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책장 - 애서가의 꿈 / 세상에 없는 나만의 서재 만들기
알렉스 존슨 지음, 김미란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국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며 행복을 찾을 것을 종용했던 르네상스의 철학자 몽테뉴의 서재는 저택 한구석에 위치한 원형 탑 3층이였다. 그 서재에서는 정원을 비롯한 주변의 자연환경 모두 내려다 보였으며, 서재의 책꽂이는 원형 탑을 둥글게 감싸 돌며 놓여 있었다. 때문에 아래에서 책꽂이를 올려다보면 마치 나뭇가지를 칭칭 감은 포도 넝쿨과 같은 모습이였다고 한다. 몽테뉴는 이 원형탑 서재에서 염세주의를 벗어나고멋진 인생을 노래한 '수상록'을 저술한다.

나는 몽테뉴의 원형탑 서재를 상상하며 남몰래 흐믓한 미소를 짓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은 자기만의 공간에 자기만의 서재를 세우는 것이다. 나역시 언젠가는 나만의 서재를 세우리라는 꿈을 갖고 몽테뉴의 서재를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서재에는 무엇보다 책꽂이가 중요하다. 서재가 좁으면 좁은대로 모양이 틀어지면 틀어진 대로 많은 양의 책을 수용하기 위한 책꽂이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책꽂이가 반드시 벽면에 세울 네모난 모양일 필요는 없으며, 요즈음은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하는 가구를 이용한 책꽂이가 많이 애용된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책장과 의자가 결합한 책장소파가 있겠다. 

이 책에는 바로 이런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많은 책장들이 등장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흐믓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된다. 책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 책들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쌓인 풍경을 좋아하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지만, 이 책에 실린 책장들이라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책장만은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도서관을 닮은 책장, 책갈피를 닮은 책장, 하다못해 '스카이콩콩'이라는 이름을 단 책꽂이까지 등장한다. 아, 무한한 창조의 세계여! 실용적이거나 감각적이거나 또는 무의미하지만 완전히 획기적인 책장들의 향연을 즐기다 보면 몽테뉴의 원형탑 서재가 더더욱 간절해지는 겨울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 까치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숲, 고독, 체험, 은둔, 눈덮힌 시야 따위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도시내기인 나는 입버릇처럼 도시를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도시를 떠나 살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여행 역시도 무엇보다 편하고 깨끗한 잠자리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다만 책을 통해서 타인의 경험을 마치 내가 체험하는듯 느끼기는 즐기는 편인데, 역시 그는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상상 이외에 손이 갈라지고 뺨이 창백해지는 생생함은 전혀 느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책 역시도 그랬다. 여행가 실뱅 테송의 바이칼 호반 오두막 생활을 마치 <로빈슨 크루소>의 일기를 읽듯 따뜻하고 안전한 내 집, 내 침대에서 막연한 상상으로 읽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물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극지방, 혹은 오지체험을 할 수 없는 게으른 종족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 외에는.

 

'나는 몇 달 동안 오두막 생활을 하리라는 맹세를 했었다. 곧, 추위와 정적과 고독은 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인구과잉에 이상고온과 온갖 소음에 시달리는 이 지구에서 숲속의 오두막은 일종의 엘도라도 라고 할 수 있다'(38쪽)

 

엘도라도. 이상향. 내가 꿈꾸는 고독. 다만 나는 절대 이루지 못할 꿈. 현대문명의 혜택은 하나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그리는 자연으로의 귀향. 소나무 가지들을 지붕으로 삼고 번잡한 일상과 갈수록 세밀해지는 물건더미 속에서 놓여나 책을 읽고, 잠을 자고, 한동안은 멍하게 있을 자유를 꿈꾼다. 실뱅 테송의 고독을 마치 내가 느끼는 고독인양 위안삼아 이 책을 읽으며.

도피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내마음대로 무엇을 하건 아무의 허락도 필요치 않고, 누구의 시선도 느끼지 않으면서 게으를 자유를 꿈꾸는 것이다. 그것이 꼭 시베리아의 광활한 얼음 숲속은 아니어도 가능하련만, 나는 경기도를 벗어나는 것 조차도 크게 인심쓰듯 작정을 해야 한다. 아, 습관적으로  떠나고 싶다는 말을 얼마나 입에 달고 사는지. 그러나 결코 떠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실뱅 테송의 바이칼 체험기를 마냥 부러운 시선으로 약간의 안도감 속에서 읽을 수 밖에 없다.

 

은둔의 유혹이 생기려면 반드시 어떤 주기를 거쳐야 한다. 숲속 빈터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두막에서 살기를 열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소화불량으로 고통을 겪어야 한다. 순응주의라는 굳기름 속에서 온몸이 경직되고, 안락함이라는 돼지기름 속에서 정신이 곪아터져야 비로소 숲의 부름이 귀에 들린다.(163쪽)

 

6개월간의 체험이 아닌 일상의 숲이라면 실뱅 테송은 시베리아의 오두막 생활을 결코 찬양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볼이 얼음 바람 속에 늘 빨갛게 얼긴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날마다 노래하지는 않는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기간이 정해진 은둔은 진정한 은둔이 아니다. 돌아올 기약을 약속한 떠남은 낭만적이고싶지만 게으른, 혹은 정신적이고 싶지만 몹시도 물질적인 도시인들을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반성장을 국민에게 부과할 통치자가 없는 것처럼 오두막의 간소함을 정해진 기간 외의 삶으로 받아들일 사람 또한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점에서는 실뱅 테송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같지않은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나의 게으름이 그다지 한심하게만 여겨지는 것은 아니라 다소나마 안심하게 된다.

다만 나는 오늘도 꿈꾼다. 실뱅 테송이 짊어지고 들어간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라던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가 든 책꿰짝을 지고 어딘가로 숨어들어가 무작정 책만 읽을 수 있는 자유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 - 결핍과 승부욕이 완성하는 악당의 철학
김헌식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성실한 사회인 즉, 순응주의자이기보다는 오히려 불성실한 불순분자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책을 읽고 있는동안 나는 자주 <불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등 다수의 철학에세이를 쓴 알랭드 보통을 떠올렸다. 알랭 드 보통은 많은 인용과 그에따른 간단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사유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책을 저술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러했다. 다방면의 다양한 독서와 그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이런식의 저술방식은 저자의 지적 사유능력을 높이 살만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많은 인용으로 인해 생각의 가지가 그 넓이를 더해 갈수록 처음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테두리를 벗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게 뭐야?', '나는 지금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는거야?'

 

악인이 단순히 개인적 욕망만을 위해 서슴지 않는 말그대로 악한 사람인것에 비해 악당은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여 새로운 생각과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바로 이점이 악인과 악당의 차이인데 악당은 자신들의 생각과 의지로 창조적인 작업들을 성취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제 신문에는 정보개방을 꿈꾸던 RSS 창시자 스워츠가 해킹 혐의로 다음달 재판을 받을 예정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스워츠는 뉴스나 블로그 등 자주 바뀌는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인 RSS 개발에 참가한 천재해커인데, 인터넷상의 자료는 무한하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러가지 인터넷 정보개방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스워츠는 인터넷 정보 절도죄로 최대 35년형과 100만달러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뒤 블로그에 스워츠는 영혼과 양심을 가진 천재라는 찬사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2013.1.14. 한겨레 신문)

이책에서 말하는 악당이란 바로 스워츠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스워츠가 꿈꾼것은 그 자신의 개인적 욕망 충족을 넘어선 공공의 이익이였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 악당이나 영웅은 관점과 시점의 차이로 그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기존질서의 전복을 꿈꾼다는 측면에서는 악당은 비주류의 역할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체제의 변화를 꾀하는 비주류의 관점에 서있을 수 밖에 없는 나는 어쩐지 슬픈 심정이 되었다. 악당이 될 것인가, 주류가 될 것인가는 역시 입장의 차이일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류가 될 수있는데도, 악당이 될 용기가 나에게는 있는 것인지, 주류가 되지 못해 악당이 되려는 비겁함이 내 속에 전혀 없는 것인지 하는 따위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교전 세트 - 전2권 악의 교전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권력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정도로 어마어마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며, 두번째는 아무리 공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하더라도 반드시 억울한 사람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한참 이슈가 되었던 인혁당 사건을 보아도 그렇고, 세월이 지나 무죄가 판명된다 할 지라도 이미 한사람의 목숨은 빼앗겨 진 이후이며, 그로 인해 피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은 비단 당사자 한사람 뿐만은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해서 살인자일지라도 사형만은 피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한편, 죄에 상응하는 무거운 중벌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형보다, 무기징역이라든가 하는 장기징역이 더 무서운 형벌이 되지 않을까. 자유를 빼앗긴 다는 것은 살아있더라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니까.

흔히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본보기를 보여야 죄를 지을때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니까 예방적 차원에서도 사형은 필요하다라는 것인데 그러나 어떨까, 이 책의 주인공 하스미 같은 사람에게는 아무리 무서운 본보기를 보인다 해도 그는 살인을 멈추지 않을텐데. 왜냐하면 그는 광적인 살인마, 악마가 있다면 바로 '그'이니까.

 

먼저 하스미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사이코패스라도 파리떼를 잡듯, 자신에게 방해되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죽여버리는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시 유스케의 창작물에 시비를 걸고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런 광적인 살인마를 그려내는데는 한마디로 질려버렸다. 하스미는 게임을 하듯 인간들을 없애버린다. 혹시 작가인 기시 유스케가 살인게임을 즐기는 게임 매니아가 아닐까? 아무리 허구라도 아무런 감정없이 마구 살인을 일삼는 주인공을 그려내기란 쉽지않은 일일텐데.

2권의 지루한 살인게임은 대충 개요만 살펴보는 것으로 띄엄띄엄 읽는다. 세상에, 그는 지루할 정도로 살인을 일삼는다. 두려움도 없고, 괴로움도 없고, 동정도 없고.... 정말 그런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고 기시 유스케는 생각하는 것일까.

하스미에게는 '감정'이 없다. 그는 뛰어난 머리로 사람의 감정을 유형별로 수집하고, 상황에 맞게 감정을 연출하는 법을 연습한다. 그리고 연출된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가 눈치채는 순간, 그 사람은 반드시 죽게된다. 하스미는 연출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사람을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이런 살인마라면 사형에 처해도 좋지 않을까. 이런 살인마에게 변호사가 단체로 달라붙어 그는 한마디로 '병자'이기 때문에 사형만은 안된다라고 변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제도가 인간 사회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살인마는 차라리 없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러면서 사형제도를 반대한다는 것은 모순이지 않는가.

그러나 역시 살인마라도 사형만은 안된다는 심정이다. 그렇다면 하스미같은 존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주선에 태워 날려버릴수도 없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순도 99% 공산주의 중국으로의 시간 여행
수잔 제인 길먼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도 나는 도대체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런건지 이해를 못했다. 장담컨대 이 책에는 중국을 여행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한가지도 나와있지 않다. 중국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기대하고 책을 펼친다면 분명코 실망하고 말리라는 것을 장담하겠다. TIME TRAVEL TO COMMUNIST CHINA. 원 제목을 그대로 살렸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실망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문명 첨단의 도시 뉴욕에서 나고 자란 이가 어느모로 보나 오지인 중국을 여행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상상했던 나는 오히려 머리를 세게 한 대 맞는 듯했다. 보통의 여행서적처럼 화보가 가득하고, 여행중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런 여행기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상상해보지 못한 한편의 모험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이 책은 2005년에 씌여졌고, 여행시점은 1986년이다. 책을 쓴 무렵으로부터도 19년 전의 이야기이며, 책을 읽는 지금 이 시점으로 부터는 무려 27년 전의 중국 여행기 이다. 아니, 중국 여행기라는 것은 맞지 않다. 이 책은 '중국 탈출기' 이다.

 

1986년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인 여행객을 받기 시작한 첫 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19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돌이켜 책을 출판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 더구나 책의 전반부는 최첨단 문명국인 미국의 아이비리그 출신다운 모험심과, 아시아를 미지의 땅, 매혹의 땅으로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비하로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에 결코 중국인이 아니면서도 나는 모욕을 느껴야 했다. 떠돌이 여행객이면서도 자신들에게 맞춰주지 않는 중국의 모든 것에 화를 내는 그들의 오만함에 나역시 화가 났다. 도대체 이 여행기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여행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모든 것이 그들의 감정상태에만 촛점을 맞추고 씌여진 여행기라니.

책의 중반에 들어서면서 알았다. 이 책은 중국 여행기가 아니다. 뼛속까지 뉴요커일 정도로 첨단 문명과 위대한 서양의 철학에 젖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알게된 자신의 미미함에 대한 고백이다.

 

미국인이냐 중국인이냐 하는 것도 다 소용없다. 결국 우리 인간은 우주로 재흡수될 운명의 미미한 소립자에 불과한 것을.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삶이란 오고 가며 끝없이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오직 이 거대한 산맥과 성벽만이 영겁의 세월을 견디어 내리라.(227쪽)

 

문화의 차이가 너무도 극명한 중국에서 먹고, 싸고, 티켓을 사느라 진을 빼고, 바퀴벌레가 득시글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며 만리장성을 올라본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이 사라질리 없다. 무엇보다 선명한 그 증거로 학자금 대출이 그대로이고, 어쩌면 여행으로 인한 카드빚만 더 늘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세계여행을, 베낭여행을, 오지여행을 멈추지 않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미미함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 아닐까.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는 낯선곳에서 스스로 아기가 된 기분에 사로잡히고, 아기처럼 행동하면서 이전의 '자기'라고 여겼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형편없음을 온몸으로 느낌으로서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맛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 '여행'이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 수지와 클레어가 1986년 여행 당시에 먹었던 말라리아 예방약 중 일부가 환각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졌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