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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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돌아로라 부를 때/찰리 돈리/안은주/한스미디어



강렬한 표지로 이목을 잡아끄는 이 책은 마지막 책장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나를 지독하게도 끌어당겼다. 찰리 돈리 소설을 처음 접한 나는 그가 선사한 이 매력적인 세계가 뇌리에서 희미해질 때까지 천천히 음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가 흐릿해지고 어느새 사라지면 그의 또 다른 소설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시체 없는 연쇄살인, 40년 전의 진실을 파헤치다.

범죄 재구성 전문가 로리 무어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회사를 정리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40년 전 '도적'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연쇄살인범은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건의 유일한 증인을 재판정에 서지 못하도록 살인했다는 죄목으로 구속되어 6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로리의 아버지 프랭크가 '도적'의 편에 서서 도왔다고 한다. 설상가상 로리는 코앞에 닥친 '도적'의 가석방을 도와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데......

 

'도적'이 사건을 저지르는 시대인 1979년 이야기와 로리 무어가 '도적'의 가석방을 두고 진실을 파헤쳐 가는 2019년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40년이라는 시간 간극이 있지만, '도적'을 둘러싼 두 여인의 추적은 갈수록 긴박해지고 아찔해진다.


과거 실종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사회는 공포에 젖어가고 있을 때 실종된 여성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앤절라는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분석하여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그녀는 자폐를 앓고 있으나 매우 똑똑한 여성으로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낸다. '도적'의 정체를!!!


40년 후 로리 무어 역시 자폐를 앓고 있다. 한정된 인간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범죄를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찰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맡아서 처리해 주고 있다. 일정한 생활리듬으로 생활하지 않는 그녀는 긴 휴식 후 <카밀 버드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이 여성의 사건을 맡게 된 직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녀는 아버지가 40년 동안 맡았던 '도적'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된다.


 

"언제나 선택의 여지는 있단다."

"어떤 것도 너를 겁줄 수 없단다. 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진실은 놓치지 쉽죠. 바로 우리 앞에 있어도요."

 


초반에 소설을 읽을 당시에는 스릴을 위해 변태적인 살인을 즐기는 도적 때문에 불쾌감이 커서 작가가 독자에게 반복해서 흘리는 단서와 복선을 놓쳤다. 그냥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어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고통을 느끼면서 활자를 읽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조각이 딸깍 맞춰지면서 모든 의문들이 스르르 전부다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하지만 진실은 너무 잔인했고 '도적'은 끈질겼다. 하나의 조각이 딸깍 맞춰지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돈리의 잘 짜인 각본이 제대로 나를 강타한 것이다. 스릴, 강박, 집착, 추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절정에 다다랐다.

 


"살인자들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가?"

"살인자가 존재하는 한 어떤 시점이 되면 선택이 내려진다.

누군가는 어둠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어둠에 선택당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왜? 나를 이해시킬 명확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영혼에서 중요한 뭔가가 결손되어 있는 존재라는 로리의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원래 그러했을 수도, 차츰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소중하다고 느끼고 소통하는 중요한 뭔가가 결손되었으리라.

 

로리는 눈을 감은 채 장미에 코를 대고 그윽한 향기를 마셨다. 그런 후 쪼그리고 앉아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끝까지 읽으면 책 앞표지가 눈에 더 들어온다, 분홍빛 장미가.

 

자폐를 앓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이 버거운 로리와 앤절라!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진실을 마주하는 그녀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가슴 벅찼다. 로리 무어와 앤절라, 그레타 할머니가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 왠지 로리 무어와는 곧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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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
로잘린드 오르미스턴 지음, 김경애 옮김 / 씨네21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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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의 유혹에 빠져든다.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이름과 그림은 알고 있던 예술가였다. 하지만 어쩌면 하나도 몰랐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싶다. 이렇게 웅장한 책을 받고 그를 알아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 걸 보면 그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로잘린드 오르미스턴/한겨레출판사



이 두툼하고 고급스러운 책의 앞표지는 1897년작 백일몽이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 이 고혹적인 삽화는 '무하 스타일'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알폰스 무하가 그녀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맑은 눈빛이 유혹하는 세계에 빠져들 시간이다.

 

이 책은 <무하의 삶과 작품> 그리고 <무하의 스타일>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알폰스 무하는 체코 출신 화가이다. 그는 조국에 대한 애정과 슬라브족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무하의 대표작이자 숙원이었던 <슬라브 서사시>를 통해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무하의 이런 체코에 대한 유대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를 프랑스에 팔린 사람이라고 모욕하거나 아예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꽃> 시리즈 p.36.7 <장미 - 아이리스 - 카네이션 - 백합>



가난했던 무하는 경제적인 이유로 후원을 받아 그림 공부를 해야 했다. 쿠엔 백작과의 인연으로 그림 공부를 계속하던 중 갑작스레 지원이 끊겨 걱정 없던 학생에서 한 푼도 없는 예술가가 되어야 했다. 시간이 흐른 후 쿠엔 백작은 무하가 학생으로 머물지 말고 예술가적 재능을 이용해 미술계에서 성공하는 인물이 되기를 바라 후원을 중단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무하를 향한 쿠엔 백작의 염려와 무하의 열정과 노력이 상업미술계로 이끌었고, 결국에는 예술계에서 독톡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무하는 생계를 위해 아동서적의 삽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운명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만나게 되었다. 무하가 그린 <지스몽다> 포스터는 사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는 사라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다. 무하는 의상, 무대장치, 배경, 포스터 삽화,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베르나르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면서 '여신 사라'를 창조했다. 사라는 그의 미술적 재능과 만족할 때까지 정보를 수집하는 그의 노력하는 자세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손에 탄생한 사라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들 <지스몽다> <사마리아 여인> <메데>


사라 베르나르 사진 & 알폰스 무하의 유화

 


그의 스타일을 흔히 아르누보로 평가하는데 무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의 특성상 '아르누보'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예술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무하는 자신의 '스타일'은 고국 체코의 전통예술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그는 고국 체코에 대한 정신적 유대가 강한 인물이었다.

 


"나는 내 작품이 상류층 인사들의 응접실을 장식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화관과 그림이 있는 전설적 장면이 가득한 책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 동포들의 것을 사악하게 도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이 모든 장면을 목격하면서 내 생의 남은 시간 동안에는 오직 내 나라를 위한 작품을 만들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_1900년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친구에게 쓴 편지 중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허물다_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p.106,7



순수미술과 상업주의 가교 역할을 한 알폰스 무하.

생계를 위해 삽화가가 되었고 파리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다. 또 장식 디자이너로서도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였다. 포스터, 장식 패널, 잡지 표지, 보석 디자인, 조각상 등 다양한 상업 분야에서 그만의 스타일로 성공을 이루었다. 훌륭한 화가였던 그는 초상화, 순수미술도 하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에게 같은 스타일의 삽화를 요구하고 또 요구했다.



짝을 이루는 장식 패널 <비잔틴 머리 : 갈색 머리> <비잔틴 머리 : 금발머리> p.129,130

 

알폰스 무하가 고갱과 친분이 있고, 폴 세잔,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등과 동시대에 활동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얀 움라우프'를 만나 화가가 되기를 결심했던 무하를 떠올려보면 과연 그는 자신이 원하던 그림을 그렸던 것인가?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무하 스타일'로 정의되는 그 수많은 작품들이 우리 대중에게 전해준 감동은 진심이다. 그리고 예술계에서의 독보적인 지위 또한 그가 노력한 결과이다. 그의 진심이 담긴 호소력 강한 작품들은 계속 알폰스 무하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이 책은 무하가 그림에 가진 순수한 열정에 공감하고,

'무하 스타일' 그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독자들에게 잘 선보일 수 있는 데 중점을 둔 아트북이다.

그만큼 작품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고, 예전에 알았던 작품이라도 그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놓쳤던 의미를 알아가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 세계에서 미술에 대한 갈망으로 항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화가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순수미술과 상업주의 중간 지점에서 대중예술의 길을 활짝 열어준 알폰스 무하는 전문가적 식견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그림으로 대중 곁에 있어준 화가이다.

알폰스 무하의 유혹에 여러분도 빠져들기 바라며......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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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책 먹는 고래 25
최미혜 지음, 어수현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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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그 붉은빛을 뿜어낸 태양을 쏘고 싶었다.

붉은 방/최미혜 글/어수현 그림/고래책빵

 


언니는 하늘 향해 손가락을 겨누었다.

"탕! 탕! 탕!"

언니의 칼칼한 목소리에 태양이 움찔 몸을 떨었다.

 

나라 빼앗긴 설움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낙인처럼 그분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나라는 해방되고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로 일어섰지만, 그분들의 아픔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지독하고도 끔찍한 대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는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듯싶다. 과거로 묻어두기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이기에,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기에 현재의 우리가 그분들의 고통, 아픔에 응답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기는커녕 국제적인 영향력을 과시하여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저 오만한 일본의 행태와 그에 동조하여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였다."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논문을 버젓이 세상에 내놓은 미국 하버드대 존 마크 램지어 교수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로 묻어둬서는 안되는 자명한 이유이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혜주는 갑자기 왕할머니와 살게 되어 못마땅하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왕할머니는 재작년 겨울부터 단기기억장애로 이상해지셨다. 왕할머니의 병세에 대한 걱정과 경제적 상황의 변화로 혜주 아빠는 왕할머니를 집에 모시고자 한다.

혜주는 소녀 시절 왕할머니 사진을 서랍에 고이 모셔두었다. 사슴 같은 눈을 가진 어여쁜 소녀로 뭔가를 갈망하는 눈빛이 좋아서이다. 그런데 나와 살게 된 왕할머니는 심술궂은 백발마녀이다.

혜주는 왕할머니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고역이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왕할머니는 본인을 언니라고 부르라고 한다. 자신을 증손녀 혜주가 아니라 여동생 영자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살 수 없게 된 혜주는 전쟁을 선포했다.

 


 

왕할머니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가족, 친구 그리고 동자 불상 덕분이다.

동자 불상은 점집 하던 분이 사정이 있어 잠깐 두고 간 건데 왕할머니가 이야기를 털어놓는 존재이다.

 

귀가 있으면서 넌 들으려고도 안 하지?

동자의 눈빛이 나를 쏘아보았다.


위안부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표현

 

혜주는 이렇게 왕할머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왕할머니 박명자, 왕할머니 친구 아녜스 김순녀, 오봉팔 할아버지는 한마을에 살던 친구이다.

명자 왕할머니와 봉팔 할아버지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으나, 일제 강점기 시대에 강제징용으로 위안부로 탄광 노동자로 끌려가 운명이 갈리게 되었다. 또 아녜스 김순녀 할머니는 그 당시 왕할머니의 인생을 꼬이게 해서 왕할머니를 매일 찾아와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순녀 할머니도 시대의 희생자였을 뿐이다.

 

혜주가 활동하고 있는 연극반 동아리 소쩍새 친구들과 옥탑방 완희 오빠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자 완희 오빠는 특별한 제안 하나를 한다. 왕할머니와 아녜스, 오봉팔 할아버지의 아픔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자고 한다. 별똥별로 비유한 표현이 마음을 울린다. 과거의 아픔이 우리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애원을 담아 보내는 게 별똥별이라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왕할머니 일행이 너희들에게 부탁하는 것이니 이제 현재를 사는 너희가 응답할 차례다.

이제 혜주, 주은, 재혁은 적극적으로 왕할머니, 아녜스, 파리 오빠(봉팔 할아버지 애칭)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오래된 일기장에서 사슴 눈빛의 소녀가 튀어나왔다.

그 영롱한 눈빛이 겁에 질려 먹빛으로 변하고 차츰 빛을 잃어가는 과정을 숨죽이며 다시 읽었다.

나는 잊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도 10대 시절이 있었다는걸.

할머니에게도 우리처럼 찬란한 시절이 있었다. 빛바랜 일기와 사진은 그걸 말해주었다. (p.81)

 


열여섯 살 찔레꽃 대본 & 연극


희나리 삼총사와 함께 한 연극 『열여설 살 찔레꽃』은 관객과 배우의 구분이 없이, 과거와 현재의 구분 없이 그분들의 아픔과 상처를 공감하고 치유하는 과정이다. 이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희나리 삼총사의 과거가 현재의 우리에게 닿아 우물 속에 갇힌 숨겨야 하는 비밀이 아니라, 함께 치유해가야 할 고통이 되었다.

 

지긋지긋한 시절이 끔찍해서 태양을 피해 눈을 꼭 감았건만 태양빛이 꿈속까지 따라와 뇌를 갉아먹었다는 왕할머니. 이제는 태양을 노려볼 수 있어.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아녜스와 파리 오빠, 혜주, 주은, 재혁, 완희 오빠와 나누면서 드디어 태양을 쏘았다. "탕! 탕! 탕!"

"어디에 있는 네가 무얼 하든 난 네 편이다." 이렇게 형성된 유대감, 연대감은 붉은 방에 갇힌 왕할머니를 구해냈다.

 

위안부에 대한 아픔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아픔을 현세대와 연대하여 치유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최미혜 작가님의 <붉은 방>

왕할머니를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고자 했던 혜주가 중학생이 되면 오봉팔 할아버지가 속한 장애인 협회에 찾아가 외롭고 힘든 분들을 만난다는 계획을 얘기한다. 이렇게 이어지는 관심과 활동으로 시대의 아픔이 잊히지 않고 치유되기를 희망한다.

 

최미혜 작가님이 저자 글에서 밝힌 현재에도 존재하는 붉은 방, 그 아픔에도 응답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붉은 방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묵직하고 울림이 있는 그리고 따뜻한 연대를 말하고 있는 동화책 <붉은 방>을 많은 이들이 읽고 동참하길 바란다.

 

>> 책에서 만난 어여쁜 순우리말 <<

*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동화책에서는 연극을 함께 하는 극단 이름)

* 희나리 : 덜 마른 장작

(동화책에서는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불속에 던지면 희나리가 소리를 내며 천지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처럼 왕할머니네들이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의미로 희나리 삼총사로 부른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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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친구 맞니 책 먹는 고래 26
서가숙 지음, 유희경 그림 / 고래책빵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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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3편의 동화를 만날 수 있다.

- 우리가 친구 맞니

- 못된 고양이

- 알 낳기 싫어

3편 모두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이 주인공으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각하게 만든다.

 

표제작인 <우리가 친구 맞니>은 위기를 맞은 토끼가 독수리, 바다거북과 친구가 되자는 꾀를 내는 걸로 시작한다. 토끼는 독수리의 검은 속내를 알고 경계하는데 바다거북은 독수리를 좋은 친구로 생각한다. 과연 독수리가 토끼와 바다거북을 진정 친구로 생각하는 걸까?

 


각자 걱정거리를 털어놓는 세 친구. 자식 걱정이 가장 크다.

 

"친구라, 어떤 친구? 친구란 서로 도와줘야 하는데, 서로에게 어떤 일을 도와줄 수 있지? 사는 곳도, 먹이도 다른데 친구가 되면 만나서 뭘 하지?"

 

독수리가 토끼에게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다. 아이들과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다.

친구란 무엇인지,

이렇게 다른 종의 동물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그러면 지구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만약 친구가 되었다면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못된 고양이>

고양이는 인간이 사는 마을에서도 쫓겨나고 동물의 왕국에서도 쫓겨난다.

고양이는 왜 쫓겨나게 되었을까? 거짓말을 하고 이간질을 하고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따로 있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고양이의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알 낳기 싫어>

빼빼, 혼자 있기 좋아하고 다른 닭과 병아리 모습을 관찰하는 이 작은 병아리는 "싫어"를 입에 달고 산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던 빼빼는 엄마와 살던 철조망이 둘러진 농장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떠났다.

 


 

"아가, 철조망 바깥세상은 위험하단다. 우리는 보호받고 살고 있어서 이곳이 안전해. "

"여기는 자유롭게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

"내가 원하던 삶이야. 난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싶었거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엄마와 이별하고 다른 세상으로 나온 빼빼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빼빼의 남은 이야기는 책을 통해 직접 들어보면 좋겠다. 죽어도 좋다며 자유로운 삶을 찾아 나선 빼빼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결과가 좋아야 선택이 옳은 걸까? 아니면 자신의 신념, 꿈대로 나아가는 선택 그 자체가 옳은 것일까?

자유를 찾아 떠난 빼빼는 다른 닭과 똑같은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사랑과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 하지만 나는 자유를 찾아 떠난 순간, 빼빼는 이미 다른 삶을 살았다고 본다.

 

책을 읽기 전 <작가의 말>을,

책을 읽은 후 <쓰고 나서>를 통해 생각하는 독서를 실천해 보면 좋겠다.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아이의 시선에 맞게 잘 풀어쓴 동화책으로, 아이들이 작가님의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기를 바란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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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는 마음챙김의 시작
안미라 지음 / 더난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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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는 마음 챙김의 시작

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안미라/더난출판사

 


코로나19로 인해 사회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홈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헬스장, 도장 등 각종 운동시설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자 사람들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하고 단순한 운동을 중심으로 트레이닝을 시작하더군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코로나19로 확찐자가 되어서 올해 중반부터는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 책을 통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신체의 변화나 운동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처하고 있는데 막상 마음의 상처나 병, 고통은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들 그럴 거야. 뭐, 이렇게 사는 거지.' 자조 섞인 말로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며 애써 외면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본인 자신이기에 몸이 아프면 병원 가고, 운동하듯이 마음도 아프면 병원 가고, 치료받고, 살펴줘야 하겠죠. 저도 머리로는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찾아가게 되지는 않네요. 그렇다면 마음 홈트레이닝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외국 항공사에서 6년간 스튜어디스로 일한 저자는 난기류로 인한 비행기 사고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재활운동인 필라테스를 만나게 되었고 진정 몸을 위한 운동이 무엇인지 깨닫고 운동 강사로 이직까지 했다고 합니다. 강사 일을 하면서 몸의 통증은 마음의 아픔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명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는 회원분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마음까지 치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8년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담은 이 책에는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 홈트레이닝'에 대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안내합니다.

본인 마음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우리 현대인의 고질병인 번아웃과 무기력,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먹는다', '생각을 바꾼다' 이렇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픈 곳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마음의 고통을 줄이기 해서는 생각하는 것을 바꾸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는 힘드니까요. 가소성에 의해 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뇌가 변화하고 움직이는 습관에 따라 몸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저자가 1000일 수행을 한 것처럼 우리도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지 말고 왜 그럴까? 자신의 마음과 몸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생각도 자연스레 변하지 않을까 싶네요.

 

'네가 그랬구나, 네가 지금 이렇게 하고 싶구나. 그러고 싶어서 마음이 요동을 치는구나.'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미처 살피지 못한 몸과 마음의 신호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30개의 마음 챙김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들을 모아보았습니다.

타인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신이 아니라 본인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본인을 살피는 데 진심인 저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타인을 대할 때 저의 약점을 건드릴까 봐 자격지심으로 날을 세우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 자격지심이 피해의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왜곡하지 않도록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성격이 급한 저인지라 더 어렵게 다가오네요. 하지만 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저에게 있으니 제가 변화하는 게 맞겠죠. 저자의 말씀처럼 포기해도 멈추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다 보면 저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바람을 가져봅니다.

 


 

저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 마음 홈트 방법을 읽으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흘러넘쳐서 솔직히 부럽더군요.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저자의 삶은 평탄치 않았기에 그 부러움은 곧 부끄러움이 되었고, 용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코로나19 팬데믹. 이제는 '위드 코로나'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마음 홈트는 필수! 아닌가요?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우리, 평온한 오늘이 되기를. <마음 홈트로 내 몸이 편해졌습니다> 추천합니다.

 

 

나야, 괜찮니?

나야, 많이 힘들었지?

나야, 잘하고 있어.

나야, 수고했어!

나야, 고마워.

나야, 사랑해.

 

<더난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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