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평점 :

18세기 지식인, 초상화가, 철학자, 기자, 정치가, 문학비평가, 에세이스트로 존재했던 저자 윌리엄 해즐릿은 사회에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졌고 죽을 때까지 굽히지 않았다고 하며, <원탁>, <셰익스피어 극의 등장인물론>, <시대정신> 등을 출간했다.
해즐릿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가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빈곤, 관념, 삶의 가치, 교만, 성공, 우월 등 인간이 가진 본성을 어떻게 드러내는가에 대한 통찰이자 깨달음을 준달까.
해즐릿은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에서 초상 조각가 조지프 놀레켄스, 노스코트, 퓨젤리 등 자신이 연모하거나 존경하는 당대의 미술가들을 통해 당시 미술계의 인사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성취감(무언가 이뤄냈다는 인식)은 죽음을 앞둔 초조와 공포를 제거한다고 표현하면서, 당시 유명 미술가들은 장수했는데 비결이 바로 이런 성취감이라는 것이다.
성취감으로 가득 찬 사람이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도 죽음이 “좀 더 기다렸다가 와야 하겠다”라거나 사그라드는 노년의 모습을 “마음속에 있는 죽음이 살아 움직이는 유령 같은 그들을 덮친다”라는데 표현하는데 참 감각적이다.
솔직히 그의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뭐랄까, 죽음에 대한 그의 사유의 방식이었던 것 같달까. 시대를 풍미하던 당대 미술계의 인사들이 죽거나 앞둔 시점에서 그가 느꼈던 죽음에 대한 감정들, '대다수 미술가들이 죽음보다는 가난을 두려워' 했다는 현실적 딜레마를 당시 권력층인 왕립 예술원 회원들 통해 노년의 모습을 비꼬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는 인간의 시각이 어떻게 상상력을 자극해 관념을 만들고, 어떤 가면을 쓰게 만드는지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눈에 너무 가까이 들이대지지 않은 먼 것에 어렴풋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의 색을 입힌다."55쪽_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해즐릿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보다 인간이 경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어렴풋한 것이라고 하는데, 인간은 흐리멍덩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말년에 가서야 과거를 회상하고, 그제야 삶이 확대되고 풍요롭고 흥미로워진다고 한탄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들은 자신이 상상하던 사람이 될 수 없음을 한탄하고 심지어 그런 사람을 상상하다가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 하기까지 한다고 지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과거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한탄하는 건 비슷한가 보다.
"눈에 보이는 물체보다 소리와 냄새, 때로는 맛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어쩌면 연상의 사슬에 더 좋은 고리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64쪽
한데 멀어야 좋은 장소나 사물과는 다르게 사람은 가까워야 좋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비방이라고 한다. 즉 상상으로 만든 비방은 사람의 결점을 실제보다 과장하므로 평범한 사람도 괴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소문은 관념으로 굳어져 무자비한 증오와 혐오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까워야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75쪽
또, [삶을 사랑하는 것은]에서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념을 말하는데 인간은 불사의 삶을 쫓느라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그것은 유한한 삶에 대한 즐거움이 끝나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니고, 그런 유한함으로 인한 희망이 끝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라 꼬집는다.
그래서 인간은 삶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여기는 통에 일상의 즐거움이나 불행 등 평범한 삶을 무시한다고 말이다. 역시 소확행이 중요한 것은 18세기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패션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몸을 치장하고 꾸며 과시하려는 탐욕스러운 사람들을 향한 질타와 성공을 위해서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 풍토를 지적하면서 '지나친 겸손은 뻔뻔한 자만심보다 더 해롭다'면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등 인간 본성에 대한 신랄한 통찰을 담는다.

157쪽
개인적으로는 문체가 궁서체처럼 느껴져서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라서 의미 있다. 부가적으로 당시 시대상의 일러스트도 재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