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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어둠 -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율리아 에브너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한낮의 어둠/율리아 에브너 지음/한겨레 출판
한낮의 어둠
세상을 암흑으로 물들이는 극단주의에 대한 심층 보고서.
누가, 왜 극단주의자가 되는 걸까?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자 열 개의 극단주의 집단에 잠입한 연구원이 정리한 글이다. 이 대담한 개인적 연구는 우리에게 국제적 극단주의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주고 이에 대한 대책에 대한 촉구 및 환기를 제기하고 있다.
한낮의 어둠 - 차례
급진화 과정 단계
저자는 저자는 지하디스트, 기독교 근본주의자, 백인 민족주의자, 음모론자, 과격한 여성 혐오주의자 등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가진 극우주의 집단에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접근하였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집회, 콘서트에 직접 참석하여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이중화가 두드러졌다.
평범한 자아와 사악한 자아가 동시에 발달하는 현상인 '이중화'는 3차 사회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그들만의 채널로 유도하여 머물게 한다. 이때 재미와 친밀감, 성취감 등을 느끼게 하여 집단의 일원으로 서서히 물들게 하는 것이다.
저자와 트래트와이브즈 단체, 지하디 신부들 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조직원으로 변화시켜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남편,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평가하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저자 또한 고통스러운 이별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로만 끝나지 않은 채 약해진 상태에서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이렇듯 극단주의는 너무나 쉽게 우리를 이용할 수 있다.
극우 극단주의자 때문에 첫 번째 직장을 잃은 저자의 일화를 통해 극우집단의 미디어 장악력의 실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반극단주의 싱크탱크가 가해자의 요구를 수용하여 여태껏 지켜온 신념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인지.
극우 선전물과 음모론 등을 올리는 극우가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진실이 서서히 쇠퇴하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고 한다. 정치 기구와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과 기성 언론과 학문 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믿음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극우 집단들은 선전, 회원 모집, 임무 수행을 게임화하는 방법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주류 미디어들과는 달리 트롤링을 통해 영향력을 펼쳐 그들만의 뒤틀린 진실을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연합을 구축해 자신들의 생각을 세계 무대로 소개해 영향력을 최대화하고 있다. 대안 소셜미디어, 뉴스 채널에서부터 메시지 앱, 암호화폐까지 대안 테크의 등장은 극우 집단의 세력이 힘을 모으고 키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동원이 가능함을 일깨워진 샬러츠빌 집회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별개의 현실이 아니라는 경종을 울린 크라이스트처치 공격 등을 통해 극우 집단의 계획과 목적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온라인의 청년들을 세계화와 리버럴리즘에 맞서는 자신들의 '저항 운동'에 합류시키고자 한다.
극우는 기술과 소셜미디어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대를 만들어서 그 영향력을 넓고 빠르게 키우고 있다. 독싱, 트롤링, 해킹 등을 통해 경제적, 인적 자원 없이도 정치 과정, 기업 운영을 마비. 붕괴시키고 국가 전체를 공포에 빠뜨리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제 하이브리드적 위협, 즉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가 뒤섞인 테러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전한다.
책을 읽으면서 거리감이 일부 느껴지기는 했지만 이는 소셜미디어를 많이 하지 않고 책 내용 대부분이 유럽, 독일, 미국 등 외국 상황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2015년 1월 '김 군'이 터키 여행을 하는 것처럼 자발적으로 극우집단에 가담한 일이 떠오른다. 또 최근 미국 대선 소식에서 자주 접했던 '큐어넌'이나 이슬람 극우단체들의 우리나라를 향한 테러 협박,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상황들이 극단주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극단주의의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한때 주변부에 머물렀던 것이 이제는 주류가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주도하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그가 던지는 민주주의 정체성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들은 그 답을 찾기가 힘들다.
하지만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을 때의 대가는 무엇일까?"라는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에 멈칫하게 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극단주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일단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극단주의에 대한 선입견부터 걷어내고 제대로 알아야 그들에게서 나를 우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단체 이히빈히어(소셜미디어에 유해한 토론 문화가 퍼지지 못하게 막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의 대응 전략이 매우 인상적이다. 혐오 캠페인에 대항해 모든 회원이 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대응 캠페인을 개시한다고 한다. 그러면 토론 게시판을 방문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악성 댓글 대신 이히빈히어 회원들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글을 먼저 보게 되니 훈훈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극단주의자의 전략에 맞서 '좋아요' 대응 캠페인을 펼치는 것과 같은 인간 중심적인 접근이 중요할 것이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