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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절판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을지도 모르지만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아니었다면 난 아직도 박칼린이란 사람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거다. 분명 외모는 완벽한 외국인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우리말을 듣고 처음엔 온통 신기하단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신기함은 동경으로 변해갔다. 많은 사람들을 휘어잡는 멋진 카리스마!! 내겐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들이 너무 부러웠고 멋져 보였다. 하지만 합창단 방송 이후 소위 말하는 스타덤에 오른 것처럼 CF며 방송활동 등 여러 곳에 많이 비춰지는 것을 보고 괜한 거부감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읽게 된 그녀의 에세이, <그냥>은 박칼린이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한 면모를 볼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 주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방송되었던 무릎팍 도사 박칼린 편을 아직 보지 못했다. 최근에 하락세로 떨어지던 무릎팍 도사의 시청률을 정점에 찍어 놓은 장본인이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는 이 책에도 잘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방송을 못봐서 확실하진 않지만 얼핏 지나가며 겨울나그네 공연 당시 라이브 립싱크를 했던 에피소드를 들었던 것 같은데 같은 이야기가 책에도 나와 있는 경우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에세이다 보니 겹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책에서 읽었던 것들을 직접 듣는다면 어떨까, 좀 더 생생하거나 다른 느낌일까 하는 궁금증이 방송을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아! 연하남 이야기도 완전 궁금하다!!)
어렸을 땐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의 병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다면 요즘은 가면을 모으고 있다는 그녀. "인생은 여행이다, 라는 말에 동감하면서 인생과 여행을 따로 분리시키지 않는 삶을 사는 1인. 혹은 1인 다역." 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처럼 여행에 미쳐 사는 사람. 아마 음악 감독이란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여행작가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책 곳곳에는 여행에 대한 강한 애착이 담겨 있다.
외모 때문에 주변에서 "너희 나라로 가" 라는 놀림을 받았을 때도 자신의 감정 보단 아빠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더 마음 아파했던 어른 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던 꼬마,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내면서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다운 식성을 가지게 된 사람 등등 이 책 한 권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라서 처음 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그녀가 좋게 생각하는 것들 중에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 신기하거나 혹은 의아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100번을 해보았는가" 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다고 투덜대기 일쑤였는데, 난 과연 몇 번이나 시도해 봤던가 생각해 보게 해준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직업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다양성을 경험하며 자랐던 환경은 그녀의 사고를 넓히는데 크게 한 몫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개방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난 그녀의 확실한 신념이 멋져 보였다.
조승우와의 우정에 대해서 나올 땐 눈을 반짝이며 읽기도 하고 살림의 기술을 전수해 줄 땐 심하게 공감하면서 필요한 건 기억하려 애썼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선 방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재미가 있는 책. 그녀의 다양한 모습 중 난 자신이 맡은 일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지고 싶어하는 그녀의 프로다운 모습이 참 좋다. 책 제목 그대로 just stories 인 그녀의 이야기... 책 자체의 재미 보단 박칼린이란 사람에 대한 궁금증, 호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이건 책 읽다가 발견한 오타! >ㅁ< p.25 // 더 낳은 → 더 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