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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청춘
정해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평점 :
백일청춘 - 영혼 체인지
그동안 영화, 소설의 소재로 많이 활용된 만큼 정해연 작가님은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인생 이야기, 청춘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그녀의 서사는 통했다. 묵직한 주제를 황당한 설정으로 재미까지 더하면서 잘 풀어내고 있다.
'기깔나게 살고 싶은' 18세 고등학생 김유식과
'청춘이 그리운' 65세 대기업 회장 주석호의 좌충우돌 영혼 체인지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십니까? 당신의 청춘은 어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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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고등학생 유식, 65세 SH물류 회장 석호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는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무언가 이상하다.
죽음 앞에서 억울함을 토해냈던 청춘과 돈을 선물 받았지만, 내 인생이 아니었다.
이렇게 뒤바뀐 운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딱 100일.
100일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고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연 마지막 100일은 선물일까?
앞만 보고 달려온 주석호는 자신에게 과연 청춘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그가 기억하는 청춘은 너무나 혹독했던 삶의 기억이었기에 즐기지 못한, 누리지 못한 그 시간들이 아쉬웠다.
그래서 남의 몸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보내는 방식대로 삶을 즐겨보기로 했다. 맘껏.
술 먹고 엄마를 때리고 이혼했지만 궁할 때마다 찾아와 난리치는 아빠를 피해 이사하기도 여러 번.
본인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엄마를 두고 가려니 마음이 찢어진다.
갑자기 늙은 몸은 어쩔 수 없고 이 할바탱이의 넘치는 돈이라도 엄마한테 주고 가야겠다.
이렇게 생판 남이고 목적도 다른 두 사람이 주석호 회장이 일생을 바쳐 세운 SH물류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를 봉착하자 한 팀이 되어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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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청춘/정해연/고즈넉이엔티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65세든 18세든 어떤 나이이든 원통과 한탄으로 울분을 토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100일을 선물 받는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지는 의문이다.
어떻게 살든 아쉬움은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깨달음을 얻은 주석호 회장이 내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석호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처럼 한번 놀아보지 못하고 일만 했던 삶이 억울하다 생각했지만,
청춘을 받쳐 세우고 키워낸 회사를 유식과 함께 지켜 냄으로써 자신의 청춘을 마주하게 되었다.
청춘은 단순히 즐기고 노는 것이 아니었다.
닥친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 해내는 것. 그것이 주석호의 청춘이었다.
그의 회사가 그의 청춘이었기에 청춘을 지켜낸 지금은 아쉬움이 없어졌다.
유식은 돈 걱정 없이 기깔나게 살아보고 싶었던 18세 청춘이었다.
그렇게 사는 게 꿈이었건만 막상 돈보다는 가장 큰 걱정은 홀로 남겨질 엄마이고,
석호 할바탱이 대신해서 살아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성숙해지게 된다.
안만 바라보던 시선이 밖을 살필 수 있게 되면서 확장된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할바탱이 말처럼 살고 싶어졌다.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게 된 석호는 남은 이들이 청춘을 살아낼 수 있도록 그만의 준비를 한다.
어이없고 허망했던 18세 유식의 죽음을 대비하는 석호 또한 선물을 제대로 누렸다.
홀로 감당해야 했던 무미건조한 삶 대신 온기가 가득한 삶을 살 수 있었고 열심히 살아냈던 자신의 청춘을 지켜내기까지 했으니.
'청춘(靑春)'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처럼 인생 중 생명의 기운이 요동치는 시기를 나는 어떻게 보냈던가 떠올려본다. 나름의 열정으로 불태웠던가, 세상의 눈에 끌려다녔던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던가. 빛나는 젊음이 가득 찬 기억들 속 피어오르는 아쉬움을 누르며 마음을 추스른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석호와 유식의 영혼 체인지.
기적처럼 주어진 선물로 청춘의 의미를 새겨준 <백일청춘>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는 세대도
청춘을 보내고 있는 세대도
청춘을 보낼 세대도
함께 읽고 찬란하고 눈부신 자신만의 청춘을 만들어가고 기억하길 바란다.
"어차피 우리는 죽잖아."
"난 청춘을 바친 내 인생이 억울하다고 했고, 너는 제대로 기깔나게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었다고 억울하다고 했댔지? 그 억울함을 상쇄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우리가 바뀐 거야. 말하자면 그건 선물이라고. 선물의 끝이 그런 것일 리 없어."
"이렇게 아팠어, 혼자?"
"몸이 안 바뀌더라도, 우리 엄마의 아들로 살아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