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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ㅣ 스토리에코 1
펑수화 지음, 도아마 그림, 류희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7월
평점 :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가제본으로 이야기 전부를 읽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똑 부러지면서도 다정한 린카이팅과 각양각색 매력을 뽐내는 할머니 4인방 이야기는 시작부터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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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작가 펑수화가 전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주머니를 열었을 뿐인데도 눈시울을 붉히고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문화권이 비슷한 나라라 우리네 정서와 결이 닮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기준과 요구에 맞춰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갑자기 슬픈 소식이 찾아오고,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탈을 감행한다. 그 역사적인 여행에 귀여운 린카이팅이 동행하게 되면서 할머니들의 여행은 더 특별해진다.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 가제본은 본책 내용 중 프롤로그와 1장으로 구성되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배경을 열 살 반 여자아이 '나'(린카이팅)가 천진난만하고 생기발랄하게 전하고 있다. 아이 특유의 꾸밈없이 솔직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하고 싶고 해야 하는 말과 마음을 미처 꺼내 보이지 못하고 긴 세월을 인내하며 살아온 할머니들과 대비되었다. 묵묵히 다 감싸 안을 듯 고요한 물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져 일으키는 파문처럼 마음에 크게 부딪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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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진작에 얘기했었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말했어, 두 번이나!
근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잖아.
(…)
여기 할머니 네 분 중에 우리 할머니만
가족들이 못 가게 했어. 너무 창피해.
할머니도 어른인데 여행 갈 권리도 없어?
무슨 근거로 할머니더러 맨날 집만 지키고
아무 데도 가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도 엄마도
제발 말은 그만하고 잘 좀 들어 주면 안 돼?
여기 온 지 벌써 며칠이나 됐는데,
할머니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까 할머니랑 둘이 특산품 사러 가는 길에 할머니가 그랬어.
자기한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무릎도 안 좋은데…….
그저 특산품이나 사서 얼른 집에 돌아오라고만 한다고.
난 정말 할머니한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더라.
엄마, 내가 크면
엄마는 할머니처럼 안 되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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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대만도 초등학교 하교 시 보호자들이 함께 하나보다. 할머니 4인방은 손주들의 하교를 기다리다 친해졌다.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친근한 사이인 그들은 방학 첫날, 집단으로 실종되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 소개에 웃음을 짓게 된다. 인물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관계까지 맛깔나게 풀어내서 할머니 4인방- 십원 할머니, 아주 할머니, 카이팅 할머니 천쑤잉, 수뉘 할머니 -을 눈앞에 생생하게 소환하였다. 제각각 다른 매력을 뽐내는 할머니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되니 안타까운 사연이 가슴속 깊이 사무쳤다.
아주 할머니의 가슴에서 발견된 덩어리에서 시작된 할머니들의 여행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리라.
여행지인 타이둥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할머니들이지만, 결국에는 기차를 타고 타이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알게 된 뜻밖의 이야기는 새삼 우리를 일깨운다. 할머니들에게도 소녀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십원 할머니가 깊이 묻어두었던 반짝이던 순간을 들려주는데 애처로워 마음이 시렸다. 다른 할머니들의 사연은 또 어떤 울림으로 감동을 줄지 마치 보물 상자 같은 이야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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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4인방은 이번 여행을 통해 억눌려있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서로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사이가 될 것이다. 평생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이들이 과감히 벌인 이 일탈은 너무나 위대하고 사랑스럽다. 아직 넘기지 못한 페이지 속 린카이팅의 활약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자신답게 그리고 당당하게!
[할머니들의 비키니 여행]은
할머니들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누구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유쾌하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대로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다정한 격려를 건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