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돌아오라 부를 때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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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돌아로라 부를 때/찰리 돈리/안은주/한스미디어



강렬한 표지로 이목을 잡아끄는 이 책은 마지막 책장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나를 지독하게도 끌어당겼다. 찰리 돈리 소설을 처음 접한 나는 그가 선사한 이 매력적인 세계가 뇌리에서 희미해질 때까지 천천히 음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가 흐릿해지고 어느새 사라지면 그의 또 다른 소설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시체 없는 연쇄살인, 40년 전의 진실을 파헤치다.

범죄 재구성 전문가 로리 무어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회사를 정리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40년 전 '도적'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연쇄살인범은 피해자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건의 유일한 증인을 재판정에 서지 못하도록 살인했다는 죄목으로 구속되어 6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로리의 아버지 프랭크가 '도적'의 편에 서서 도왔다고 한다. 설상가상 로리는 코앞에 닥친 '도적'의 가석방을 도와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데......

 

'도적'이 사건을 저지르는 시대인 1979년 이야기와 로리 무어가 '도적'의 가석방을 두고 진실을 파헤쳐 가는 2019년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40년이라는 시간 간극이 있지만, '도적'을 둘러싼 두 여인의 추적은 갈수록 긴박해지고 아찔해진다.


과거 실종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사회는 공포에 젖어가고 있을 때 실종된 여성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앤절라는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분석하여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그녀는 자폐를 앓고 있으나 매우 똑똑한 여성으로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낸다. '도적'의 정체를!!!


40년 후 로리 무어 역시 자폐를 앓고 있다. 한정된 인간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범죄를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경찰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맡아서 처리해 주고 있다. 일정한 생활리듬으로 생활하지 않는 그녀는 긴 휴식 후 <카밀 버드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이 여성의 사건을 맡게 된 직후,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녀는 아버지가 40년 동안 맡았던 '도적'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된다.


 

"언제나 선택의 여지는 있단다."

"어떤 것도 너를 겁줄 수 없단다. 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진실은 놓치지 쉽죠. 바로 우리 앞에 있어도요."

 


초반에 소설을 읽을 당시에는 스릴을 위해 변태적인 살인을 즐기는 도적 때문에 불쾌감이 커서 작가가 독자에게 반복해서 흘리는 단서와 복선을 놓쳤다. 그냥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어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고통을 느끼면서 활자를 읽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조각이 딸깍 맞춰지면서 모든 의문들이 스르르 전부다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났다. 하지만 진실은 너무 잔인했고 '도적'은 끈질겼다. 하나의 조각이 딸깍 맞춰지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돈리의 잘 짜인 각본이 제대로 나를 강타한 것이다. 스릴, 강박, 집착, 추적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절정에 다다랐다.

 


"살인자들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가?"

"살인자가 존재하는 한 어떤 시점이 되면 선택이 내려진다.

누군가는 어둠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어둠에 선택당한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왜? 나를 이해시킬 명확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영혼에서 중요한 뭔가가 결손되어 있는 존재라는 로리의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원래 그러했을 수도, 차츰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소중하다고 느끼고 소통하는 중요한 뭔가가 결손되었으리라.

 

로리는 눈을 감은 채 장미에 코를 대고 그윽한 향기를 마셨다. 그런 후 쪼그리고 앉아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끝까지 읽으면 책 앞표지가 눈에 더 들어온다, 분홍빛 장미가.

 

자폐를 앓고 있어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이 버거운 로리와 앤절라!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진실을 마주하는 그녀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가슴 벅찼다. 로리 무어와 앤절라, 그레타 할머니가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 왠지 로리 무어와는 곧 다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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