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 순도 99% 공산주의 중국으로의 시간 여행
수잔 제인 길먼 지음, 신선해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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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뉴요커의 중국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도 나는 도대체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런건지 이해를 못했다. 장담컨대 이 책에는 중국을 여행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한가지도 나와있지 않다. 중국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기대하고 책을 펼친다면 분명코 실망하고 말리라는 것을 장담하겠다. TIME TRAVEL TO COMMUNIST CHINA. 원 제목을 그대로 살렸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실망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문명 첨단의 도시 뉴욕에서 나고 자란 이가 어느모로 보나 오지인 중국을 여행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상상했던 나는 오히려 머리를 세게 한 대 맞는 듯했다. 보통의 여행서적처럼 화보가 가득하고, 여행중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그런 여행기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상상해보지 못한 한편의 모험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이 책은 2005년에 씌여졌고, 여행시점은 1986년이다. 책을 쓴 무렵으로부터도 19년 전의 이야기이며, 책을 읽는 지금 이 시점으로 부터는 무려 27년 전의 중국 여행기 이다. 아니, 중국 여행기라는 것은 맞지 않다. 이 책은 '중국 탈출기' 이다.

 

1986년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인 여행객을 받기 시작한 첫 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19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돌이켜 책을 출판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다. 더구나 책의 전반부는 최첨단 문명국인 미국의 아이비리그 출신다운 모험심과, 아시아를 미지의 땅, 매혹의 땅으로 표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한 비하로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에 결코 중국인이 아니면서도 나는 모욕을 느껴야 했다. 떠돌이 여행객이면서도 자신들에게 맞춰주지 않는 중국의 모든 것에 화를 내는 그들의 오만함에 나역시 화가 났다. 도대체 이 여행기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뭐란 말인가. 여행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모든 것이 그들의 감정상태에만 촛점을 맞추고 씌여진 여행기라니.

책의 중반에 들어서면서 알았다. 이 책은 중국 여행기가 아니다. 뼛속까지 뉴요커일 정도로 첨단 문명과 위대한 서양의 철학에 젖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알게된 자신의 미미함에 대한 고백이다.

 

미국인이냐 중국인이냐 하는 것도 다 소용없다. 결국 우리 인간은 우주로 재흡수될 운명의 미미한 소립자에 불과한 것을.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삶이란 오고 가며 끝없이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오직 이 거대한 산맥과 성벽만이 영겁의 세월을 견디어 내리라.(227쪽)

 

문화의 차이가 너무도 극명한 중국에서 먹고, 싸고, 티켓을 사느라 진을 빼고, 바퀴벌레가 득시글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며 만리장성을 올라본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이 사라질리 없다. 무엇보다 선명한 그 증거로 학자금 대출이 그대로이고, 어쩌면 여행으로 인한 카드빚만 더 늘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세계여행을, 베낭여행을, 오지여행을 멈추지 않는 것은 '나'라는 존재의 미미함을 온몸으로 느낄수 있는 것이 '여행'이기 때문이 아닐까.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는 낯선곳에서 스스로 아기가 된 기분에 사로잡히고, 아기처럼 행동하면서 이전의 '자기'라고 여겼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형편없음을 온몸으로 느낌으로서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맛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 '여행'이기 때문이 아닐까.

 

주인공 수지와 클레어가 1986년 여행 당시에 먹었던 말라리아 예방약 중 일부가 환각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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