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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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장편소설/ 인플루엔셜 출판사




어쩌다 킬러 시리즈 3번째 이야기가 우리를 찾아왔다.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이번 작품 역시 핀레이가 핀레이했다!


첫 번째 이야기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에서 핀레이 도너번은 어쩌다 킬러로 오해받고 어쩌다 살인 의뢰가 해결되어 죽여주는 킬러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여 인기 작가가 된다. 이어 두 번째 이야기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에서 이혼한 전 남편을 노리는 프로 킬러 싹쓸이의 등장으로 다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된다. 그러다 무시무시한 마피아 보스 펠릭스 지로프와 거래까지 하게 된다.



어쩌다 킬러 '핀레이 도너번' 이야기는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액션도, 사랑도 강력해지고 있다. 더 어둡고 아찔한 줄타기가 핀레이의 숨통을 조여올수록 그녀의 연애 지수는 상승하는 듯하다. 

지난 이야기에서 핀레이를 뒤흔들었던 두 남자 닉과 줄리언 그리고 전남편 스티브까지 등장하지만, 역시 그녀의 맥박을 빠르게 뛰게 만드는 이는 현실에서도, 그녀가 집필하는 소설에서도 경찰이다. 가까워졌다가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어냈는데 이번에는 과연 닉과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을는지……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비밀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래서 '경찰 아카데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사건, 사고들이 휘몰아친다. 좁은 공간에서 비밀과 비밀이 만나 일으키는 스파크에 몸을 사려야 할 정도다.




"거짓말은 누구나 하는 법이니. 

숨기는 데 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





전작에 출연한 프로 킬러 싹쓸이를 찾아라! 미션이 이번 이야기의 큰 줄기다. 싹쓸이가 노련한 경찰 같다는 추리를 바탕으로 언니 조지아와 그의 동료들이 이끄는 경찰 아카데미에 핀레이와 베로 콤비가 잠입한다. 적과의 동침같이 아슬아슬 불안하면서도 닉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짜릿한 순간들이 우리 독자들을 쥐락펴락 요리한다. 긴장과 흥분이 교차하는 어쩌다 킬러 시리즈의 시그니처 매력이 흘러넘친다. 




"좋은 사람은 항상 구린 데가 있죠."





누가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에도 핀레이와 베로는 여러 인물들을 용의자로 두고 소거한다. 인물들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유쾌하다. 킬러 시리즈지만 로맨스와 육아가 주를 이루는 싱글맘과 베이비시터 콤비라 유머와 성적 긴장감이 밝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핀레이가 엄마로서, 작가로서 살아가고자 애쓰지만 여자로서 주변 인물과 감정을 나누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닉, 스티브, 줄리언, 웨이드까지 그녀에게는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들뿐만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기존 인물들과의 인연으로 확장되고 탄탄해진 작품관으로 세 번째 시리즈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어쩌다 킬러 시리즈.


닉의 파트너 조이는 왜 나를 의심하는 걸까? 싹쓸이일까? 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재크의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저 좋은 엄마이자 인기 로맨스 작가가 되고 싶을 뿐인 핀레이는 해리스 미클러, 칼 웨스터버 과거의 유령들이 다시 등장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경찰인 닉에게 끌리는 마음까지 추슬러야 하는 큰 어려움에 처하고 만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싹쓸이를 찾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그녀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더 강렬해진 액션과 더 아찔해진 로맨스에 빠져들 시간이다. 



엘 코시마노 작가는 핀레이와 닉의 험난한 가시밭길 로맨스에 마음이 아리는 독자들을 위해 여러 사랑 이야기를 더해주는 섬세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매번 헷갈리게 만드는 패들로 추리를 완성 지어 나가는 핀레이와 베로 간의 유대를 다져주는 전개로 빛나는 워맨스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로맨스, 액션, 범죄, 거짓말, 비밀. 넘치는 관전 포인트에 순식간에 이야기가 끝나버려 오히려 아쉬운 『당신의 비밀을 묻어드립니다』였다. 또 끝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안된다는 공식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설마? 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번 시리즈에서도 뒤통수 여러 번 맞았더니 얼얼하다. 



이번 이야기에서 베로의 과거가 거의 밝혀진다. 베로의 소꿉친구 하비가 사촌 라몬 대신 계속 엮이는 상황이 펼쳐지더니 결국 네 번째 시리즈 예고에 등장하였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초반 캐릭터가 붕괴되어 아리송한 인물이었던 베로. 그녀의 진짜 모습을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네 번째 이야기 출간이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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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앙드레 풀랭 지음, 소피 카슨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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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불의를 모른 척한 이의 최후는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독일의 목사이자 신학자인 마르틴 니묄러가 지은 《그들이 처음 왔을 때…》 시가 적절할 듯하다.






이 시를 바탕으로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한울림의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이다.

앙드레 풀랭 작가의 글과 소피 카슨 작가의 그림으로 세상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질문과 답을 전하고 있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앙드레 풀랭 글·소피 카슨 그림/ 한울림어린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불러온 무관심과 침묵이 세상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를 담고 있다. 글의 화자로 등장하는 강아지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진실을 마주할 독자를 향해 우려 섞인 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할아버지가 하지 않았던 일들로 벌어진 비극을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한다. 성별, 국적, 나이, 인종, 문화, 종교, 기호, 취향 등이 다른 존재들이 제각기 자신이 바라는 삶을 꿈꾸며 이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정답인 양 쭉 뻗은 길이 아닌 여러 방향으로 뻗은 길을 원할 때 원하는 만큼 걸어갈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림책 속 '그들'처럼 통제하고 억압하는 집단, 세력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에 방관하거나 침묵하거나 외면하면 어떤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는지 그림책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은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켜보던 할아버지였다. 잡혀가는 존재에 대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겁이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도 잡혀갔다. 마치 줄지어 가던 사람들이 뒤에서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지는 것처럼 조여오는 공포가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다. 


그림책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희망''을 노래한다. 우리는 손에 손을 붙잡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옳지 않은 일에 용기를 내어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우리 서로 굳게 잡은 손, 그게 바로 희망이야."





그림책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은 인종차별, 식민주의, 종교 박해, 동성애 혐오, 약탈 등 옳지 않은 일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더 먹먹한 울림을 선사한다. 어린이 도서로 출간되었지만, 누구나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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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5
황모과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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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독/ 황모과 지음/ 현대문학/ 핀시리즈 005




명치를 정통으로 맞은 듯 강한 충격을 선사한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


유전자 편집이 상용화된 미래는 편집인과 비-편집인으로 철저히 구분되는 사회이다. 경제력으로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 차이는 비-편집아들의 내일을 끝없이 없는 수렁으로 이끈다. 황모과 작가는 놀라운 상상력과 인간에 관한 성찰로 '삶의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는 능력이 곧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비-편집인 한정민이 죽을 이유를 아니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여정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 서사를 따라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다 보면 한정민으로 대변되는 수많은 비-편집인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 이하로 살아가면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얼마나 될까? 기회라 여겼던 선택들이 누군가에 의해 기획되고 예견된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경악과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선생님의 마지막 순간을 인류를 위해
쓰게 해주십시오."



소설 속에서 인공지능은 비-편집인과는 반대의 이유로 다운그레이드 된다. 인간을 능가하는 그들이 세상에 인간이라는 종을 불필요하다고 여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장치와 인공지능에 결핍을 설정하게 만들었다. 장치가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인간, 그 인간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한정민은 다운그레이드 된 장치들과 교류한다. 이 시간은 정민이 삶의 존엄을 깨우치게 되는 겸허한 경험이었다. 




인간과 기계는 양극단이 아니었다. 

두 개의 점이라고만 생각했던 사이에 

수많은 지점이 있었다. 인간들이 그러하듯. 

다른 종들이 그러하듯.




나는 인간인가,라는 질문조차 오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비-편집인이라는 세상이 씌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다운그레이드 한 그는 자신이 인간 이하가 아니라 기계 이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우열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고 겸허해졌다. 




비-편집아 한정민은 스스로 사육장 철창 안으로 걸어들어가 죽음을 갈망할 정도로 다운그레이드 되고 나서 연구소에 자신을 일임한다. 그곳에서 더티 워크 작업을 수행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것이라 여긴 그에게 세상은 바닥 아래 심연을 열어 보였다. 그렇게 그는 활짝 열린 어두운 아가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사육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모과 작가는 마지막까지 이름이 없는 비-편집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서로 관계 맺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인간 한정민이 편집인, 비-편집인 원을 뛰어넘어 기억 속 가족(진짜 가족이든 환상 속 가족이든)으로 인지한 현실의 타인과 함께 일어서려는 결의를 보여준다. 비로소 삶다운 삶, 존엄한 삶을 향해 내딛는 힘겨운 발걸음이 또다시 세상의 개입으로 방해받지만, 또 다른 공간과 만남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학습한 다운그레이드 당한 장치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멈춤을, 소멸을 선택했다. 편집인을 대변하는 노아는 이들의 고귀한 선택을 조롱하지만, 정민은 새로 만난 노인과 함께 꽃을 올리며 추모한다. 명령을 내리는 자와 명령을 수행하는 자인 듯했지만, 결국 노아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역할일 뿐이다, 타협하고 조율하고 체념하면서 살아가는. 이 대목이 씁쓸하고 서글프고 아찔하게 다가왔다. 



디스토피아, 좌절과 포기로 점철된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에게 우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잔인하게 짓밟혔지만 돌고 돌아 살아남았다. 소멸 대신 노파의 이야기를 듣고자 마음먹은 정민의 남은 시간이 궁금해진다. 









인간, 존엄, 삶, 죽음에 대해 질문하고 나름의 답안을 찾아가는 소설 [언더 더 독]이었다. 자신을 버렸던 한 인간이 다른 존재를 구원하고자 손을 내밀게 되고, 살아남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오늘을 맞이하였다. SF 형태로 존엄한 삶과 인간성을 그려낸 [언더 더 독], 그 깊이 있는 통찰을 추앙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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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
장다혜 지음, 바나 그림 / 북레시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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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 장다혜 글/ 바나 그림/ 북레시피




2025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드라마 

미스터리 멜로 사극 《탄금》 그림판 버전 『홍랑』


《탄금》의 서스펜스를 살짝 드러내고 세 남녀의 비극적인 엇갈린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절절한 사랑 하지만 어긋난 운명으로 파사삭 무너져내리는 삶의 그림자를 화폭에 매혹적으로 담아낸 그림판이다. 






홍랑, 재이, 무진.

민상단의 단주 심열국의 아이들인 이들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씨받이 소생인 외동딸 재이, 민상단의 실세인 민씨 부인의 아들로 실종되었다 십 년 만에 돌아온 홍랑 그리고 홍랑의 실종 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들인 양자 무진이다. 

심열국이 짠 판에서 말로 소모될, 가엽고 아름다운 세 영혼은 처음부터 뒤틀린 운명을 손에 쥐고 있었다. 한 사람의 야욕이 불러온 비극은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글이글 타올라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려 들었다. 하지만 그 참혹한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은 큰 변수가 되었다. 





인물들 간의 연결고리가 제법 그려질 즘부터는 민상단을 둘러싼 세 남녀의 기구한 운명의 수레바퀴가 멈추는 날, 마주하게 되는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는지 마음 졸이며 한 줄 한 줄 읽어나갔다. 어느 누구 한 명도 가슴 시리지 않은 이가 없으니, 지독히도 이지러진 운명이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운명은 풀 매듭마저 보이지 않아 마음이 답답한데, 바나 작가의 화려한 그림이 시선을 붙잡는다. 사계절 흘러가는 사이에 만나 엮이고 흔들리다가 길을 정하는 그 모든 선택과 감정들을 가느다란 선 따라 형상화된 인물들이 토해내고 있었다. 

민상단의 심열국과 민씨 부인 그리고 그들 주변 인물들이 세 주인공에게 벌이는 일과 세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대비되어 마음을 더 쓰라리게 한다. 주인공 외에도 인회, 을분 어멈, 귀곡자 등 생생한 캐릭터들이 극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어 눈에 띈다. 





《탄금》의 서스펜스 대신 큰 줄기가 된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탐욕과 타락, 거짓으로 점철된 어두운 현실에서 유일한 빛이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강렬한 이끌림,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반응을 소설 『홍랑』은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복수의 칼날을 드리워야 할 집안의 자식에게 흔들리는 심정을, 십 년 만에 돌아온 아우에게 끌리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모든 것을 손에 쥘 그날만을 그리며 인내해왔건만 다 어긋나 부서져버린 감정을 절절히 담아내고 있다.




"내가, 널! 내가 널 …… 걱정하였다. 

죽었을까 봐. 다신 안 돌아올까 봐!"





"그렇게 왁자지껄, 복작복작……  

투덕거림이 끊이지 않는 집에 막내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 

그리 빌었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꼬리별에 가난을 소원하는 재이와 누이의 소원을 꼭 이뤄달라고 비는 홍랑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소설 『홍랑』은 상단과 왕실의 결탁으로 벌어진 추악한 비밀과 목숨을 내던진 복수보다 이 애절한 사랑에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탄금》이 궁금해졌다. 홍랑과 재이, 무진이의 남은 이야기가 말이다. 






붉은 동백꽃, 하백 꽂이 흐드러지게 핀 『홍랑』의 향기가 진하게 퍼지는 하루이다. 소설 《탄금》, 드라마를 접하기 전 『홍랑』부터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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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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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문학과지성사




<아일랜드>라는 제목에 호기심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근미래에 줄라이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공항 안내로봇유니온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동화다. 






주인공 유니온은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로 보이는 크기의 인공지능 안내 로봇으로, 줄라이 공항 내 편의시설을 안내하고 탑승구까지 동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여행지로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치는 통로로 깊게 생각해 보지 않던 공간인 '공항'이 유니온에게는 전부였다. 공항을 벗어난 적이 없고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유니온에게 공항은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자 삶 그 자체였다.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불과했던 '공항'을 색다르게 인식하게 만들어준 동화이다. 







유니온은 로봇이지만,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호기심 많다. 특히 탐지견 티미와 공항 미화원 안다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인상적이다. 프로그래밍된 역할에만 한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하고 사색하여 세상과 연결되려는 유니온의 자세에서 '사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의 의미를 배웠다. 





연한 분홍색을 띠고, 

꼭 커튼처럼 살랑살랑 나부끼는 형태야. 

신기하지 않니? 

네가 그런 따뜻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게.

- 안다오가 유니온에게 p.64




객관적인 사실을 저장하고 학습하는 유니온은 인간에 관해 호기심이 커질수록 이상한 경험을 한다. 안다오와 '영혼'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강렬한 진동을 느끼거나 경험하지 않은 무언가를 상상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새까매지고 반사 신경이 느려지는 듯했다. 




"살아있고 싶었어. 

살아 있는 것들 틈에서, 그 펄떡펄떡 뛰는 생명력 안에서 

내 인생을 느끼고 싶었어. 세상의 모든 인종을 다 만나고

싶었고,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어."

- 안다오가 고향을 떠나온 이유 p.64



"꼭 영원히 친해야만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주 잠깐만 친했어도, 우리가 친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해도,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 이민을 가게 된 초등학생이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유니온은 공항 손님인 제인이 물어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차크라마 섬에 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제인과 차크라마 섬을 향한 탐구는 계속되었다. 그 깊고 따뜻한 여정이 유니온의 공항 일상에 녹아들었다. 유니온이 제인을 향해 보내는 수많은 메시지들이 공항 고객의 메시지가 되어 전 세계로 전달되었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다정한 순간이었다. 제인은 모를지라도 유니온의 진심을 줄라이 공항을 이용하는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선택하여 공감해 주었다. 가슴이 찌르르 저렸다. 아프면서도 감격스러웠다. 




당신의 여행은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 -p.132





<아일랜드>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만남, 우정, 이별 등 삶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데 담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요동치는 감정은 독자의 몫이자 역할로 남는 듯하다. 아파도, 슬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유니온 대신 힘껏 감정을 토해냈다. 


나는 그렇게나마 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p.109




그렇게 유니온의 이야기가 끝났다. 하지만 유니온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차크라마 섬, 그곳에서 티미를 비롯한 수백 명의 입주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유니온은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것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용기 있고 지혜로운가. 


다정한 호기심을 품고 주변을 살피는 유니온의 이야기는 유한한 삶 속에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을 나누는, 이름을 불러주는 내 주변의 존재들이 새삼 그립고 고마워지는 시간이었다.




"믿을 수 있다면 차크라마로 떠나 주시겠습니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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