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개업
담자연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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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변주를 만나다니,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시간과 생명'을 근간으로 하는 전통 설화를 변주해 풀어나가는 '삶과 인연'에 얽힌 가슴 절절한 이야기가 바로 담자연 작가의 <심장개업>이다. 




심장개업/ 담자연/ 한끼출판사



'글자를 이어서 이야기를 만든다'

담자연 작가는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시간과 생명, 우주와 지구, 신과 인간,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엮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완성하였다. 왜 '심장개업'일까? 하는 의문을 품은 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무뚝뚝하지만 무심하지 않은 제 사장과 유쾌 발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영채이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독자의 생각과 흥미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판타지 같으면서도 전통 설화 같으면서도 우리네 현실이 한데 어우러져 담자연만의 독창적인 이야기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이곳, '심장개업'이다.









왠지 '개업'이라고 하면 호기심에 끌려 기웃거리게 된다. 이제 궁금증을 호감과 신뢰로 바꾸어 단골로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담자연 작가는 실로 매혹적이고 탄탄한 변주로 사로잡았다. 이토록 가슴을 헤집는, 태초부터 시작된 뭉클한 이야기에 어느 누가 등을 돌릴 수 있을까 싶다. 



진여사가 들려주는 설화가 단단히 뿌리내려 이승과 저승 그리고 환승까지 어우르는 세계를 받치고 있다. 끝없는 광활한 우주와 시간 그리고 생명 안에 작고도 작은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실타래 그리고 선택과 인연은 사막 위에 자리 잡은 제사장의 국숫집처럼 따뜻한 감동과 위로였다. 두려움과 회한 속에서도 빛나는 사랑이었다. 



절절한 사연을 하나둘 접하면서 그들이 칭칭 감은 실이 얼마나 간절하고 진실한 삶의 의지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통찰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태어나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해나가는 여정인 인생을 탁월하게 담아내어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스스로 삶을 끝내는 '자살'자를 다룬 큰 틀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그 행위에 따르는 엄중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자살'에 대한 우려와 경계를 의미 있게 강조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신'은 원칙에 따라 인간을 살피는 관리자이자 감시자인 동시에 부주의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그리고 아픈 손가락인 '지도자와 신하'를 지켜본다. 오히려 '시간'과 '생명'이 창조자의 위치로 그려진다. 이런 접근은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자리 잡아 주었고, 삶과 인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드러내 주었다. 



이유도 모른 채 국숫집에서 국수를 말아준 제 사장과 이승으로 돌아가겠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제 사장 곁에 머무른 채이. 그들의 뒤틀린 인연의 실을 깨닫는 순간, 뇌에서 번쩍하며 온갖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정리되며 수많은 질문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안갯속을 걷는 듯 답답한 마음이 풀려 짜릿하면서도, 반복되는 그들의 지난한 고통에 가슴이 저렸다. 









환생의 굴레를 그리는 소설을 읽어 인생에 대한 나름의 명쾌한 답을 얻었다.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소재와 주제를 가슴을 따뜻하게 달구는 이야기로 탄생시켜준 담자연 작가 덕분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수한 선택으로 감아지는 인연의 실로 다채로운 관계를 맺으며 시간과 감정을 공유하고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내가 감은, 나에게 감겨진 실을 감사히 여기며 곁을 지키는 이들과 같이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야겠다. 심장 뛰는 소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오늘, <심장개업>을 펼쳐들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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