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끊은지는 참 오래됐다. 그래도 틈나면 읽고자 했던 아쉬움이 묻어,
쓰지도 못한다면, 읽지도 못했다. 단지 수상을 했다는 축하가 아니라,
어쩌면 전하지도 못하는 먼 미래로 보낸 글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아무도 전하지 못한 그런 글이라면 더욱 말이다.
비좁고도, 도무지도 답답한, 조그만 땅에서.
이름 모를 사람들이나 쓴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옥중에서도 쓰여진 글일 수도 있는
작은 집에서 연설을 쓴다. 그러나 집이란 감옥이 아니다.
축하라는 미명 아래로도, 싸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작가에 대한 정신은 신비로운 미신만은 아니기를.
그렇다고 마술도 아닌,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기를 바래온 건 보탬이던가.
상관없다.
매우 젊고도, 일면식도 없이, 등단하겠다는 한 어린 애를 죽였다.
바로 글로 말이다. 문학이란 참 쉽다.
쓰기만 하면 바라는 대로 풀 수 있다.
빈 터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도 않는 청중들을 생각하노라면,
참 우스운 꼴이다.
그리고 전쟁이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말하는 사람들은 적고,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벌써 죽었다.
매일마다 지는 삶이란 바로 그런, 지겹도록 꾸준한 극복도 아니고,
너무나 사랑스럽고 사소하기 때문도 아니다.
버티지도 아니하고, 짖기만 하던 개 같은 삶도 아니다.
패 버릴 구원 노래도 아니라, 그렇다고 빈틈 없이 꼭 파고들지도 않는다.
그런 말들이라면, 차라리 불 끄고 암실 속에서 적어나가는 글이란, 쓰기란 더 쉽다.
그리고 시끄러운 책을 덮는다.
공산주의 만세.
<2023. 03.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