>의 지은이는 바로 설재인 작가였다. 우리 집 큰 아이와 나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그이기에 반가웠다. 블라인드로 읽었을 때도 충격을 받았지만, 정식 출간본으로 다시 정독하니 무거운 돌을 짊어진 듯 몸과 마음이 축 처지고 고통스럽다.

 

설재인 작가가 외고 수학교사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큰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고민이 크고, 걱정되고, 두렵다. 진솔의 부모처럼, 해수의 부모처럼, 소설 속 수많은 어른처럼 '돈', '좋은 대학', '사회적 지위'에 사로잡혀 아이를 인격체가 아닌 도구나 가방으로 대하지 않을까? 그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을 텐데…… 그렇지만 진솔과 해수, 하나,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내 안에는 미희 할머니와 연림 이모의 이기는 기준이 자리 잡았다고 믿고 싶다. 이런 뼈를 깎는 고통을 토해낸 설재인 작가의 바람처럼 <딜리트>를 반면교사로 삼아 흔들릴 때마다 바로잡고 싶다.

 


<딜리트>

삶의 궤적은 다양할 텐데 왜 학생들의 목표는 대부분 비슷할까? 하나같이 위로 위로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자 열심이다. <딜리트> 세상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들과 부모들 그리고 어른들이 살고 있다. '돈', 물질만이 성공과 좋은 미래를 보장해 준다는 이나, '좋은 대학', 학벌과 인맥이 보장해 준다는 이들이 세상을 구분하여 안과 밖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그 가치를 위해 오늘을 기꺼이 희생하며 맹목적으로 따르는 학생들이다. 설마? 진짜? 이 정도로? 의문이 들다가도 수긍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 민낯을 생생하게 그려내었기에 아프더라도 두 눈 제대로 뜨고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의무가 분명 우리에게는 있다.

 

"비로소 행복한 느낌이야."

 




 

진솔과 해수는 절친이다..

해수는 자신을 엄마 아빠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얼른 커서 투자금을 더 벌어 와야만 하는 도구라고.

진솔은 엄마 아빠의 가방이라 생각한다. 명품 가방을 들고 싶은 부모가 장바구니에 불과한 자신에게 명품 라벨을 붙이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친 것이라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부모와는 달리,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둘은 가족이 맞다.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무리한 진학을 하게 되면서 모든 비극은 시작되었다.

 





같은 재단이 운영하지만 목적이 확연하게 다른 서원외고와 서원정보고.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다. 힘겨운 하루하루를 버티던 진솔과 해수는 두 학교를 연결하는 지하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사라진 이름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건 '먼 훗날'이란 말이

오늘 하루의 모멸감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었어."

 

 


어른들의 비뚤어진 강요와 억압 속에서 자신의 색을,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사그라든 이름들. 그리고 행동하지 않고 참으면 사라진 이름이 될 아이들이 뜻을 모았다. 더 이상 참고 버티기만 하지 않을 거라고.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세상에 대한 항거로 그들은 가장 낮은 곳으로 쿵, 쿵, 쿵, 쿵 함께 걸어갔다. 과연 그들이 일으킨 진동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눈물을 보이는 것만이 우는 게 아니야.

장비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일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돼. 그게 내 표정이니까.

그런 표정을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


아까 그 선생 같은 사람은 절대 몰라.

그래서 놓치는 게 뭔지도 모를 거야.

아마 평생 알지 못하겠지.

오히려 알지 못하는 걸 자랑으로 여길 거야."

 

 

좋은 어른, 믿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 하고픈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바로잡아야 할까? 미희 할머니와 연림 이모의 우려 - 세상은 언제나 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 -를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글 마지막에 그려진 진솔과 해수의 동행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미래는 모른다.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부딪혀 보는 거다. 두 아이의 새 출발에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저희는 서로가 보호자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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