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 - 김병만 달인정신
김병만 지음 / 실크로드 / 2011년 8월
장바구니담기


방송3사의 개그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것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 콘서트>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코너와 개그맨이 있다. 요즘 대세는 "애정남"과 "사마귀 유치원"의 최효종이라지만 2007년 12월 첫 방송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달인>의 김병만이 그 주인공이다. 마음 여린 그가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속상해 할 지도 모르지만, 처음 그를 보았을 땐 키도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런 평가를 내릴 만한 입장은 아니긴 해도 -_-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나마 했더랬다. <달인>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이제는 소재가 떨어져 더 이상 도전할 것도, 보여줄 만한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매주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달인>팀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떠오르는 말이 없다.

김병만의 자전에세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를 처음 펼쳤을 때, 다른 게 아니라 월등히 넓은 문장 간격과 글자 크기에 놀랐다. 뭔가 분량은 맞춰야겠고 그래서 이렇게 된건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글을 읽다 보니 다듬어지지 않은, 조금은 촌스런 느낌의 글이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에세이를 출판한다고 하면 대리인에게 맡기기도 하고 이름만 유명인으로 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건 김병만이 직접 쓴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더 진심 같이 와닿았다. (이렇게 써놨는데 대리인이 집필한거면..덜덜..ㆀ)

일주일 동안 10분 남짓한 <달인> 방송을 준비하면서 김병만을 비롯한 팀원들이 많은 연습을 하겠다고 막연하게 생각은 했었지만 양쪽 발목이 부러진 것도 참으면서 이를 악물고 죽어라 하고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달인>은 개그 프로그램이다 보니 웃음을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자연스러워서 그걸 보며 그 이면의 모습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김병만이 출연한 다른 프로그램, <키스 앤 크라이>는 달랐다.

김연아를 울게 만들었던 그 장면! 인대가 늘어난 고통도 참으며 연습을 하고, 공연 당일에도 정말 멋지게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면서 찰리 채플린의 익살스런 표정까지 놓치지 않았던 김병만의 연기를 본 후 "아, 이 사람 진짜 프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김병만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는 타고난 끼가 있기 때문이라고 가벼이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을 알게 되면 결코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을거다. 잠 잘 곳이 없어서 먼지 가득한 텅 빈 무대에서 자는 것이 일쑤였고, 먹을 것이 없어 라면죽으로 배를 채우던 시절을 버티고 버텨 지금까지 온 것은 꿈에 대한 열정, 그리고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수없이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공채 개그맨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았기에 누구 보다 지금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녹화 때는 NG 한 번 내지 않기로 유명한, 자신에게 누구 보다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키도 작고 웃기게만 보일지 모르지만 결코 우스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행보를 통해 당당히 입증해내고 있는 사람이기에 지켜볼 수록 그의 팬이 되고 싶게 만든다.

김병만이 밝힌 그의 정확한 키는 158.7cm다. "넌 키가 유난히 작아서 연기 활동하는 데 장애가 많을거야. 방송출연은 어려울 거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그지만 결코 포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인정해 주는 지금의 위치에 서 있다. 하지만 지금도 김병만은 결코 멈춰 있지 않고 꾸준히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런 모습이 때로는 미련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믿음이 가고 사람을 끌어당기는지도 모르겠다.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그에게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교수님께서 해주셨다는 말씀(왼쪽)은 가슴 속 깊이 아로새기고 싶은 말이다. 달인이 언제 막을 내리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오래오래 그의 팬으로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