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스토리에코 1
펑수화 지음, 도아마 그림, 류희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가제본으로 이야기 전부를 읽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똑 부러지면서도 다정한 린카이팅과 각양각색 매력을 뽐내는 할머니 4인방 이야기는 시작부터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대만 작가 펑수화가 전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주머니를 열었을 뿐인데도 눈시울을 붉히고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문화권이 비슷한 나라라 우리네 정서와 결이 닮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기준과 요구에 맞춰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갑자기 슬픈 소식이 찾아오고,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탈을 감행한다. 그 역사적인 여행에 귀여운 린카이팅이 동행하게 되면서 할머니들의 여행은 더 특별해진다.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가제본은 본책 내용 중 프롤로그와 1장으로 구성되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배경을 열 살 반 여자아이 '나'(린카이팅)가 천진난만하고 생기발랄하게 전하고 있다. 아이 특유의 꾸밈없이 솔직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말과 마음을 미처 꺼내 보이지 못하고 긴 세월을 인내하며 살아온 할머니들과 대비되었다. 묵묵히 다 감싸 안을 듯 고요한 물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일으키는 파문처럼 마음에 크게 부딪쳐왔다. 





할머니가 진작에 얘기했었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말했어, 두 번이나! 

근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잖아. 

(…)

여기 할머니 네 분 중에 우리 할머니만 

가족들이 못 가게 했어. 너무 창피해. 

할머니도 어른인데 여행 갈 권리도 없어? 

무슨 근거로 할머니더러 맨날 집만 지키고 

아무 데도 가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도 엄마도 

제발 말은 그만하고 잘 좀 들어 주면 안 돼? 



여기 온 지 벌써 며칠이나 됐는데, 

할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까 할머니랑 둘이 특산품 사러 가는 길에 할머니가 그랬어. 

자기한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무릎도 안 좋은데……. 

그저 특산품이나 사서 얼른 집에 돌아오라고만 한다고. 

난 정말 할머니한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 

엄마, 내가 크면 

엄마는 할머니처럼 안 되게 할 거야.





우리나라처럼 대만도 초등학교 하교 시 보호자들이 함께 하나보다. 할머니 4인방은 손주들의 하교를 기다리다 친해졌다.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친근한 사이인 그들은 방학 첫날, 집단으로 실종되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 소개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인물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관계까지 맛깔나게 풀어내서 할머니 4인방- 십원 할머니, 아주 할머니, 카이팅 할머니 천쑤잉, 수뉘 할머니 -을 눈앞에 생생하게 소환하였다. 제각각 다른 매력을 뽐내는 할머니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되니 안타까운 사연이 가슴속 깊이 사무쳤다. 



아주 할머니의 가슴에서 발견된 덩어리에서 시작된 할머니들의 여행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리라.


여행지인 타이둥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할머니들이지만, 결국에는 기차를 타고 타이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알게 된 뜻밖의 이야기는 새삼 우리를 일깨운다. 할머니들에게도 소녀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십원 할머니가 깊이 묻어두었던 반짝이던 순간을 들려주는데 애처로워 마음이 시렸다. 다른 할머니들의 사연은 또 어떤 울림으로 감동을 줄지 마치 보물 상자 같은 이야기책이다. 








할머니 4인방은 이번 여행을 통해 억눌려있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서로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사이가 될 것이다. 평생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이들이 과감히 벌인 이 일탈은 너무나 위대하고 사랑스럽다. 아직 넘기지 못한 페이지 속 린카이팅의 활약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자신답게 그리고 당당하게!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할머니들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누구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대로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다정한 격려를 건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8번 구경남 네오픽션 ON시리즈 28
채강D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번 구경남/ 채강D 장편소설/ 네오픽션/ 자음과모음



'읽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네오픽션 ON 시리즈 28번째  소설은 채강D 작가의 [18번 구경남]이다.


판타지와 미스터리 그리고 야구를 향한 열정과 땀으로 가득 찬 인생을 만날 수 있는, 뜨거운 이야기다. 


1982년 프로야구 개막과 이제는 존재하지 않지만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를 소재로 하였다. 여기에 타임슬립이 가미되어 야구 인생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한 선수를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의 시작인 1982년 야구장으로 소환하여 그 치열했던 시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날씨만큼 뜨거웠던 야구를 향한 대중들의 열기와 그 넘치는 성원과 관심 속에서 조그마한 야구공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던 야구인들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 [18번 구경남]은 독자들을 모래 깔린 야구장으로 하나둘 불러 모았다. 



야구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 관심 속에서 빚어지는 성취와 관계, 갈등뿐 아니라 경기로 한몫 챙기려는 승부조작까지 담아내었다. 


같은 팀 선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구경남은 방출되고 만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호기롭게 미국으로 향했지만, 다 어긋나고 설상가상 강도까지 당한다. 그런 그에게 노숙자 K가 희한한 제안을 하는데……



"자네가 줄 수 있는 게 하나 있어. 

거기 그 반지 있잖아. 

그걸 주면 돼. 그럼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어."



영문도 모른 채 타임 슬립한 쿠, 구경남은 1982년 마운드에 서서 다시 한번 뜨겁고도 순수한 야구를 향한 마음을 뿜어낸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급하고 욱하는 성격 탓에 현재에서도, 1982년에서도 몸을 날리는 그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가 없었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시공간 속에서 구경남은 멋지게 도약을 시도한다. 현재에서 만난 노숙자 K와 빨간 원피스의 여인과의 인연은 1982년에서도 이어진다. 구경남은 이 묘한 미스터리를 풀려고 애쓰는 반면 야구계의 전설과 땀 흘리며 야구 역사를 바꿔나간다. 과연 미래의 실패를 거울삼아 1982년에서는 구경남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투수 입장에서 정말 무서운 타자가

누군지 알아? 

어떻게든 공을 맞히는 타자야. 

거기에 공을 골라내는 눈까지 있으면

투수는 저절로 도망가고 싶어지거든.

(…)

언젠간 다들 정말 중요한 건

출루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결국 1루로 나가야 이길 수 있으니까.



타임슬립과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이상한 대화를 보면서 흥미롭게 봤던 정경호 배우의 수사물 <라이프 온 마스>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작가의 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거론되었다. 또 재밌게 읽었던 박민규 작가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도움 도서로 나와서 반가웠다. 



[18번 구경남]

단순히 '야구'를 응원하고 관람하는 스포츠 경기로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단, 코치 ·감독 그리고 구단주, 스포츠 기자 등 수많은 관계자들이 각자의 목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현실을 판타지와 접목하여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그라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치고 잡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리는 야구 선수들을, 그리고 그들을 보며 자신의 빛나는 미래를 그려나가는 꿈나무들을 떠올리게 하는, 열정적인 이야기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장편소설/ 북레시피




'콩가루'라 불리는 최 씨네가 예언된 종말을 벗어나기 위해 단합하여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 <최씨네 종말 탈출기>를 만났다. 


여덟 살 초등학교 1학년 최한라가 주인공 '나'인 시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지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상상을 초월하는 각양각색 인간 군상과 사건, 상황들이 벌어진다. 



이웃에게 '콩가루'라 불리는 최 씨네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 범상치 않다. 괴짜 외할아버지 '최 씨'와 외할머니의 남동생 '뚜러정' 그리고 싱글 맘인 엄마 '최고은'과 딸 '최한라', 큰 삼촌이었다가 이모가 된 '히메' 최고완 = 최고윤과 은둔형인 막내 삼촌 '척척' 최고준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여덟 살 주인공이 서술하는 순진무구한 서사가 순수하지 않을 거라는 건 이 등장인물 소개로 확실해졌다. 이 미스터리한 가족들만으로도 이야기가 스펙터클했을 텐데 김은정 작가는 극 초반부터 지구 멸망설을 대두시켜 불안감을 끌어올렸다. 흥미진진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책 표지에 딱! 박힌 문구 - 대 환장 스펙터클 지구 종말 탈출 가족 소동극 -를 독자들이 혹시라도 잊을까 걱정돼서인지 김은정 작가는 이야기의 판을 디데이 카운트다운에 따라 절묘하게 교묘하게 맞춰나갔다. 


지구 종말을 대비하기 위해 힘을 합쳐 살길을 모색해나가는 최 씨네 일상과 그 와중에 벌어지는 옆집 '영생구원기도원'과의 마찰과 갈등 그리고 초등학생 한라가 친구들과 함께 놀고 배우며 성장해가는 과정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목표를 향한 투지는 범죄까지 불사르게 하면서 독자들을 지구 종말의 혼란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최 씨네와 함께 뛰고 뒹굴게 된다. 



순진하고 영민한 한라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조금씩 세상을 접해가는 데, 복잡한 심정이었다. 노랭이 할아버지 최 씨와 의도와는 다른 오해를 산 잘못을 저지른 외할머니의 남동생 뚜러정, 트랜스젠더 이모 히메와 배다른 은둔형 외톨이 삼촌 척척 그리고 친구 수진이네와 영민이네까지 한라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면면들이 잘 보이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타인의 상처에 붙인 흔적이 남지 않는 '투명 반창고'를 발명하는 꿈을 꾸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씨의 한라이기에 미소를 머금고 응원하며 종말 탈출기를 끝까지 함께 하게 된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하는 옆집 기도원 지하에 벙커를 지어서 종말을 대비하고자 하는 최 씨네의 고군분투기는 집안의 용한 무당 할머니 말씀에서 시작되었다. 꿈속에 외할머니가 울어서 찾아왔다는 무당 할머니는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소리만 훅~ 던져놓고 사라졌다. 


위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최 씨네의 구심점이었다. 다들 흔들리고 방황하는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단단히 중심을 잡아주던 그이기에 위기 상황에 최 씨네를 또다시 찾아왔으리라. 


한라는 무당 할머니의 얼굴에 뜬 무지개를 잊지 못한다. 무당 할머니 말씀처럼 한라도 자신의 무지개를 볼 날이 올까? 과연 무지개는 언제 뜨는 것일까? 그 궁금증은 소설 마지막에 비로소 해결되었다.



'콩가루'라고 불렸던 최 씨네의 속 사정은 본 이야기 사이사이에 정리되어 그 골 깊은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이야기가 더 맛깔나진다.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감정과 오해의 실체를 마주하니 인물들이 극 안에서 더 생생하게 살아 숨 쉬었다.   



<최씨네 종말 탈출기>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티키타카가 맛깔나고 절묘해 인상적이다. 그리고 감각적인 언어유희를 사용해 의뭉스럽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게 참 매력적인 작품이다. 여덟 살 '한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사를 이끌어가니 의뭉스럽고 두리뭉실한 표현이 자연스럽다. 전도사 아저씨의 개미집은 '종자 보관소'로 추정되는데, '부처손'을 활용하여 전도사 아저씨와 한라와의 대화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린 게 한 예다. 정말 김은정 작가의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뽐내는 <최씨네 종말 탈출기>로 무더위와 습도에 늘어진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한껏 충전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팔조로3길 더 나은 세상 3
강성은 지음, 손수정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녕! 팔조로3길/ 강성은_글/ 손수정_그림/ 청어람주니어



이번 7월에 출간되는 청어람주니어 신작 [안녕! 팔조로3길]을 소개합니다. 

<더 나은 세상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로 강성은 작가의 글과 손수정 작가의 그림으로, 재개발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창작 동화입니다.



일찍 아빠를 여의고 엄마랑 둘이 사는 유나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여러 직군에 도전하여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지만, 생각만큼 여의치 않습니다. 다른 일에 도전할 때마다 이사를 다녔던 터라 유나는 마음을 터놓고 지낼 만큼 친한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었답니다. 

유나는 엄마의 고향 집 팔조로3길 6, 파란 대문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와 파란 대문 집을 좋아하게 된 유나는 동네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친한 친구 민지를 사귀게 되면서 더 이 동네를 좋아하게 되었죠. 


옛날에 만들어진 동네라서 골목도 좁고 집들도 따닥따닥 붙어있는 팔로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과연 이 바람은 유나와 유나네 가족 그리고 이웃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게 할까요?






자주 이사를 해야 했던 유나는 정을 주지 않은 채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달라졌어요. 친구 민지랑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졌어요. 그림을 좋아하는 자신보다 화가를 더 많이 아는 민지, 자신처럼 '구르미 TV'를 구독하는 민지, 전학 온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민지. 그런 친구인 민지가 너무 좋으니까요.

하지만 '재개발'의 바람은 민지를 멀리 이사 보내고, 엄마와 할머니까지 다투게 합니다. 









[안녕! 팔조로3길]은 오래된 동네에서 재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주민들의 입장 차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떠돌아다니던 유나는 할머니의 파란 대문 집에서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할머니와 친구분들도 추억이 가득한 집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시죠. 

하지만 민지는 학원 친구들에게 따돌림받기 싫어서, 죽어 가는 동네가 싫어서 빨리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유나 엄마도 동네와 파란 대문 집을 좋아하지만 유나를 위해 재개발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다른 입장과 상황들로 시끄러운 동네에 이사 온 화가 아저씨도 있네요. 옛 동네가 좋아서 동네 풍경을 그리고, 허물 예정인 벽화도 다시 그립니다.









살아 숨 쉬는 생명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 부서지거나 고장이 납니다. 이번 이야기는 동네의 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쇠퇴해가는 옛 동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으로 우리는 흔히 '재개발'을 이야기합니다. 이 재개발을 어린이 시점으로 가져와 현실적인 이야기로 생각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무엇이며,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재개발 외 다른 방안들은 무엇인지 등을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어 놀러 가던 친구 집,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건물들이 자리 잡았던 등굣길,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우리 동네.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났네요. 지금은 반듯반듯 널찍한 도로가 나고 카페가 줄줄이 있는 곳으로 변해버린 우리 동네의 옛날이 말이죠. 

수도권에서 살면서 부모님을 방문할 때 찾는 고향은 모습도, 사는 사람도 다 변했죠. 단독주택들과 재래시장 대신 아파트와 편의점, 마트가 우뚝 서 있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우리들 대신 새로운 이들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 변화의 시간을 되짚어보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안녕! 팔조로3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독서 후 독후활동지를 활용하여 생각 주머니를 키울 수 있어 알찹니다. 사회 과목과 연계하여 주거 환경과 재개발, 재건축, 도시 재생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생각 그물, 배경지식 쌓기, 내용 되짚어 보기, 생각 나누기, 생각 펼치기 등 활동으로, 재개발뿐 아니라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구성입니다. 유나처럼 동네를 살펴보고 관심을 가지면 정이 들어 동네 곳곳이 더 눈에 들어오겠죠. 재개발, 재건축, 도시 재생 등은 그 이후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토록 매혹적인 변주를 만나다니,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시간과 생명'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 설화를 변주해 풀어나가는 '삶과 인연'에 얽힌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바로 담자연 작가의 <심장개업>이다. 




심장개업/ 담자연/ 한끼출판사



'글자를 이어서 이야기를 만든다'

담자연 작가는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시간과 생명, 우주와 지구, 신과 인간,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엮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완성하였다. 왜 '심장개업'일까? 하는 의문을 품은 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무뚝뚝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제 사장과 유쾌 발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영채이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독자의 생각과 흥미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판타지 같으면서도 전통 설화 같으면서도 우리네 현실이 한데 어우러져 담자연만의 독창적인 이야기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곳, '심장개업'이다.









왠지 '개업'이라고 하면 호기심에 끌려 기웃거리게 된다. 이제 궁금증을 호감과 신뢰로 바꾸어 단골로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담자연 작가는 실로 매혹적이고 탄탄한 변주로 사로잡았다. 이토록 가슴을 헤집는, 태초부터 시작된 뭉클한 이야기에 어느 누가 등을 돌릴 수 있을까 싶다. 



진여사가 들려주는 설화가 단단히 뿌리내려 이승과 저승 그리고 환승까지 어우르는 세계를 받치고 있다. 끝없는 광활한 우주와 시간 그리고 생명 안에 작고도 작은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실타래 그리고 선택과 인연은 사막 위에 자리 잡은 제사장의 국숫집처럼 따뜻한 감동과 위로였다. 두려움과 회한 속에서도 빛나는 사랑이었다. 



절절한 사연을 하나둘 접하면서 그들이 칭칭 감은 실이 얼마나 간절하고 진실한 삶의 의지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태어나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해나가는 여정인 인생을 탁월하게 담아내어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스스로 삶을 끝내는 '자살'자를 다룬 큰 틀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그 행위에 따르는 엄중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자살'에 대한 우려와 경계를 의미 있게 강조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신'은 원칙에 따라 인간을 살피는 관리자이자 감시자인 동시에 부주의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그리고 아픈 손가락인 '지도자와 신하'를 지켜본다. 오히려 '시간'과 '생명'이 창조자의 위치로 그려진다. 이런 접근은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자리 잡아 주었고, 삶과 인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드러내 주었다. 



이유도 모른 채 국숫집에서 국수를 말아준 제 사장과 이승으로 돌아가겠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제 사장 곁에 머무른 채이. 그들의 뒤틀린 인연의 실을 깨닫는 순간, 뇌에서 번쩍하며 온갖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정리되며 수많은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안갯속을 걷는 듯 답답한 마음이 풀려 짜릿하면서도, 반복되는 그들의 지난한 고통에 가슴이 저렸다. 









환생의 굴레를 그리는 소설을 읽어 인생에 대한 나름의 명쾌한 답을 얻었다.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소재와 주제를 가슴을 따뜻하게 달구는 이야기로 탄생시켜준 담자연 작가 덕분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수한 선택으로 감아지는 인연의 실로 다채로운 관계를 맺으며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내가 감은, 나에게 감겨진 실을 감사히 여기며 곁을 지키는 이들과 같이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야겠다. 심장 뛰는 소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오늘, <심장개업>을 펼쳐들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