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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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초식마녀 글 ·그림/ 한겨레출판



유튜브를 보지 않는 1인이라 저자 '초식마녀'를 알지 못한 채 [비건한 미식가]를 읽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비건'이라는 길을 걷게 된 진솔한 마음과 요조 작가, 가족, 지인들과의 현실에서 겪게 되는 생생한 비건 라이프를 엮어낸 글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유튜브 채널을 방문해 책 속 레시피를 영상으로 만나보고 소소한 일상을 보는 등  '초식마녀'에게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녀는 모르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어쩌다 비건 요리 유튜버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글을 읽다 보면 '비건'에 대한 의지는 생애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처음 비건을 결심했을 때 매트릭스에서 깨어나는 빨간약을 먹은 네오가 된'(227쪽) 것 같았다는 문장에서 그 결심의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배려와 존중보다는 가족, 마을, 사회 등 공동체적인 화합과 관계를 더 중시 여기고,  다양한 개인을 고려한 선택보다는 평균 ·보통이라 칭하는 다수의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비건을 지키며 살아가는 길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주변에서 듣는 말들 대부분이 아이들이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 부모님께서 직접 재배하셔서 보내주시는 무농약 채소들로 요리한 음식들을 어렸을 때부터 접해서인지 고기반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채소, 생선, 고기 등 해주는 대로 "잘 먹겠습니다."로 시작해 "잘 먹었습니다."로 끝나는 식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 초식마녀 비건 레시피를 식탁에 접목시키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아이라 예상대로 김치 칼제비는 반응이 좋았다. 마라 크림 떡볶이도 마라탕에 익숙해진 아이들 입맛에 잘 맞았다. 대체로 친숙하고 적은 재료라 준비가 쉽고, 간편한 레시피라 뚝딱뚝딱 요리하기도 쉬워서 누구나 한 끼 채식 밥상을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쉽다! 맛있다! 그리고 지구를 위하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는 게 괜스레 배시시 웃음 짓게 만든다.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의 '이 정도'를 맡는 것, '만만한' 실천용 비건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을 담당하는 초식마녀는 비건 유튜버로서 마음가짐과 자세, 목표뿐 아니라 '비건'을 소재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식사 자리나 술자리 옆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게 된다. 


유튜브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 대한 의연한 태도(새로운 공동체를 예견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려 하는 대인배), 

비혼-비출산-비건, 자신을 '비정상 인간'으로 바라보지만 이해하고픈 마음의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엄마에 대한 마음, 

'동네 친구'가 된 20년 친구가 비주류 입맛으로 살아오는 길에 대해 비건이 되어서야 그 마음을 살피고 무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다른 입맛을 반기고, 같은 식탁에 편히 마주 앉게 되기까지 필요했던 긴 시간,

부모님댁에서 키우던 반려견 하리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많은 시간과 마음과 비용을 들인 동생과 함께 장례식을 치러주고 나서야 먹는 채식 한 끼,

'채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시선들에 대한 날카롭고 깊이 있는 메시지와 '돈'을 위해서는 학대 ·살상을 허용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공장식 축산 등 자연을 착취하는 산업과 이에 대해 눈 감는 개인에 대한 뼈 있는 한마디 등 가벼운 일상부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묵직한 주제까지 다채롭지만 뿌리는 하나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돈 없이, 착취 없이 평등하게 사랑하고 사랑하는 삶. 극단적인 육식에, 동물을 학대·착취 ·살상하는 산업에 반대하는 활동인 비거니즘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와 선입견, 거부감이 이 책을 통해 희석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어본다. 그렇게 우리는 연결되어간다. 




글과 그림을 활용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낸 초식마녀의 [비건한 미식가]를 통해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조금은 비껴 우리의 식습관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초식마녀의 귀여운 캐릭터로 전해주는 돼지들의 끔찍한 현실이 진짜 거짓말이 되는 그날은 갑자기 찾아오는 마법이 아니다. 가축 행성에서 다시 태어나지 말고 천국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초식마녀의 기도가 마음 언저리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나를 채우고 남과 나누는, 사랑을 품은 식탁에서 모두가 환대 받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내일을 그리는 우리가 많아지기를 바란다.



한겨레 하니포터 8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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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안개초등학교 1 - 뻐끔뻐끔 연기 아이 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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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안개초등학교 1/ 보린 동화/ 센개 그림/ 창비




다시 돌아온 안개초등학교. 더 오싹하고 기묘하고 가슴 저린 이야기로 우리 곁을 찾았다. 


<쉿! 안개초등학교> 시리즈의 시작은 '조마구'였다. 그리고 무더위에 찾아온 <쿵! 안개초등학교> 시리즈의 시작 또한 '조마구'였다. 등장인물 소개 글에 나온 것처럼 얘는 대체 정체가 뭘까? 그 궁금증이 실마리를 찾은 듯싶다. 


기묘하지만 이제는 정이 든 '묘지우유조마조마또' 4인방의 대활약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반가운 4인방 소개와 함께 시작된 <쿵! 안개초등학교>는 시작부터 경고문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책장을 넘겨본다. 


'자리 뺏기' 게임에서 의자를 뺏긴 조마구가 등받이에  '조마구'라고 써진 탄 의자를 어디선가 가져와 자기 자리에 놓으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때부터 탄 냄새와 연기가 나기 시작하지만 조마구는 모른 척 시침을 뗐다. 








<쿵! 안개초등학교> 첫 번째 부제는 [뻐끔뻐끔 연기 아이]다. 조마구의 탄 의자에서 나기 시작한 연기가 아이 형상이 되어 반쪽짜리 아이인 묘지은에게 들러붙었다. 


뻐끔. 뻐끔.


텅 빈 입을 뻐끔거리는 연기 아이의 모습에 놀랐지만, 그 사연이 궁금해졌다. 무슨 연유로 이렇게 되었을까? 묘지우유조마조마또 친구들이 도와줄 수는 없을까?


돌아갈래…… (뻐끔뻐끔)

데려다줘…… (뻐끔뻐끔)



"뭐든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탈이 안 나."

과학 선생님 말씀대로 연기 아이를 제자리로 데려다주기 위해 나서는 묘지우유조마조마또 친구들 앞에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상상하며 읽어나갔다. 








이번에는 아주 먼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분명 안개초등학교의 썩은 창고가 제자리일 텐데, 의자를 가져다 놓으니 사뭇 다른 느낌의 안개초등학교로 변해 버렸다. 연기 아이가 보여주고, 조마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싹하고 기이하기 그지없다. 지어진 지 100년이 넘은 안개초등학교, 그 유구한 시간 속에 새겨진 전쟁의 고통을 '요괴'라는 기괴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폭탄이 떨어지고, 땅에서는 악인들이 횡포를 부리는 그 참혹함을 말이다. 





"달 없는 낮, 해 없는 밤. 땅에선 요괴가 쫓아오고, 

하늘에선 불 단지가 쏟아진다. 

꽁지닷발주둥이닷발이 부부부부부 소리를 내며 

날아와, 꼬랑지에서 불 단지를 쏟아 낸다."




이번 작품 역시 조마구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번에는 무엇으로 살까? 요괴로 살까? 인간으로 살까?" 조마구의 중얼거림이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요괴가 될지 인간이 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인 것이다. 조마구가 다시 준 기회, 과연 요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부디 인간으로 살기를.






조마구, 정말 너의 정체가 뭐니?

이제 묘지은은 조마구의 정체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 시리즈에서 조마구가 왜 '조마구'가 된 것인지 밝혀질지 기대된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오싹하면서도 슬픔이 서린

옛이야기 같은

<쿵! 안개초등학교> 제1권 [뻐끔뻐끔 연기 아이]로 

멀고도 가까운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뻐끔뻐끔. (데려다줘서…….) 뻐끔뻐끔. (고마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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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좋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7
강효선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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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좋다/ 강효선 글 ㆍ그림/ 길벗어린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47 <남매는 좋다>

어찌 알고 시리즈 이름도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다. 투박한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진한 현실 남매애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락없이 우리 집 2살 터울 남매다. 



어렸을 때는 누나 말이라면 무조건 끔뻑하던 아들이 차츰 주관이 생기면서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의좋은 남매라 책 속 남매처럼 싸우다가도 손잡고 학교 가는 흐뭇한 뒷모습 등 애틋한 추억들이 떠올라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엄마와 둘이서만 놀던 아이에게 동생이 생겨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서로가 있어 행복과 기쁨은 2배, 슬픔과 지루함은 0.5배로 줄어들었다. 








아직은 밀리는 듯하는 그림책 남동생처럼 좋아서, 화나서, 심심해서 동생은 누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어느 날 함께 블록 놀이를 하다가 조각이 부족해 원하는 작품을 만들지 못해 슬퍼하는 누나를 보고 자신의 작품을 부셔서 만들라고 양보해 주었다. 누나는 원하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울적해진 동생 모습에 마냥 기뻐하지는 못하고 대신 꼭 안아주며 양보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많은 시간들이 쌓여 저 아래 자리 잡았던 이 어여쁜 추억이 이 책 덕분에 다시 소환되었다. 둘이라 다행이다. 따뜻하고 감사했던 그 울컥한 감정이 온몸을 감싼다. 






늘 함께 있어 좋은 너희, 남매는 좋다. 참 좋다. 학교 가는 길에, 잠자리에, 여행길에 맞잡은 두 손의 온기가 투박한 터치와 절제된 색감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체를 통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작품 <남매는 좋다>이다. 그림책의 묘미를 잘 녹아내어 두고두고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우리네 현실 속 즐거운 흔한 남매 이야기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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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 여성 인물 도서관 8
한영미 지음, 인디고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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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 청어람주니어



"호외요, 호외! "


재기 발랄한 아이, 

애국심 깊은 소녀, 

열정 넘치는 신문 기자가 되다.





"은희가 남다른 거네."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번뜩이는 재치로, 남다른 열정과 의지로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아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랍니다. 



청어람주니어 출판사에서 기획 ·출간되고 있는 역사의 책갈피에 숨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 여덟 번째 동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입니다. 

옹골찬 최은희가 밝은 모습으로 힘차게 뛰는 듯한 표지 그림은 그가 걸어온 길처럼 투명하고 맑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스르르 미소 짓게 만드는 이 표지를 넘겨 최은희 기자를 만나보겠습니다. 





"햇살 같은 사람이요.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어
웃음이 나게 해 주고 싶어요."





부유한 집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최은희는 깨어있는 부모님 덕분에 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남아선호 사상 같은 유교 사상이 뿌리 깊었던 시대라 최은희는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응원과 격려를 더욱더 고맙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고, 학교를 세워 계몽활동에 앞장서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라 잃은 민족의 아픔을 깨우치고 햇볕처럼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어 웃음이 나게 해주는 이가 되고자 합니다. 




"일본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조선인이 똑똑해져야 한다.
특히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모르면 뭘 지켜야 할지도
모르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의협심 강하고 뚝심 있는 최은희는 어린 시절부터 도전과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롭게 헤쳐나갑니다. 






창동 소학교 1학년 경기 '숟가락에 달걀 얹어 돌아오기' 일화와 고종 태왕 성복날을 위한 '나비 상장' 일화 그리고 일본 유학생 시절 한복을 입고 태극 모양이 그려진 둥근 부채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화를 통해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와 목표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하고, 답을 찾으면 곧바로 실천하는 '최은희'와 함께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꿈이 아닌, 다 같이 행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녀의 힘찬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지키며 독립과 교육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역사 공부를 하면서 일본에 의해 짓밟히지 않으려면 조선인 스스로 문화와 역사를 알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한복을 입은 자신을 보고 비웃는 일본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가여워하며 조선의 독립과 조선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하는 최은희의 남다른 나라 사랑과 큰마음이 벅찬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은밀히 독립운동에 대한 의식을
북돋우기 위함이 아닐까? 신문 기사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아.'




이렇게 나라를 사랑하는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가 됩니다.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를 다닐 때 접한 <매일신보>의 기사 한 편으로 그녀는 각성하게 됩니다. 기사의 힘을 느낀 그녀는 신문기자를 꿈꾸게 되죠.





암울하고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와 굳건한 신념을 보여준 최은희 기자의 이야기에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결코 물러서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그녀는 꿈꾸던 기자가 되어서 세상을 글로 담습니다. 




'기자로서 제대로 일을 못하면
취재원을 구경거리로밖에 만들지 못하게 되겠구나.'





나흘간의 변장 취재로 서민들의 생활 모습과 사회 분위기를 전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찾아 살핍니다. 그리고 6ㆍ10만세 운동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기도 하고, 평등한 세상을 위한 주장을 펼치는 그녀에게 신출귀몰, 신문계의 패왕 등 여러 가지 별명이 붙었습니다. 


최은희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조선의 독립과 더불어 여성 인권 신장에도 힘씁니다. 여성들끼리 단결하여 여성 고유의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 스스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근우회라는 단체로 이어집니다.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하여 발로 뛰는 최은희 기자의 이야기를 숨 가쁘게 쫓다 보니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 나아가기를 원했던 최은희 기자의 깊은 뜻을 계속 이어나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는 다양한 읽을거리와 생각거리 그리고 활동지를 제공합니다. 이번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 최은희>역시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승하를 계기로 일어난 6ㆍ10 만세운동에 대한 역사 이야기와 기자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최은희'가 최초의 민간 신문 여기자라면 최초의 여기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초기 여성 언론인들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요약 ·정리한 연대기까지 흥미로운 정보들이 가득합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으로 활용 가능한 독후 활동지까지 제공되니 최은희 기자 한 분을 만남으로써 확장되는 세상에 깜짝 놀랄 겁니다. 이번 책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낱말들이 다수 등장하여, 낱말 퍼즐 푸는 재미가 있답니다. 논리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유용한 활동들과 기자가 되어 기사 글을 직접 써보는 체험까지 알찬 구성입니다. 책을 눈으로 보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계 활동으로 심도 있게 접근하는 독후 활동지를 꼭 활용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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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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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해킹/ 단요ㆍ문호진 지음/ 창비





<사교육의 기술자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온 『수능 해킹』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사교육 한복판에서 활동해온 사설 모의고사 출제자 소설가 단요와 의사 문호진이 입시 사교육의 작동 원리와 수능의 본질을 낱낱이 밝힌다'는 홍보 문구는 고2 학부모인 나의 가슴에 콱!!! 박혔다. 주저 없이 가제본 서평단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일부 내용이 담긴 가제본을 미리 접할 수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역시나 읽는 내내 고구마 100개를 물 없이 먹는 듯 답답함에 몸서리쳐졌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수능과 입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과 질문들이 사교육 현장에서 뛴 출제자들의 글로 명확하게 정리되어 생각 알갱이들이 또르르 정리되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내용들이 품고 있을 거대한 수능과 입시의 세계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수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등 과거와 현재의 수능과 입시를 분석하여 미래의 수능과 입시를 정립해나가는 길에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과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논하고 있다. 









<1부. 1장.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거론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가지는 사회적 위상은 엄청나다. 이번 4월 10일에 치러진 2024 총선 경우, 3월 모의고사 실시일인 3월 28일부터 선거 유세가 시작되어서 관련 뉴스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듣기 평가 시간에 울려 퍼지는 선거 유세 소리는 많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렇듯 수능은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특별한 행사인 것이다. 왜 대학을 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인 '수능'이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게 되었는지 아이러니하다.  『수능 해킹』은 이에 대한 의문들을 하나씩 해소해 주고, 변화의 방향을 잡아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수능 해킹』은 박제가의  『북학의』 중 한 구절을 서두에 떡하니 제시하여 수능을 '비교육적'이 아니라 '반교육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은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 해 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바로 책 제목인 『수능 해킹』과 일맥상통하는 의미이다. 저자들은 사고력, 논리력, 추론을 기르기 위한 학습이 아닌 논리 흐름과 접근법, 행동 전략 등을 숙달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능 해킹』이라 칭하고 있다. 박제가 실학자가 말한 '시험 보는 법'이 바로 '수능 해킹'이며, 10여 년간 사교육 업계가 해온 일인 것이다. 그리고 수능을 출제·관리하는 평가원이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방식으로 적대적 공생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원의 이런 실용적인 결단을 두고 저자들은 관료 조직이며, 수능 개편 같은 중대 사안을 스스로 결정할 힘은 없으니 정치권이 변화의 의지를 드러내기 전까지 취할 수 있는 최선이라 말한다. 







하지만, 『수능 해킹』을 출간한 본질적인 의미는 사교육계의 수능 해킹과 평가원의 타협적 개입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현상을 해결하고 변화의 의지에 촛불을 붙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수능의 난이도는 기형적으로 상승했고, 서울과 지방의 수능 등급 차이는 역대급으로 커지고, N 수생 비율은 상승세다. 그리고 수능이 추론이 아닌 퍼즐적 사고(목적 없는 추리, 형식만이 존재하는 추리)를 확산시켜 종국에는 사고의 외주화(접근법 자체를 외우게 되면서 주체적인 정신 활동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와닿은 문장들이다.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저자들의 행보에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한국의 교육열이, 성취보다는 승리에 그 목적을 두기 때문일 겁니다.(62쪽)

한국 사회의 경쟁 과열을 줄일 묘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지요. 다 함께 경쟁을 멈추자고 합의하더라도, 그 약속을 배반한 누군가는 큰 보상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들 필사적으로 달려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총량이 고정적이라면, 그 에너지를 유용한 방향으로 돌려보자는 제안은 가능할 것입니다. 수능은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만큼은 자명합니다. 관건은 언제나 '어떻게?'입니다. (91쪽)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탓할 사안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시험의 형식과 요구사항이 잘못된 인식을 유도하고 강제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잘못된 인식은 학습 태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지요. (84쪽)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과열된 입시 제도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열을 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복잡한 마음이다. 사교육을 하지 않다가 고등학교 입학 후 힘들어하는 큰아이를 위해 1학기 기말고사 후부터 학원을 등록해 주었다. 공교육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입시의 관문. 학원을 다니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기쁘고 대견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둘째 또한 사교육 테두리 밖에 있는 아이다. 그런데 큰아이가 힘겨워하는 것을 보면서 더 빨리 사교육을 시작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책에서 거론된 국민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읽으면서 속마음을 들킨 듯 불편하였다. 하지만 분명 이를 넘어서는 변화의 의지가 필요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동체적 관점에서 좀 더 세심하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일 것이다. 



수능과 입시의 작동 원리를 적절한 사례와 논거를 들어 충분히 설명해 주고 반교육적으로 변형된 수능의 변화를 논의하고자 하는 『수능 해킹』이 과열된 경쟁을 식혀주는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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