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괜찮아요?
여울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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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에 종사한지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발달장애인과 마주쳤지만 그래봐야 하루 24시간, 매일 반복되는 돌봄에 비하면 극히 일부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고단함을 아는 터라 이 책을 모른체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엄마에게 '괜찮냐'라고 물어주는 아들의 말이 감동이 될 수 있고, 또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공동체에서 살아있음을,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위로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극한 이기주의로 치닫는 세상에서 상대의 감정을 살피고 위로하는 법을 잃어버린 극한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어쩌면 우리는 이들의 위로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작가 여울은 27년 전 아들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으면서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국의 치료기관 찾아 이사를 다니고, '치료'의 희망으로 미국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후, 발달장애 화가로 활동 중인 아들의 매니저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언론에 소개됐다. 이후 오디오 북을 제작하고 차곡차곡 쌓은 아들과의 27년의 시간을 담은 '생활인의 기록자'다.




종종 복지관에서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행동 패턴, 생각과 말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그들과 하이파이브나 허그를 하곤 한다. 그럴 때면 다소 놀란 표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은연중에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며 과시했었을 것이다. 또 스스로 전문가라고 자평했었을 테고.


그런데 아동을 벗어나 성인이 되면 돌봄 주체는 보호자에서 동거인이 된다는 건 작가 덕분에 알았다. 보호자와 동거인, 어감뿐만 아니라 돌봄의 영역이 확 달라지는 느낌이 들어 생각이 꽤나 많아진다. 아이, 부끄러워졌다.


이 책이, 종사자의 입장에서 특히 공감이 많았던 부분은 보통 '장애'하면 극복기를 떠올리는데 작가 역시 아들의 장애를 치료하고 바꾸려고 했던 일들을 고백한다. 하지만 이후 작가가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27년의 과정을 담았다는 것이다.


특히 3년 반, 공기도 희박하고 극단적 날씨가 오가는 달나라 같던 미국 생활의 생생한 이야기가 '자폐는 치료가 되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귀결되는 내용이 숙연하게 했다.


또한 작가는 아들을 위해 조건 없이 손을 내밀어 준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아들의 삶을 함께 떠받쳐온 사람들을 통해 "혼자가 아니고 우리에게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돌봄'이라는 사회적 문제로서 '돌봄을 가족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으로 확장하게 된다.


69쪽


"윤이가 왜 이렇게 행복해하는지 아세요?"


아들의 전시회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고 아들은 전시회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유를 교수는 작가에게 물었고 작가는 이유를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는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궁금한 걸 못 참는 편인데 잠자리가 편할 리 없다.


"사실 윤이는 처음부터 괜찮았다. 단지 그런 윤이를 바라보는 나와 남편이 전혀 괜찮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니 이 말은 나에 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자폐아 엄마가 아니고 자폐인의 동거인이라지 않는가. 윤이는 이제 윤이의 길을 갈 것이다." 120쪽


마음이 찡, 했다. 아들은 처음부터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는 깨달음. 아들은 처음부터 '그'였다는 것. 굳이 부모든 타인이든 사회든 굳이 그를 바꾸려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173쪽


이 책의 감동 서사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이루어낸 '27년'의 무게다. 단순하게 장애 극복도 아니고, 단기간 감정 정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기록과 통찰이 담겨있다. 바꿀 것은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시선이었다'는 깨달음과 고백은 돌봄 제공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지 않을까.


다만 현재 직접적으로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거나 종사자라면 적잖은 울림이 있겠지만, 그 바깥의 일반 독자라면 '내 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경험의 부재가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언제가 찾아올 돌봄을 생각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지점은 분명히 있을 테니 자신 있게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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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 -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진짜 이유
이한빛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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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씨, 소름 돋았다. 마치 냉동창고에 1시간은 덜덜 떨고 있었다는 착각이 들 만큼. "AI가 먼저 읽어 봤습니다."라는 프롤로그를 읽다 말고 책날개를 들춰봤다. 양팔을 감싼 도도한 자세의 저자가 챘 씨(Chat GPT)에게 시켰다는 문단을 읽으면서 뭐지?라는 불편한 감각이 단전 밑으로 툭, 떨어졌다.


5쪽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AI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질 것이다. 나를 덜 탓하게 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한 번 더 멈추게 된다. 그 멈춤이 결과를 바꾼다." 9쪽


그동안 몇 권의 AI 관련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던 질문의 문제, 프롬프트만 잘 써도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말을 믿고, 프롬프트 앞에서 몇 번이고 고쳐 쓰면서 씨름하곤 하던 일로 끝날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동안 나는 같은 챗 씨를, 제미 씨를 클로드 씨를 사용한 게 아닌 게 분명하다는 걸 단 한 문장에 깨달아 버렸다. 꽤나 스산한 바람이 갈빗대 사이를 훑으며 지나는 기분이 든다. 같은 AI, 다른 결과의 진짜 이유가 내 무지였다니.


저자 이한빛은 연세대학교 언론학 전공후 데이터 분석가로 삼성, LG, 현대 등 다양한 기업들의 데이터 분석 현장 실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모교에서 AI와 데이터 분석을 연구하고 있다. 언론학으로 다져온 '메시지 전달 감각'과, 기업에서 데이터를 다루며 체득한 실무 감각을 '설명 엔지니어링(Explanation Engineering)'이라는 개념으로 응축했다.




나도 모르게 '평균값'과 '공백'이라는 저자의 말을 공허하게 중얼거린다. 그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가며 AI에게 고작 평균값을 정리하라고 주문하고 그걸 또 잘 정리된 보고서처럼 활용했다는 게 허탈했다. 결국 내 질문에는 허점보다는 공백이 많았음을 지적당한 느낌이다.


나 역시 남들 다 쓴다는 세 가지 AI를 돌려쓰면서 그중에 흡족하진 않지만 그나마 질문 의도(?)와 유사한 대답을 내놓는 평균값 위에서 골라 쓰는 정도로 만족하면서 어쩌면 '얘네들도 아직은 멀었군'이라며 약간의 우월감에 만족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AI 답변의 질 차이가 도구의 성능이나 타고난 질문 센스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원인은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정답만 요구해온 태도, 즉 '설명의 공백'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한다.


AI는 질문에 공백이 보이면 자기 나름대로 가장 무난한 '평균값'으로 채운다는 설명은 알면서도 당하는 선빵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흔한 프롬프트 꿀팁 모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의 조건을 문장으로 구조화하는 '설명 엔지니어링'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질문이 명확히 설계되면 답변의 밀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핵심이며, 독자는 AI의 '사용자'에서 결과를 통제하는 '설계자'로 바뀌게 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그래서 읽으면서 질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글이 필요한 목적에 따라 대상이나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 조건의 문제임을 확인하게 돼서 저자의 "프롬프트는 질문이 아니라 조건이다."라는 말이 십분 공감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자가 콕, 집어 말하는 습관처럼 메타인지 점검을 잊어버린 채 질문하는 것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서도 그 날아가 버린 공백의 질문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조금 더 매끄러운 보고서와 글짓기를 경험하게 된다.


110쪽


16. 상태를 말하면 답이 달라진다


한편으로는 당장 편하게 써먹을 만능 프롬프트를 기대했다면 다소 뻔한 책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만약 AI를 오래, 제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할만하다. 정독과 다독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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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답이다
김규철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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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그냥 답이란다. 정답이 아닌 것에 이리 안심이 되는 이유는 또 뭔지. 인생 반백줄이 넘고 거기에 또 반이 넘은지도 한참 됐지만 여전히 정답은커녕 '답'도 없이 사는 터라 월급쟁이로 답을 찾은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심지어 어깨 뿜뿜하게 자식들에게 전한다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인생에 한 가지 정답이 어디 있겠냐,라는 지론이긴 해도 살다 보면 이놈의 세상은 양극만 존재하는 걸 체감한다. 권력이 있거나 없거나, 돈이 있거나 없거나, 많이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무례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등등의 이유로 나는 늘 을의 입장이라서 답은 정해졌을지도…. 그래서 책이 손 떨리게 마음에 와닿은 이유는 백만칠천오백개쯤은 된다.


저자 김규철은 23년째 유한양행에서 근무한다.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출신, 문과생으로 건축·산림·안전·식품·농업·건설·측량 등 이공계 전 분야를 넘나들며 9년 동안 국가기술자격 53개를 포함해 자격증 100개를 취득했다. 또 남양주에서 용산까지 iTX청춘을 타고 6년간 책 300권을 읽었다. 또 자격증 후기를 블로그 방문자는 179만 명을 넘었다. 그의 자격증 취득기는 여러 사람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됐다. 퇴사를 했다는 말은 없으니 아마 여전히 갓생을 살며 버티는 중이겠다.




은퇴가 유행처럼 바람을 탄 시기가 있었다. 파이어족이니, 소확행이니 등등의 현재의 삶을 안빈낙도의 자세로 살아도 좋다,는 삶의 태도였다. 나 역시 그 바람을 꿈꾸기도 했다. 저자의 루틴이 자격증 100개보다 궁금해졌다.


입시 체육을 준비하는 큰아들이 있는 걸로 봐선, 늦둥이가 아니라면 얼추 나보다 나이는 적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그의 23년 차 버팀과 100개의 자격증이란 말은 마치 내가 샌드백이 된 것처럼 자꾸 옆구리를 두들겼다.


사회복지에 종사하면서 유사 분야의 자격증을 탐낸 적이 있다. 청소년상담사, 직업상담사 등등. 국가고시는 기출문제가 다다,라며 의기양양하게 수험서를 샀다. 두 페이 읽고 더 이상 외우지 못하는 뇌를 탓하며 슬그머니 한쪽으로 치워버린 지 오래다. 공부 좀 해보겠다고 다짐했던 그 시간은 게임기 컨트롤러를 붙들고 씨름한다. 부끄러워 얼굴이 터질 지경이다.


어쩌면 퇴사가 유행인 시대에, 저자는 월급을 변호하면서 삶의 태도를 말한다. 잔소리로 가르치지 않고 편지로 부탁한다. 그래서 참 잘 읽힌다. 단문으로 적당히 뚝뚝 끊어지면서 리드미컬까지 하다. 마치 메밀국수가 적당히 기분 좋게 끊어지는 것처럼.


시작은 아버지의 정원부터다. 고로 아버지의 부재에서 깨달음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며칠 전이 아버지 기일이었는데…. 아무튼 저자는 평생 흙만 만지며 살아온 아버지의 마당 나무 앞에서, 가위 한 자루조차 제대로 쥘 줄 몰랐던 자신의 모습에 야간 조경기능사 과정을 홀리듯 신청하면서 시작된 배움의 연결고리는 9년간 자격증 100개, 6년간 독서 300권이라는 눈덩이로 불어났다고 고백한다. 뭐, 읽기에 따라서는 자랑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시작된 국가고시 도장 깨기는 굴착기운전기능사가, 산업안전사가, 조경산업기사를 따게 됐는지 이유에 대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는다. 그래서 흔해빠진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성공담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시험을 보고 붙고, 떨어지는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푼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왜 23년을 버티게 만들었는지, 그런 버팀은 자연스럽게 은퇴 이후 노년은 어떻게 계획되는지 입이 떡 벌어지는 숫자로 알려준다. 이른바 그의 '4중 방어선'. 절로 고개가 주억거리게 된다.


버티는 게 살아남는 것이라는 증거로 노인이 뼈만 남은 청새치를 끌고 돌아오는 장면을 들이미는데 머리칼이 바짝 섰다. 그런 통찰을 그의 아들과 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남기는데 나는 보여줄 남길 뼈도 없다. 또 한 번 부끄러워졌다.


"100개의 자격증은 100개의 렌즈다." 86쪽


솔직히 국민연금, 건강보험, 퇴직연금, 유급 휴가 등등 겹겹이 보호되는 직장인의 방어선 예찬과 은퇴 이후의 새로운 경제 구조 낙관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베베 꼬였다.


나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이 불편해졌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2013년부터 사회복지를 하고 있다. 근래 1년은 쉬긴 했지만 여전히 하고는 있고. 여하튼 저자가 은퇴 후 취업을 낙관하는 것처럼 100개의 자격증이 취업으로 이어질까 궁금하다. 내 경험상 쉽지 않았다. 물론, 장애가 있다는 변수가 추가되긴 하지만 재취업 시장은 나이 많고 경력 많은 은퇴자를 선호하지 않았다.


물론 직종이 같아서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기술'이 필요한 업종은 얘기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자격증은 있지만 기술이 없다면 나이가 많은 신입을 누가 반겨줄까? 같은 자격증을 가진 청년이 천지삐까리일텐데.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그러지 못함에서 오는 쩌리스러운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낙관보다는 비관 쪽이 크다. 은퇴자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게 현실이긴 하니까.


126쪽


다음으로 침이 튈 것처럼 신나서 펼치는 독서 예찬을 보면서 큭, 웃었다. 100권의 유혹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그 독한 유혹의 맛을. 나도 그랬다. 성남에서 동대문으로 장거리 출퇴근을 8년 넘게 했다. 다만 iTX청춘이 아니라 검은색 카니발이었다.


출근에 보통 1시간 반을 넘게 핸들을 잡고 있어야 했다. 끼어들기도 하고 끼어들지 못하게 하면서, 신경이 있는 대로 예민해져서 출근 지문 찍기도 전에 몸은 퇴근의 피로도가 쌓였다. 30분 일찍 움직였다. 그랬더니 출근 시간이 1시간 줄어들었다. 그 시간을 대부분 책을 읽었다. 서평단을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렇게 1년 100권 이상의 독서는 6년 동안 이어졌다.


요즘은 게을러져서 좀 줄기는 했지만 틈만 나면 읽는다. 나도 책 읽는 게 너무 좋다. 그렇다고 저자처럼 통찰은 생기지 않고 그냥 책장에 책과 아내의 잔소리만 생겼다. 결국 책들을 회사에 퍼다 나르는 중이다.


저자는 독서가 재능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독서도 재능이라고 믿는다. 아무나 읽을 수는 있어도 꾸준히, 많이,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은 확실히 몇 안 될 것이다. 확실히 재능이다. 다만 독서처럼 단순한 재능은 습관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도 믿는다.


"시험장에 앉아야지 접수만 하는 건 도전이 아니고,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이미 반을 이룬 것"이라는 그의 인생 조언은 48시간 뭉근하게 우려낸 진한 사골 같은 찐득함이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아들딸에게 건네는 에세이에 가깝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 같은 루틴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스스로의 다짐이면서 자녀와 아내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이기도 하다.


그의 혹독하리만큼 일상의 치열함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부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분명 '잘'살아 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보여준다. 꽤나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포기하고 혀를 내두를 것이 뻔히 보이지만 그럼에도 내 딸아들의 손에 꼭, 쥐여 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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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을 굽습니다
석민진 지음 / W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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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추억이 된다." 36쪽


표지에서 두 손 가득 쿠키를 그것도 쟁반 통째로 들고 화덕 앞에서 활짝 웃는 작가를 보고, 행복을 굽는다는 제목이 과장은 아닌 것 같아다. 듣기론 빵을 굽는다는 일은 아주 고된 노동이라고 해서 미국판 파티시에 노동요라 추측했다.


작가 석민진은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인 P&G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음식 칼럼 'MJ's Joyful Kitchen'을 다년간 연재하면서 파티시에 활동과 삼 남매 육아를 동시에 해내고 있다. 케이크 데커레이션 경연 대회 'Great American Cake Show'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메릴랜드에서 아침마다 세 남매의 도시락을 싸고 갓 구운 쿠키 향으로 집안을 채우며 갓생을 살고 있다. 육아 에세이 <달콤한 하루>를 출간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의 모든 '처음'을 함께 건너는 일이다." 55쪽


낚였다. 뭐, 슈거 파우더 뿌리듯 행복한 일상을 잔뜩 담아낸 이야기는 부러움에 은근 부아가 들썩한다. 빵 얘기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예능에서나 볼법한 남의 일상은 약오른다. 남의 일상은 부러움보다는 통쾌나 내가 낫다는 위안이 있어야 제맛인데, 작가는 그걸 모른다. 책장이 홍해 가르듯 절반이 갈렸는데도 아직도 코 평수 넓어질만한 달콤하게 구워지는 이야기는 없다. 그냥 다섯 가족 절절하게 행복하다는 이야기뿐이다. 속 좀 탄다.


이 책은 총 6장, 114편의 적지 않은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는 길지 않아서 단숨에 읽기 좋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 잠깐의 시간만으로 충분하다.




누군가 행복은 순간적인 감정이라서 행복한 인생은 없다,라고 하던데 작가의 일상을 보다 보면 가능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거창한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귀여운 행동, 음식 냄새, 빵 굽는 시간, 마당의 작은 꽃 한 송이에서 찾는 소중한 가치가 행복이란 가루처럼 뿌려진다.


그럼에도 기대와 다른, 케이크도 빵도 쿠키도 아닌 아이들과 알콩달콩 구워지는 작가의 일상이 펼쳐지는 이 책은 담담하면서 편안한 이야기가 딱 읽기 좋은 양으로 이어져서 홀리듯 읽게 된다.


아이들의 귀여운 습관도, 단정한 가족의 별명도, 기다림이 있는 도서관도 등장하는 모든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화마에 두 딸을 잃은 부모가 세운 놀이터는 상상만으로도 울컥해지는 이야기다.


70쪽


책장이 넘어가는 만큼 책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그 어떤 빵이 구워지는 냄새보다 달콤해 중독성이 강하고, 에피소드가 끝날 땐 이야기와 의미가 통하는 명언을 채집해 놓은 것 또한 맛깔나다.


163쪽


이 책은 거창한 위로는 아니지만 '지금' 행복을 찾아 헤매거나,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는 날이 지속된다면 읽으면 좋을 듯하다. 또 일상을 헐떡일 만큼 쫓고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르게 도울 수 있겠다. 어쩌면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줄지도 모르고.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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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위어 가는 책
소희림 지음 / 좋은땅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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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독특한데다 나이 든 이후로는 이렇다 할 동화를 읽은 기억도 없고, 게다가 독서 습관을 키워주는 동화 모음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잔뜩 생겼다.


작가 소희림은 20년 넘게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동화 작가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37편의 동화를 이 책에 한데 묶었다.




책 위에 여위어 있는 책을 올려두면 활자를 빨아들인다는 매력적인 상상에 푹 빠져 읽었다. 활자를 잃은 책을 아이들이 읽어주면 본래의 활자를 되찾게 되는 신기한 경험으로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키우게 된다는 판타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재기 발랄한 '아마따' 씨의 반전이나 강도와 빈도의 행복 지수 차이, 타인을 부러워하는 부엉이와 꾀꼬리 이야기 등등 짧은 동화가 무릎을 연속으로 탁탁 치게 만든다.


이 책은 한 편의 장편동화가 아니라 짧은 여러 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동화 모음집으로 신기한 책 외에도 홍시, 고양이, 악어 등등 주변의 평범한 생명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각 이야기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관계에서 고민하고 상처받고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배려와 공감, 용기와 사랑이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또한 동화답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글과 삽화가 빼곡하다. 하지만 명작 고전이나 유명 동화처럼 스토리 구성이나 메시지가 탄탄하게 느껴진다고 하기엔 좀 아쉬웠다. 자극적인 것에 찌들어선지 아무튼 확 잡아끄는 킥이 없달까. 내가 뭐 동화에 대해 뭘 알겠냐만.


71쪽

97쪽

227쪽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매력은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읽다 보면 뭉근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잊고 있던 동심에 피식 거리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감성을 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오랫동안 지내며 얻은 경험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서 억지로 짜낸 교훈이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어쩌면 책을 덮고 난 후 주변 작은 존재들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상상력은 사실은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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