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청춘
정해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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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청춘  - 영혼 체인지

그동안 영화, 소설의 소재로 많이 활용된 만큼 정해연 작가님은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인생 이야기, 청춘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그녀의 서사는 통했다. 묵직한 주제를 황당한 설정으로 재미까지 더하면서 잘 풀어내고 있다. 

 

'기깔나게 살고 싶은' 18세 고등학생 김유식과

'청춘이 그리운' 65세 대기업 회장 주석호의 좌충우돌 영혼 체인지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십니까? 당신의 청춘은 어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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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고등학생 유식, 65세 SH물류 회장 석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는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무언가 이상하다. 

죽음 앞에서 억울함을 토해냈던 청춘과 돈을 선물 받았지만, 내 인생이 아니었다. 

이렇게 뒤바뀐 운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딱 100일. 

100일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고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연 마지막 100일은 선물일까? 

 

앞만 보고 달려온 주석호는 자신에게 과연 청춘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그가 기억하는 청춘은 너무나 혹독했던 삶의 기억이었기에 즐기지 못한, 누리지 못한 그 시간들이 아쉬웠다. 

그래서 남의 몸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보내는 방식대로 삶을 즐겨보기로 했다. 맘껏. 

술 먹고 엄마를 때리고 이혼했지만 궁할 때마다 찾아와 난리치는 아빠를 피해 이사하기도 여러 번. 

본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를 두고 가려니 마음이 찢어진다. 

갑자기 늙은 몸은 어쩔 수 없고 이 할바탱이의 넘치는 돈이라도 엄마한테 주고 가야겠다. 

 

이렇게 생판 남이고 목적도 다른 두 사람이 주석호 회장이 일생을 바쳐 세운 SH물류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를 봉착하자 한 팀이 되어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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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청춘/정해연/고즈넉이엔티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65세든 18세든 어떤 나이이든 원통과 한탄으로 울분을 토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100일을 선물 받는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지는 의문이다.

어떻게 살든 아쉬움은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은 주석호 회장이 내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석호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처럼 한번 놀아보지 못하고 일만 했던 삶이 억울하다 생각했지만, 

청춘을 받쳐 세우고 키워낸 회사를 유식과 함께 지켜 냄으로써 자신의 청춘을 마주하게 되었다. 

청춘은 단순히 즐기고 노는 것이 아니었다. 

닥친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 해내는 것. 그것이 주석호의 청춘이었다. 

그의 회사가 그의 청춘이었기에 청춘을 지켜낸 지금은 아쉬움이 없어졌다.

 

유식은 돈 걱정 없이 기깔나게 살아보고 싶었던 18세 청춘이었다. 

그렇게 사는 게 꿈이었건만 막상 돈보다는 가장 큰 걱정은 홀로 남겨질 엄마이고,

석호 할바탱이 대신해서 살아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성숙해지게 된다. 

안만 바라보던 시선이 밖을 살필 수 있게 되면서 확장된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할바탱이 말처럼 살고 싶어졌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된 석호는 남은 이들이 청춘을 살아낼 수 있도록 그만의 준비를 한다. 

어이없고 허망했던 18세 유식의 죽음을 대비하는 석호 또한 선물을 제대로 누렸다. 

홀로 감당해야 했던 무미건조한 삶 대신 온기가 가득한 삶을 살 수 있었고 열심히 살아냈던 자신의 청춘을 지켜내기까지 했으니. 

 

'청춘(靑春)'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처럼 인생 중 생명의 기운이 요동치는 시기를 나는 어떻게 보냈던가 떠올려본다. 나름의 열정으로 불태웠던가, 세상의 눈에 끌려다녔던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던가. 빛나는 젊음이 가득 찬 기억들 속 피어오르는 아쉬움을 누르며 마음을 추스른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석호와 유식의 영혼 체인지. 

기적처럼 주어진 선물로 청춘의 의미를 새겨준 <백일청춘>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는 세대도

청춘을 보내고 있는 세대도

청춘을 보낼 세대도

함께 읽고 찬란하고 눈부신 자신만의 청춘을 만들어가고 기억하길 바란다. 

 

"어차피 우리는 죽잖아."

"난 청춘을 바친 내 인생이 억울하다고 했고, 너는 제대로 기깔나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었다고 억울하다고 했댔지? 그 억울함을 상쇄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우리가 바뀐 거야. 말하자면 그건 선물이라고. 선물의 끝이 그런 것일 리 없어."

"이렇게 아팠어, 혼자?" 

"몸이 안 바뀌더라도, 우리 엄마의 아들로 살아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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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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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을 받고 심쿵! 이렇게 예쁜 가제본을 본 적이 없어서요.

바로  「눈아이」 ,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이랍니다.

추운 겨울날인데도 이상하게 하얗게 싸인 눈을 보면 포근한 기분에 빠져들어요.

그런 기분이 책 읽는 시간 내내 함께 하는 순수한 그림책이네요.



눈아이/안녕달/창비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날,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길을 뽀드득뽀드득 밟으면서 학교 가는 길.

빨간 장갑과 초록색 목도리로 몸을 감싼 채 걸어가고 있는 아이 옆에서 들려오는 뽀득뽀득 소리.

어?

잘못 봤나? 싶지만 학교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한 그 아이.

또다시 뽀득 뽀득.

이렇게 아이와 눈아이는 만났네요.


 


 

 

동글동글한 눈아이와 동글동글한 아이가 눈을 마주치며 말하고 웃고 노는 그 모습에 저도 동글동글해졌어요.

우아~ 우아우아~~ 우아우아우아~~~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따라 하고 있네요.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로 아이와 눈아이의 말을 표현해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배경그림과도 잘 어울려요. ♡


아이와 눈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눈처럼 쌓이면서 우정이 싹트고 그리움이 양분이 되어 드디어 반가움을 꽃피우는 순간, 저도 같이 활짝 미소 지었습니다.


 


 


편안한 색감과 부드러운 터치로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한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순수한 존재와 나누는 우정을 잘 포착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아이, 다른 친구들을 보고는 쓱 손을 빼는 아이를 보면서 건네는 눈아이의 질문에 콧날이 시큰했네요.

날씨에 따라 몸이 변하는 신기한 눈아이를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어요.

 

찾았다!

다시금 시작된 그들만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쉿!

몰래 감춰두고 혼자서 보고 싶은 보물 같은 그림책이지만 좋은 건 다 같이 봐야겠죠.

안녕달 작가님의  「눈아이」


호~ 서로의 온기가 그리운 계절에 만나는 신비로운 친구, 눈아이를 통해 마음에 따스한 기운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올겨울에는 아이와 같이 눈사람과 눈빵까지 맛있게 만들어야겠어요. :D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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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어둠 -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율리아 에브너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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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162110.jpg

한낮의 어둠/율리아 에브너 지음/한겨레 출판

 

 

 한낮의 어둠 

세상을 암흑으로 물들이는 극단주의에 대한 심층 보고서.

누가, 왜 극단주의자가 되는 걸까?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열 개의 극단주의 집단에 잠입한 연구원이 정리한 글이다. 이 대담한 개인적 연구는 우리에게 국제적 극단주의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이에 대한 대책에 대한 촉구 및 환기를 제기하고 있다.


한낮의 어둠 - 차례


급진화 과정 단계


 

저자는 저자는 지하디스트, 기독교 근본주의자, 백인 민족주의자, 음모론자, 과격한 여성 혐오주의자 등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가진 극우주의 집단에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접근하였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집회, 콘서트에 직접 참석하여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이중화가 두드러졌다.

평범한 자아와 사악한 자아가 동시에 발달하는 현상인 '이중화'는 3차 사회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그들만의 채널로 유도하여 머물게 한다. 이때 재미와 친밀감, 성취감 등을 느끼게 하여 집단의 일원으로 서서히 물들게 하는 것이다.

 

저자와 트래트와이브즈 단체, 지하디 신부들 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조직원으로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남편,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평가하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저자 또한 고통스러운 이별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로만 끝나지 않은 채 약해진 상태에서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이렇듯 극단주의는 너무나 쉽게 우리를 이용할 수 있다.

 

극우 극단주의자 때문에 첫 번째 직장을 잃은 저자의 일화를 통해 극우집단의 미디어 장악력의 실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반극단주의 싱크탱크가 가해자의 요구를 수용하여 여태껏 지켜온 신념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

 

극우 선전물과 음모론 등을 올리는 극우가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진실이 서서히 쇠퇴하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고 한다. 정치 기구와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과 기성 언론과 학문 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믿음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극우 집단들은 선전, 회원 모집, 임무 수행을 게임화하는 방법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주류 미디어들과는 달리 트롤링을 통해 영향력을 펼쳐 그들만의 뒤틀린 진실을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연합을 구축해 자신들의 생각을 세계 무대로 소개해 영향력을 최대화하고 있다. 대안 소셜미디어, 뉴스 채널에서부터 메시지 앱, 암호화폐까지 대안 테크의 등장은 극우 집단의 세력이 힘을 모으고 키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동원이 가능함을 일깨워진 샬러츠빌 집회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별개의 현실이 아니라는 경종을 울린 크라이스트처치 공격 등을 통해 극우 집단의 계획과 목적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온라인의 청년들을 세계화와 리버럴리즘에 맞서는 자신들의 '저항 운동'에 합류시키고자 한다.

 

극우는 기술과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대를 만들어서 그 영향력을 넓고 빠르게 키우고 있다. 독싱, 트롤링, 해킹 등을 통해 경제적, 인적 자원 없이도 정치 과정, 기업 운영을 마비. 붕괴시키고 국가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제 하이브리드적 위협, 즉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뒤섞인 테러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전한다.

 

책을 읽으면서 거리감이 일부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는 소셜미디어를 많이 하지 않고 책 내용 대부분이 유럽, 독일, 미국 등 외국 상황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2015년 1월 '김 군'이 터키 여행을 하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극우집단에 가담한 일이 떠오른다. 또 최근 미국 대선 소식에서 자주 접했던 '큐어넌'이나 이슬람 극우단체들의 우리나라를 향한 테러 협박,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상황들이 극단주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극단주의의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한때 주변부에 머물렀던 것이 이제는 주류가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주도하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가 던지는 민주주의 정체성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들은 그 답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때의 대가는 무엇일까?"라는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에 멈칫하게 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극단주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일단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극단주의에 대한 선입견부터 걷어내고 제대로 알아야 그들에게서 나를 우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단체 이히빈히어(소셜미디어에 유해한 토론 문화가 퍼지지 못하게 막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의 대응 전략이 매우 인상적이다. 혐오 캠페인에 대항해 모든 회원이 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대응 캠페인을 개시한다고 한다. 그러면 토론 게시판을 방문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악성 댓글 대신 이히빈히어 회원들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글을 먼저 보게 되니 훈훈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극단주의자의 전략에 맞서 '좋아요' 대응 캠페인을 펼치는 것과 같은 인간 중심적인 접근이 중요할 것이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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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시간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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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한 해 실종되는 사람 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9만 5천 명입니다."

"가출이나 일시적인 잠적을 뺀, 순순하게 실종된 사람이 9만 5천 명이죠.

쉽게 말해, 하루에 260명씩 사라지는 셈입니다."

 

우연히 접한 신문기사가 모티브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 <화성의 시간>

- 「사망보험금 타려 아내 5년간 감금」 서울신문, 2012.7.2

 

유영민 작가가 풀어내는 서사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해 실종 인구가 1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루에 260명이라니,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그 질문에 대한 한 줄기 답이 될 수 있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안토니 반 다이크 작 <Study Head of a Young Woman> 속 여인의 시선 처리가 마음을 흔드는 <화성의 시간>

 

화성의 시간/유영민/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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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느 날, 여느 주부와 다를 바 없는 여자가 집 근처 재래시장으로 장을 보러 간 이후 실종이 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 여자의 오빠 문창수가 민간조사원 김성환에게 6년 전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조사를 부탁합니다. 실종된 지 5년이 지나 실종선고 심판을 요청한 상태로 선고가 내려지면 실종자는 법적 사망으로 간주되며 모든 과정에 1년 정도 소요된다고 합니다. 문창수는 실종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여동생 문미옥을 찾고자 합니다. 선고가 내려지면 매부인 오두진이 보험금으로 30억 원을 타게 되기 때문이죠.

 

성환은 6년 전 사라진 여자, 문미옥을 찾기 시작합니다. 사실 성환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경찰을 그만두고 민간조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능한 경찰이었던 그는 많지 않은 손에 쥔 정보로 문미옥의 흔적을 쫓기 시작합니다.

성환은 조사를 진행하면서 문미옥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게 됩니다.

한결같이 그녀를 밝고 따뜻하고 정 많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다 결혼했는데 다른 직원들은 아무런 낌새도 챌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부부가 살던 아파트에서 만난 할머니께서는 부부가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얘기를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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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이 조사를 하면 할수록 초반에 오두진에게 가졌던 의심이 옅어지고 다른 가설이 등장합니다.

- 보험금 사기극 -

딱 6년의 시간을 1억 6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행성, 화성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은 미옥.

가해자-피해자가 아닌 공모를 한 것입니다.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벼랑 끝까지 몰린 미옥의 사정이 충분히 공감되는 상황이라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 이야기인 듯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결핍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공허와 결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두진, 문미옥, 김성환, 아내, 노숙자 야구모자

 

그 결핍을 어떤 방식으로 채울지는 각자 다 다들 것입니다. 하지만 결핍이 너무나 크면 결국에는 잡아먹혀 공허한 껍데기만 남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두진처럼 말이죠.

오두진이 만드는 디오라마가, 문미옥의 생일 별자리 수호성인 화성이 그 공허와 결핍을 공간화해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두진과 다르게 문미옥은 희망을 꿈꿉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면서 영혼과 기회라는 희망의 빛을 키웁니다. 이는 현재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달라서이지 않을까 싶네요.

오두진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결핍으로 공허의 방으로 가득 찬 어른으로 자랐고,

문미옥은 평탄한 삶은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소중한 아이까지 낳게 되어 진정한 가정을 이루었기에 돈이 결과인 공모 관계였지만 목적이 달랐습니다.

채워지지 않은 결핍은 파멸을 부르듯 오두진은 끝을 보려 하지만, 그에게도 빛이 있었네요. 살갑지는 않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거리에서 곁을 두고 있는 존재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성훈과 아내도, 노숙인 야구모자도 실체가 없는 삶, 허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모성 자체인 문미옥을 만나면서 그들은 변하게 됩니다. 그동안 그들을 짓눌렀던 분노, 슬픔 그리고 죄책감과 공허를 조금씩 내보내고 바깥세상으로 꿋꿋이 나갈 채비를 합니다.

삶의 고요함과 평온함 속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아름다움을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직접 지은 윤슬이라는 이름의 딸과 미옥이가 살아갈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내일을 그려봅니다.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을 맘껏 누리길.

 

공생하지 못하고 결핍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을 소설 속에서 허무하고 가슴 아픈 사건사고들로 접하니 더 슬프고 죄책감이 듭니다. 그리고 내 위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옆에 있는 아이가 사람이 결핍되지 않도록 밝은 미소와 따뜻한 온기를 전해줘야겠습니다.

 

그리고 미옥이 말한 것처럼 상처 줬던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마음과 슬픔의 마음과 그리고...... 용서의 마음이 깃든 자비를 말이죠.

살면서 거치는 모든 인연이 부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고, 사실상 나쁜 인연이란 없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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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 케이스릴러
노효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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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面識犯)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얼굴을 아는 관계인 사건의 범인을 말한다. 그래서 책 제목만으로 아는 사람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를 상상했었다. 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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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학자 도경수는 하안대학교 전임교수가 되면서 6년 전 하안시에 정착했다. 매년 명절과 부모님의 기일이 되면 홀로 산소를 찾던 경수는 그날도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산소로 향했다. 매번 묵었던 숙소로 가던 중, 경수는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화학약품에 취해 납치되고 만다. 

차가운 공간에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도망친 경수는 뒤쫓아오는 이를 피해 지나가던 차를 얻어타고 벗어나려고 하였으나...... 그 순간 깨달았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과 똑같다는 것을!

범인의 정체를 몰랐던 공포보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납치한 사실을 아는 순간, 끔찍한 수렁으로 빠지게 되어 벗어날 수 없다는 지독한 좌절감에 휩싸였다. 두려움과 함께 가족들 걱정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을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범인을 알아차리는 순간 공포가 온몸을 휘감는다. 

그리고 자신의 행세를 하는 범인이 접근하는 상대가 가족이라면 온몸을 휘감았던 공포는 올가미가 되어 옭아매고 조여들며 압박해온다. 

범죄 심리학자 도경수와 똑같은 얼굴을 한 채 경수 가족에게 접근하는 이 남자는 어떤 연유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아이가 실종되고 범인이 잡히기까지 얼마나 끔찍한 시간들을 보냈던가?

드디어 잡혔다!

범인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범인은 결단코 내.아.이.를 죽.이.지.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정황상 그는 내 아이를 죽인 범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가? 

 

나성경의 살인 사건으로 두 가정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진짜 범인을 찾아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고 똑같이 복수하고 싶은, 슬프고도 끔찍한 복수극이 시작되었다. 치밀한 계획으로 시작된 복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나 계획과는 다르게 전개된다. 그 와중에 상관없는 이들까지 다치게 되면서 복수의 칼날은 복수를 하는 자에게 또한 고통을 주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당사자를 마주한 성경의 아버지 석준은 묻는다. 

"왜 그런 거야?"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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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노효두/고즈넉이엔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이라 대치되는 두 가정이 이해가 되었다. 

아이를 잃은 한 가정과 그 비극을 자신의 아이가 했다고 믿었던 또 하나의 가정. 

그 슬프고 끔찍한 사건 앞에서 경수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이렇게 큰 비극을 몰고 올지 알았더라면...... 하는 일순에 후회를 하겠지만 같은 상황이 되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씁쓸함이 들었다.

 

이 일로 해체된 가해자의 가족들이 커다란 비밀을 공유한 채 가면을 쓰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입지를 다지며 살아가는 모습에 이질감과 불쾌감을 느꼈다. 사회적 명성 너머 개인적 평안과 안정이 결여된 공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곁에 두고 있는 듯했다. 

 

 

내가 나임을 포기한 순간부터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건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얼굴이 어색해지기 시작한 게. (p.59)

 

 

성경이 살인 사건에 대한 전말이 드러난 순간 석준을 강타했던 감정의 물결에 나도 휩쓸려 한없이 떠내려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살인사건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배경에는 이유 없이 외면당하고 무시당하고 배척당했던 겹겹이 쌓인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그 아픔이 또 다른 약자에게 분노로 발산되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온 결과였다. 

 

우리 어른들이 드러내는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들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간과한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이다. 아이들의 세계를 보고 놀랄 일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의 세계를 직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말로만 "바르게 살아라.", "정직하게 살아라.", "친구들과 싸우지 말아라.", "거짓말하지 말아라."가 아닌 어른 스스로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어른의 세계가 변하면 자연스레 아이의 세계도 달라진다. 

 

 

욕실 천장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머릿속을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바라봤다. 

그 물방울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경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저 물방울처럼 자신도 악착같이 버텨내겠다고. (p.290)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보이는 결과만을 덮으려고 한 경수와 한나.

그 잘못된 결정을 부여잡고 지키겠다고 악착같이 버텼던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지키고자 한 것일까? 진실이 없는 그들의 세계는 이미 끝이 정해져 있었던 건 아닐까. 

 

 

자신이 죽인 저 아이를 다시 살려야 했다. 

꽤 오랫동안 범인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돼 있었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그쪽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p.325)

 

 

 

하아~ 깊은 숨을 내쉬어 본다.  

억눌려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진 기분이다. 

<면식범> 단순히 죄를 저지른 범인을 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범죄가 일어나게 된 배경을 조명하면서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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