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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조국애'에서 비롯되었다. 대표적 강남좌파 '조국'이 <진보집권플랜>에서 깔끔하고 고상하게 원론적인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순수하게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분연히 일어서게 된 것이다. 김어준, 자기가 뭐라고..?
나는 <진보집권플랜>을 읽으며, 아직은 직접 정치판에 뛰어들 준비가 안되었다고 밝힌 조국 교수의 의사를 언젠가는 준비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렇게 바른 사람은 정치 안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올곧은 사람이 정치판에서 상처받는 모습은 이제 보고 싶지않다. 그를 지켜주고 싶다.' 라는 생각도 했다. 문재인에게서 그렇게 느끼는 것처럼. 그런데 김어준은 누가, 어느모로 봐도 엘리트인 진보인사의 이런류 겸손은 대중에게 '재수없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를 지원사격하겠다는 각오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근본없이, 어수선하게. 아무것도 아닌 자기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시작은 그랬으나, 책에서 김어준은 우리나라 판의 좌와 우를 다루고, 좌도 우도 아닌 이명박을 다루고, 재벌을 다루고,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다룬다. 그 속에, 박근혜도 있고, 유시민도 있고, 심상정, 노회찬, 손학규도 있으며, 문재인도 있다. 이 책을 기획한 것은 '나꼼수'를 시작할 무렵이라고 했다. 챕터마다 인터뷰 기일이 명기되어 있는데, 5월 13일 부터 6월 2일 까지 총 여섯차례 인터뷰어 지승호와 만났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그가 예측하는 일들이 너무 정확히 일어나고 있어 조금 놀랬다. 혹시 출판에 닥쳐 군데군데 손본 것 아냐?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평소에도 김어준은 자신의 '무학의 통찰'을 널리 자랑질 하는 인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확실히 이사람은 자신의 주장대로 기질적으로 균형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앞을 내다보는 무당기질이 있는 것도 맞는 것 같고. 거기다 예리하기까지 하다. 또, 욕먹어도 억울하지도 상처받지도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배포도 있다. 이런 자신감 내지는 오만함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그의 말대로 '덕 볼 생각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자만인 걸까.
어쨌든 이 책에서 만나는 김어준은 제대로 김어준이다. 무학의 통찰로 공포의 원형질을 짚어내고, 공포로 구성되고 공포로 정치를 펴는 공포집단인 우리나라 판 '보수'에 대해서도 적확하게 짚어준다. 또 인간미 없는 '바름'으로, 대중성 없는 '원론'으로 승부하려는 진보세력의 문제점을 토로할 때는 그 예리함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진보는 너무 진지한 것이 문제 아니던가. 최소한 보수라고 자칭하는 자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지만, 진보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욕망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욕망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 욕망은 타락이다. 욕망하는 자는 추잡하고 진보적이지 않다.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욕망이 있다. 그런 욕망을 부끄럽게 여기는 진보가 어떻게 서민과 연결될 수 있나. 진보는 관념이 아니다. 진보는 폼이 아니라 서민의 생활이다. 그것이 곧 민심이 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진보'에게 기회가 있다. 민중을 가르치려드는 '진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타고난 본능주의자 김어준의 탁월한 직관과 균형감각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잘난척하려고, 혹은 더 튀어보려고 이 책을 썼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개인이 나라를 망치는 불합리가 통용되는 이 시대에, 기득권 구조의 프레임에 반하는 '나꼼수'처럼, 이 책 또한 다중의 무력함을 깨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많은 부분이 이미 '나꼼수'와 그 밖의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접했던 김어준의 주장이기 때문에 그닥 새롭다 놀랍다 할 것은 없었지만, 책으로 만나는 그의 감수성은 그대로 소중히 여겨주고 싶다. 책이 마무리 될 쯤 느닷없이 페이지업에서 '웃어!' 라고, '울어!'라고 말하는 그... 그의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 주고 싶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응원하겠다고....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뭘 안다고 떠드는 것이냐고 심하게 분노할 수 있겠지만, 다각도의 세세한 들이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냥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근본없는 자의 어수선한 자기 주장이라고 이미 밝히고 있잖아. 누구라도 떠들 수는 있는거잖아? 그러니까 그냥,
닥치고 읽어!
궁금한것은 표지 사진의 셔츠.
살이 빠진거야? 팔이 짧은거야? 사이즈가 없었던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