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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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문학과지성사




<아일랜드>라는 제목에 호기심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근미래에 줄라이 국제공항을 배경으로, 공항 안내로봇유니온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SF 동화다. 






주인공 유니온은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로 보이는 크기의 인공지능 안내 로봇으로, 줄라이 공항 내 편의시설을 안내하고 탑승구까지 동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여행지로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치는 통로로 깊게 생각해 보지 않던 공간인 '공항'이 유니온에게는 전부였다. 공항을 벗어난 적이 없고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유니온에게 공항은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자 삶 그 자체였다.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 불과했던 '공항'을 색다르게 인식하게 만들어준 동화이다. 







유니온은 로봇이지만,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호기심 많다. 특히 탐지견 티미와 공항 미화원 안다오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인상적이다. 프로그래밍된 역할에만 한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하고 사색하여 세상과 연결되려는 유니온의 자세에서 '사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의 의미를 배웠다. 





연한 분홍색을 띠고, 

꼭 커튼처럼 살랑살랑 나부끼는 형태야. 

신기하지 않니? 

네가 그런 따뜻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게.

- 안다오가 유니온에게 p.64




객관적인 사실을 저장하고 학습하는 유니온은 인간에 관해 호기심이 커질수록 이상한 경험을 한다. 안다오와 '영혼'에 대한 대화를 나눌 때 강렬한 진동을 느끼거나 경험하지 않은 무언가를 상상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새까매지고 반사 신경이 느려지는 듯했다. 




"살아있고 싶었어. 

살아 있는 것들 틈에서, 그 펄떡펄떡 뛰는 생명력 안에서 

내 인생을 느끼고 싶었어. 세상의 모든 인종을 다 만나고

싶었고, 그들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어."

- 안다오가 고향을 떠나온 이유 p.64



"꼭 영원히 친해야만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주 잠깐만 친했어도, 우리가 친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 해도, 
우리는 친구지? 그렇지?"
- 이민을 가게 된 초등학생이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유니온은 공항 손님인 제인이 물어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차크라마 섬에 관한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자신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제인과 차크라마 섬을 향한 탐구는 계속되었다. 그 깊고 따뜻한 여정이 유니온의 공항 일상에 녹아들었다. 유니온이 제인을 향해 보내는 수많은 메시지들이 공항 고객의 메시지가 되어 전 세계로 전달되었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다정한 순간이었다. 제인은 모를지라도 유니온의 진심을 줄라이 공항을 이용하는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선택하여 공감해 주었다. 가슴이 찌르르 저렸다. 아프면서도 감격스러웠다. 




당신의 여행은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 -p.132





<아일랜드>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만남, 우정, 이별 등 삶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데 담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요동치는 감정은 독자의 몫이자 역할로 남는 듯하다. 아파도, 슬퍼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유니온 대신 힘껏 감정을 토해냈다. 


나는 그렇게나마 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다. -p.109




그렇게 유니온의 이야기가 끝났다. 하지만 유니온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차크라마 섬, 그곳에서 티미를 비롯한 수백 명의 입주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유니온은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그것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을 안다. 얼마나 용기 있고 지혜로운가. 


다정한 호기심을 품고 주변을 살피는 유니온의 이야기는 유한한 삶 속에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마음을 헤아리고 진심을 나누는, 이름을 불러주는 내 주변의 존재들이 새삼 그립고 고마워지는 시간이었다.




"믿을 수 있다면 차크라마로 떠나 주시겠습니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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