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 엉켜버린 마음을 마법처럼 풀어주는 영화치료의 모든 것
김은지 지음, 소우 그림 / 마음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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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영화치료 상담실입니다."

 

 

 

영화와 상담심리가 만나다/ 김은지 저/ 마음책방


 


현대인들 대부분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지쳐있다.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일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예전처럼 가족, 마을 등 공동체가 한 가지 역할을 한 사람이 오롯이 책임지지 않고 유연한 관계와 소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예전보다 마음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상담'을 통해 문제를,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몸이 지치고 아픈 이에게 치료가 필요하듯 마음이 지친 이도 마땅히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머릿속에서만 당위성을 지니고, 행동으로, 실천으로 나아가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힘겹게 도움을 청하는 이의 손길을 잡아주는 치료가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약점, 치부, 상처를 고스란히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이니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나 또한 그렇다. 그 두려움과 거부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된 영화치료 상담은 조금은 결이 다르게 다가왔다.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결 편안한 접근이 가능한 것 같다.

 

영화를 이용한 상담치료의 세계가 궁금한 우리에게 김은지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친절하게 펼쳐 보여준다. 국내 영화치료의 선구자로서 생생한 사례 중심으로 상담 노하우를 정리해 주었다. 이는 후배 상담자들을 위한 배려에 머무르지 않고 제각각 크고 작든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건넨다.

 

 

 

 

상담자로서 예술치료의 한 영역인 '영화치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효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에 공명했다. '영화'를 매개로 한 개인의 상처를 안에서 밖으로 드러내어 그 안에 엉켜있는 감정, 관계들을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통찰의 시간을 함께 걷는다. 적절한 방향으로 인도할 적절한 질문을 적절한 타이밍에 건네는 상담자의 능력은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

 

 

 

 

물은 99도까지는 끓지 않는다. 상담자는 1도에서 99도까지 가는 긴 변화의 과정을 내담자와 함께 버티며 곧 끓어오를 물을, 내담자를 기다려야 한다. 상담이 지난한 여정이 필요한 것임을 새삼 느꼈다.

 

유희로 즐기는 영화로 치료를 한다는 발상부터 신선하다. 김은지 저자는 일반적인 오락적 관점으로 보는 영화 시청과 치유적 관점으로 보는 영화 시청의 차이로 문을 연다. 자신의 경험담(친구와의 대화와 상담 사례)을 통해 일반인들이 차이를 분명하게 인지하도록 돕는다.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 배우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오락적 관점의 영화 시청은 재미가 최종 목적이다. 오락적 관점에서는 무의식적·정서적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에 동일시되어 몰입한다.

 

치유적 관점에서는 영화 속 등장인물에 집중한다고 한다. 등장인물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것이다. 그렇기에 치유적 관점에서는 결말보다는 등장인물의 관계 역동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가가 중요하다.

 

오락적 관점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인 배우에게 집중하며 본 것과 달리 치유적 관점에서는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계속 분석하며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새로운 통찰로 이끈다.

 

 

이 책은 생생한 상담사례를 통해 많은 상담 기법과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치료를 처음 접하는 문외한인 나도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었다. 전문용어가 등장하지만 익숙한 영화와 드라마가 다수라 부담감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후배 상담자들에게 실질적인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목적인지라 하나의 상담 사례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상담 기법과 방법을 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상담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 그리고 기술을 전달하고자 고민한 흔적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스스로를 돕기 위해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상에서 영화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통찰해 본다면 자기 조력적 영화치료라는 것이다.

 

영화치료의 지시적·연상적·정화적 접근을 살펴보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 결국에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의 시간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함께 하였다.

 


 

 

 

영화치료뿐 아니라 상담 심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덕분에 상담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시선을 갖게 되었다. 화제의 영화 <기생충>의 기택을 내담자로 설정해 구성한 가상 상담 축어록과 영화 치료 10문 10답은 이 책의 핵심을 압축하여 담고 있다. 영화의 보편성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치료의 세계를 접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찬찬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나는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인물이 기억에 남는지?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나 스스로 상담자가 되어 질문하고 내담자가 되어 답하다 보면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결 유연한 시선으로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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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상상초과
김영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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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해지면,

나와 연결된 데칼코마니가 불행해진다!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 김영서 장편소설/ 고즈넉이엔티

 

 


나만 이렇게 힘든가?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 나는 지금 다 그만두고 싶은데 저 사람들은 왜 행복하지? 웃고 있지?

살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에 빠지는 날이 있다. 세상 모든 불행과 악운을 내가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에 짓눌리는 날이. 하지만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처럼 진실은 모르는 일이다. 이 행복과 불행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을 담은 청소년 소설 <행복한 데칼과 불행한 코마니>를 접했다.

 

 

이 소설은 데칼코마니가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취하고 있다. '좌우의 균형'이라는 시미트리 시스템이 작동되는 이 세상은 세상의 행복과 불행을 똑같은 양으로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태어날 때부터 두 사람씩 무작위로 짝을 지어서 행복과 불행을 주고받게 한다.

 

 

주인공 정물처럼 미술 기법으로 알고 있는 데칼코마니가 이런 의미로 사용되다니 묘했다. 대칭인데 서로의 행복과 불행을 +-해서 균형을 이루는 존재들로 불리다니 참신했다. 세상의 균형은 중요하지만 행복과 불행마저 균형을 이뤄야 한다니 씁쓸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정물은 부모님의 이혼 문제로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설을 쓰겠다는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이혼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 앞에 관리자 카일이 나타난다. 카일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제안을 한다. 시미트리 시스템과 데칼코마니에 대한 이야기는 정물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릴 때부터 들었던 요정이 그려진 동전 소리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데칼코마니는 서로 만나서는 안된다는 카일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정물은 데칼코마니 미화를 만나서 자신을 위해 불행해지기를 부탁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미화는 자신이 불행해지는 거 대신 카일의 제안을 같이 해주겠다고 하는데……

 

 

 


 

 

 

다들 자신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 정물도, 미화도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카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행한 다른 친구들을 돕다 보니 조금씩 불행과 행복 그리고 시미트리 시스템, 데칼코마니에 대한 생각들이 깊어져 갔다. 그리고 자신들의 도움으로 불행하지 않은 친구들과 주변을 보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깨닫게 된다.

 

 

행복한 일이 생겨도 행복할 수가 없겠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는 없어.

 

 

 

부모님의 이혼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는 정물,

부모님 가게가 잘 되어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온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옛날이 더 행복하다는 미화,

정물의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긍정적이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승현,

큰 몸집 때문에 오해를 받는 따뜻하고 바른 마음씨의 성철.

정말 다양한 십 대들이 등장하는데 저마다의 사연이 현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야기를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주제의식 또한 십 대에 한정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고민하고 돌아봐야 할 내용이다.

 

 

자본 경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행복, 불행의 감정적인 영역까지 '돈'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마다 돈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돈은 살아가는 데 필수조건이다. 이 소설에서도 가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십대가 나온다. 이 죽음이 트리거가 되었다.

 

 

 

 

 

 

행복과 불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작동하는 시미트리 시스템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존재는 인간의 영역 밖인데도 인간의 욕망에 반응하여 움직였다. 이로 인해 시작된 균형 속 불균형은 비극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카일과 그에 동조하는 관리자들 그리고 조력자들은 힘겨운 싸움을 한다. 조금씩, 느리지만 꾸준하게 이 세상은 변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울컥했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생각되는 절망에서도 끝이 아닌 내일을 보고 일어서는 이들이 있어 지금껏 세상은 지탱되는 게 아닌가.

자신의 행복만이 아닌 우리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설 속 결말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불행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행복 주머니와 불행 주머니를 차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생각으로 불행 주머니를 굳게 매듭지을 수 있고, 행복 주머니를 굳게 매듭지을 수도 있다. 또 정물처럼 행복 동전인지 불행 동전인지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눈을 들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정물이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삶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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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의 비밀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6
유행두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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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바르게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이웃나라 일본과의 청산되지 못한 아픈 과거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죠. 그 참혹했던 현실을 증언하실 수 있는 분들이 점점 사라져 가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적 비극이 또 있었어요. 광복절 즈음에 출간된 유행두 작가님의 <반짇고리의 비밀> 책에 그 슬픈 역사가 녹아 있어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 무척 원통해하며 읽었답니다.

 


반짇고리의 비밀/ 유행두 지음/ 어수현 그림/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6/ 고래책빵


 


<반짇고리의 비밀> 은 이홍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치매를 앓고 계시는 홍이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상들이 숨겨놓았다는 유물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세요.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이곳저곳 찾아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죠.

손자 강산이가 할아버지 집에 놀러와서 동네 친구들인 송이와 준석이랑 같이 놀 때 동네에 오래된 가마터와 알려지지 않은 보물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죠. 홍이 할아버지 말씀과 비슷한 내용인 이 이야기가 정말일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 때 놀다 찢어진 준석이 바지를 수선해주러 할머니가 반짇고리를 가지고 나오시죠. 그런데 그 반짇고리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어요. 정말 우리 조상의 지혜와 기지, 끈기를 알 수 있는 놀라운 발견이네요. 한지를 꼬아 만든 반짇고리를 펼치자 지도가 나왔어요.

 

 

맞아. 맞아! 저거. 저기 보물 있는 곳!


 

 

드디어 가슴에 묻어놨던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일제강점기 해방이 얼마 남지 않은 즈음에 일본은 더 극악무도하게 굴었죠. 놋그릇에 숟가락까지 빼앗아갔고, 젊은이들은 전쟁에 징용에 끌고 가려고 온갖 구실을 대었으니까요.

 

해방을 위해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힘쓴 일, 오랜 세월 가마터와 보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일 등 나라잃은 식민지 백성으로서 감당하기 버겨운 험난한 길을 걸어온 홍이네 할아버지네 가족 이야기를 11살 어린아이인 홍이의 시선으로 그려내어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배가 고프고 친구없는 홍이는 친절한 다카시네 가족이 고맙기만 한 철부지에요. 일제의 이중적인 면을 다카시네 가족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로 딴짓하는 음흉한 일제에 의해 홍이네 가족은 풍비박산나고 말죠. 그 과정에 홍이의 말이 큰 역할을 했으니 얼마나 다카시가, 일제가 비열하고 무서운지 치가 떨리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지켜야 한다.

말이 죄가 되는 세상이야.

영원히 깜깜할 것만 같아도 새벽은 온다.

어둠은 영원한 게 아니야. 날이 밝을 때까지는 무덤처럼 입을 지키고 있어야 해."

- 홍이 할아버지의 아버님과 어머님의 당부

 

 


 

 

홍이는 아버지, 어머니, 삼촌들 모두 잡혀간 집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다 막내 삼촌과 함께 떠납니다. 결국에는 일본까지 가게 되죠. 하지만 아버지 소식도, 어머니 소식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내 삼촌 사망 소식과 해방 소식을 듣게 되죠. 홍이는 어찌어찌해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배가 큰 폭발음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어요. 다행히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아들로 삼아 잘 키워주셨죠. 하지만 홍이 할아버지의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내삼촌이 부탁한 일을 결코 잊지 않습니다. 과연 홍이 할아버지는 조상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보물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저릿해지는 동화책이었어요. 나라 잃은 민족의 고난과 역경에 가슴이 찢어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항거하는 이들의 투지와 용기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려줘서 고마웠어요.

 

 


 

 

바로 1945년 8월 22일, 일제의 강제 노역 피해자 수천 명이 고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탄 배인 제 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에 관한 진실이죠. 왜 부산이 아닌 교토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고, 왜 폭발했을까요?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수천 명의 죽음보다 무엇이 더 급하고 중할까요? 우키시마호가 침몰한 그곳을 '아이고의 바다'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얼마나 침통한 비극인지 감히 그 슬픔을, 아픔을 가늠할 수조차 없네요.

부디 그들의 후손인 우리는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겠습니다, 진실이 밝혀질 그날까지.



"보이지 않는 게 무섭긴 하지.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두려운거고….

하지만 말이다, 아침은 꼭 오지 않던?

어둠에도 우리가 길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말이다.

아침은 반드시 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유행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묻혀졌던 우리의 역사적 비극에 대한 어린이 독자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네요. 가족, 나라, 사랑을 잘 녹여낸 이야기로 지루한 역사가 아닌 현실적이고 생생한 우리의 오늘로 잘 풀어낸 <반짇고리의 비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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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 책 먹는 고래 44
정혜원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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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 민박>으로 금빛 바다와 훈훈한 사람 사는 이야기로 우리를 촉촉이 적셔주었던 정혜원 작가가 <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으로 다시 찾아왔네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온기로 감싸주고 웃게 만들지 기대감으로 부풀어 얼른 읽어봅니다.

 

 

 

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 정혜원 지음/ 김지영 그림/ 책먹는 고래44/ 고래책빵


 


이번에도 아침 바다 민박에 사연 많은 이들이 찾아오네요. 상처받고 닫힌 그들의 마음이 아침 바다 민박 생활을 통해 치유받고 위로받는, 소중한 시간이 그려집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따뜻하게 품어주는 기정이 엄마와 반짝이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덕분에 막막하고 깜깜했던 오늘의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빛과 힘을 얻게 되죠.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맺어가는 다정한 이야기가 힘 있게 뻗어나가는 게 <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의 강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의젓하고 생각깊은 기정이와 따뜻한 기정이 엄마는 언제 만나도 기분좋은 모자지요.

 

 


 

 

겨울바다로 시작하는 <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

추워진 날씨에 머물던 손님들도 하나둘 떠나던 시기에 이상한 가족이 찾아옵니다. 기정이랑 비슷한 나이의 남자아이와 더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엄마 아빠. 여행 와서 신날 텐데 아이들과 엄마는 말이 없고 아빠만 대답하네요. 기정이는 비슷한 또래인 남자아이 우주에게 관심을 보이네요. 도시에서 살고 싶은 기정이는 도시 아이 우주가 부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처음 느낌대로 우주 가족은 끔찍한 결정을 하고 마네요. 우주가 큰 고비를 넘기고 가족 모두가 무사해서 다행이죠.

우주 가족의 회복에 누구보다 앞장선 이는 기정이 엄마네요. 기정이 엄마와 교장 선생님이 우주 부모에게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와닿아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어렵게 살지만 그렇다고 어린 자식 데리고 죽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 나서지요. "

 

"풍족하게 사시던 분들이라 그런 것 같은데, 돈이 다 행복하게 해주는 건 아니에요.

어린 자식들의 꿈까지 꺾고 죽으려 한 건 누가 봐도 잘못된 거예요. "

 

 

 

 

교장 선생님과 우주 가족이 떠난 아침 바다 민박을 찾아온 이들은 자신의 꿈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님이 야속해 가출한 고등학생과 공주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빠였어요.

 

우주 부모도, 교준 학생 부모도, 기정이 엄마도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걱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건데 정작 우주와 교준 학생 그리고 기정이는 속상하고 힘드네요. 왜 그럴까요? 분명 잘 되라는 마음이겠지만 부모의 바람이고 욕심일 뿐인 일을 아이들에게 정답처럼 강요해서 그렇겠죠. 교준 학생에게 충고해 주는 낚시꾼 아저씨들 말처럼 대부분 하고 싶은 거보다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이루는 사람들도 있죠.

아침 바다 민박에서는 '꿈'에 대한 이야기가 기저에 깔려 있어요. 살면서 꿈꾸는 일에 도전해 보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뜨거운 피가 되어 온몸을 흐르네요. 그만큼 멋지고 설레는 일인 것 같아요.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를 만나 행복한 공주를 보면서 새삼 '가족이 뭘까?' 생각에 잠깁니다. 궂을 때나 맑을 때나 함께 먹고 생활하며 기뻐해 주고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는 것이 가족이겠죠. 공주네 가족도 드디어 완성체가 되었네요. 이 새로운 시작이 기정이네와 헤어짐이 아니라 더 단단한 유대감으로 누님, 동생 하는 진짜 가족 같은 사이로 이어지다니 놀라웠어요. 정혜원 작가가 꿈꾸는 우리네 삶을 살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

각자의 사연을 들고 답답한 마음으로 바닷가 마을에 찾아온 사람들이 우연히 아침 바다 민박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밥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다정한 온기와 관심에 어느새 치유받고 위로받게 된답니다. 어디서 '바다' 동요가 들려오는 듯하네요.

 

 

"아침 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배들은~ 노래를 싣고,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

희망에 찬 아침 바다 노 저어 가요."

 

 

 

노랫소리가, 웃음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여라, 아침 바다 민박>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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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6
하유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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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 맘대로 세상을 초기화할 수가 있어요?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여름 양의 우주인 걸요."

 

 

모든 존재에게는 각자의 우주가 있고, 모두가 자신의 우주에서는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은 초기화 권한을 가진다.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생의 의미를 화두로 던지는 흥미로운 청소년 소설을 만났다.

-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 -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 하유지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이번 생은 해피 어게인> 앤솔로지에서 「그 여름, 설아와 고양이」라는 단편으로 접한 이야기다. 짧은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어 더 풍성한 이야기로 찾아와 반가웠다. 참신한 소재라 더 깊이 있게 더 광범위하게 확장시켜 여름과 테리의 우주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머스터드와 겨자, 설아와 윈터를 포함한 다정한 세상이라 더 기뻤다.

 

 


 

 

여름이는 12살에 코스모스 그룹을 알게 되어 다비드호에 승선을 한다. 그곳에서 꿀벌 선장을 만나 초기화 권한에 대해 듣게 된다.

처음이 어려웠던 초기화는 하다 보니 습관성 초기화가 되어버렸다. 입시 제도가 바뀐다든지 은따 노릇에 급 울화가 치솟는다든지, 나중에 가서는 새로 한 머리가 이상하기만 해도 역시 난 망했다고 초기화를 실행하였다. 좀비나 메뚜기 떼, 전염병 등으로 지구의 위기가 찾아오거나 여름이네 집에 불행이 찾아오는 등 세상은 초기화를 반복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름이는 중고등학생 때마다 초기화를 해 세상에 보라색 구름을 불러들였다. 그러면 세상은 비눗방울이 터지듯이 톡! 하고 끝났다.

 

이 세상에는 신기하게도 초기화 권한자, 0의 제왕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60대의 테리 할머니다. 예전에는 초기화를 빈번하게 했지만 문득 삶의 끝이 궁금해진 그는 초기화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할머니인 그는 동호회 사람들과 소풍 갔던 그날 뜻밖의 초기화를 경험한다. 내가 하지 않았는데? 누가? 내 우주인데? 보라색 구름은 그렇게 세상을 끝내버렸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초기화가 계속되자 테리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초기화를 할 수 있는 설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진실을 알게 된다.

 

 


 

 

여름과 테리는 이 소설 속 우주 주인공으로 초기화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런 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여름이처럼 내 우주니까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고 실제 가능한 일인가 싶어 초기화를 해보고 싶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주의 주인공이니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화는 가능하지만 세상은 결코 여름의 뜻대로, 테리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같으나 약간의 설정도 변경된 예측불가한 세상이 시작된다. 분명 매번 다른 단 한 번뿐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름은 중학생, 테리는 60대 할머니다. 여름은 초기화를 하려 하고, 테리는 이제는 끝까지 살아보려 한다. 둘의 차이점은 뭘까? 분명한 차이인 나이 말고도 삶의 태도가 다르다.

여름은 반복되는 세상의 미묘한 변화에 둔감해져 그저 살아갈 뿐이다. 가족과 생일 등 기본적인 설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제 중학생인 여름은 세상 다 살아본 노인처럼 의욕이 없다. 친구도 사귀지 않는다. 언제든 초기화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을까?

테리는 이제는 삶의 끝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이 좋다. 무언가를 배우고 타인과 소통해가면서 삶의 소소한 행복과 잔잔한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이대로 끝까지 가고 싶다.

 

테리가 윈터와 관계를 맺어가면서 소중함을 느낀 것처럼 여름이가 고양이 머스터드(머쓱이)를 애틋하게 여겨 그와 함께 하고픈 욕망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결국 여름은 초기화를 선택했다. 이번 생에 설아와 겨자를 만났다. 그리고 설아는 여름이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나한테 다이어리는 하루하루 완성해 가는 책 같은 거거든.

아쉬운 데가 있다고 뜯어내면 책 내용이 끊기잖아.

인생을 그런 식으로 편집하는 건 아닌 거 같아, 난."

- 설아가 여름이에게

 

 

고양이 겨자를 계기로 설아에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되면서 여름은 깨닫는다.

 

"어쩌면 이제까지 난 거꾸로 된 렌즈에 눈을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안 보여, 세상이 고장 났어, 중얼거리면서."

- 여름

 

 

초기화는 답이 될 수 없었다. "난 다른 세상 말고 여기 있을래. 완벽하진 않지만 너랑 겨자도 있고, 지금이 좋아."라는 말처럼 자신의 속내까지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힘들어도 괴로워도 서로 사랑하고 믿고 함께 나아가려는 세상은 살아갈만하지 않은가. 자신을 기다려주고 웃어주는 이들이 곁에 있다면 충분히 아름답고 다정한 세상일 것이다.

 

남과 관계를 맺어 확장되어나가는 우리의 무한한 우주를 판타지하게 그려낸 청소년 소설 <너의 우주는 곧 나의 우주>를 추천한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테리 할머니와 여름의 관계는 책을 통해 직접 알아보기를 바란다. 무더위에 지친 일상에 청량한 자극이 되어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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