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당이 되기로 했다 - 결핍과 승부욕이 완성하는 악당의 철학
김헌식 지음 / 한권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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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성실한 사회인 즉, 순응주의자이기보다는 오히려 불성실한 불순분자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책을 읽고 있는동안 나는 자주 <불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등 다수의 철학에세이를 쓴 알랭드 보통을 떠올렸다. 알랭 드 보통은 많은 인용과 그에따른 간단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사유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책을 저술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러했다. 다방면의 다양한 독서와 그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이런식의 저술방식은 저자의 지적 사유능력을 높이 살만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많은 인용으로 인해 생각의 가지가 그 넓이를 더해 갈수록 처음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테두리를 벗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게 뭐야?', '나는 지금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는거야?'

 

악인이 단순히 개인적 욕망만을 위해 서슴지 않는 말그대로 악한 사람인것에 비해 악당은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여 새로운 생각과 사상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바로 이점이 악인과 악당의 차이인데 악당은 자신들의 생각과 의지로 창조적인 작업들을 성취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제 신문에는 정보개방을 꿈꾸던 RSS 창시자 스워츠가 해킹 혐의로 다음달 재판을 받을 예정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스워츠는 뉴스나 블로그 등 자주 바뀌는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인 RSS 개발에 참가한 천재해커인데, 인터넷상의 자료는 무한하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러가지 인터넷 정보개방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스워츠는 인터넷 정보 절도죄로 최대 35년형과 100만달러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뒤 블로그에 스워츠는 영혼과 양심을 가진 천재라는 찬사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2013.1.14. 한겨레 신문)

이책에서 말하는 악당이란 바로 스워츠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스워츠가 꿈꾼것은 그 자신의 개인적 욕망 충족을 넘어선 공공의 이익이였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 악당이나 영웅은 관점과 시점의 차이로 그 역할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기존질서의 전복을 꿈꾼다는 측면에서는 악당은 비주류의 역할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체제의 변화를 꾀하는 비주류의 관점에 서있을 수 밖에 없는 나는 어쩐지 슬픈 심정이 되었다. 악당이 될 것인가, 주류가 될 것인가는 역시 입장의 차이일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류가 될 수있는데도, 악당이 될 용기가 나에게는 있는 것인지, 주류가 되지 못해 악당이 되려는 비겁함이 내 속에 전혀 없는 것인지 하는 따위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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