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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시대를 앞선 발상으로 아르누보 예술을 이끈 선구자의 생애와 작품
로잘린드 오르미스턴 지음, 김경애 옮김 / 씨네21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알폰스 무하의 유혹에 빠져든다.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이름과 그림은 알고 있던 예술가였다. 하지만 어쩌면 하나도 몰랐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싶다. 이렇게 웅장한 책을 받고 그를 알아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 걸 보면 그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로잘린드 오르미스턴/한겨레출판사
이 두툼하고 고급스러운 책의 앞표지는 1897년작 백일몽이다.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비현실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것. 이 고혹적인 삽화는 '무하 스타일'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알폰스 무하가 그녀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하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맑은 눈빛이 유혹하는 세계에 빠져들 시간이다.
이 책은 <무하의 삶과 작품> 그리고 <무하의 스타일>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알폰스 무하는 체코 출신 화가이다. 그는 조국에 대한 애정과 슬라브족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무하의 대표작이자 숙원이었던 <슬라브 서사시>를 통해 그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무하의 이런 체코에 대한 유대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를 프랑스에 팔린 사람이라고 모욕하거나 아예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꽃> 시리즈 p.36.7 <장미 - 아이리스 - 카네이션 - 백합>
가난했던 무하는 경제적인 이유로 후원을 받아 그림 공부를 해야 했다. 쿠엔 백작과의 인연으로 그림 공부를 계속하던 중 갑작스레 지원이 끊겨 걱정 없던 학생에서 한 푼도 없는 예술가가 되어야 했다. 시간이 흐른 후 쿠엔 백작은 무하가 학생으로 머물지 말고 예술가적 재능을 이용해 미술계에서 성공하는 인물이 되기를 바라 후원을 중단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무하를 향한 쿠엔 백작의 염려와 무하의 열정과 노력이 상업미술계로 이끌었고, 결국에는 예술계에서 독톡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무하는 생계를 위해 아동서적의 삽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운명의 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만나게 되었다. 무하가 그린 <지스몽다> 포스터는 사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는 사라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게 되었다. 무하는 의상, 무대장치, 배경, 포스터 삽화,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베르나르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면서 '여신 사라'를 창조했다. 사라는 그의 미술적 재능과 만족할 때까지 정보를 수집하는 그의 노력하는 자세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손에 탄생한 사라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들 <지스몽다> <사마리아 여인> <메데>
사라 베르나르 사진 & 알폰스 무하의 유화
그의 스타일을 흔히 아르누보로 평가하는데 무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의 특성상 '아르누보'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예술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무하는 자신의 '스타일'은 고국 체코의 전통예술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그는 고국 체코에 대한 정신적 유대가 강한 인물이었다.
"나는 내 작품이 상류층 인사들의 응접실을 장식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화관과 그림이 있는 전설적 장면이 가득한 책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 동포들의 것을 사악하게 도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이 모든 장면을 목격하면서 내 생의 남은 시간 동안에는 오직 내 나라를 위한 작품을 만들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 _1900년 발칸반도를 여행하면서 친구에게 쓴 편지 중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허물다_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p.106,7
순수미술과 상업주의 가교 역할을 한 알폰스 무하.
생계를 위해 삽화가가 되었고 파리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다. 또 장식 디자이너로서도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였다. 포스터, 장식 패널, 잡지 표지, 보석 디자인, 조각상 등 다양한 상업 분야에서 그만의 스타일로 성공을 이루었다. 훌륭한 화가였던 그는 초상화, 순수미술도 하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에게 같은 스타일의 삽화를 요구하고 또 요구했다.
짝을 이루는 장식 패널 <비잔틴 머리 : 갈색 머리> <비잔틴 머리 : 금발머리> p.129,130
알폰스 무하가 고갱과 친분이 있고, 폴 세잔,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 등과 동시대에 활동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얀 움라우프'를 만나 화가가 되기를 결심했던 무하를 떠올려보면 과연 그는 자신이 원하던 그림을 그렸던 것인가?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무하 스타일'로 정의되는 그 수많은 작품들이 우리 대중에게 전해준 감동은 진심이다. 그리고 예술계에서의 독보적인 지위 또한 그가 노력한 결과이다. 그의 진심이 담긴 호소력 강한 작품들은 계속 알폰스 무하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이 책은 무하가 그림에 가진 순수한 열정에 공감하고,
'무하 스타일' 그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독자들에게 잘 선보일 수 있는 데 중점을 둔 아트북이다.
그만큼 작품을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고, 예전에 알았던 작품이라도 그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놓쳤던 의미를 알아가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 세계에서 미술에 대한 갈망으로 항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화가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순수미술과 상업주의 중간 지점에서 대중예술의 길을 활짝 열어준 알폰스 무하는 전문가적 식견이나 지식이 없더라도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그림으로 대중 곁에 있어준 화가이다.
알폰스 무하의 유혹에 여러분도 빠져들기 바라며......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