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먼지 웅진 모두의 그림책 60
이진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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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사색과 철학의 깊이가 느껴지는 문장과 일러스트는 과연 감동적이다.
먼지가 주인공?
뜻밖의 사건과 낯선 공감대가 연상되는 그림책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하였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북 트레일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은 먼지와 아기 고양이가 위로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좋은 친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작품이다.

-작고 작은 숲속 마을에서 먼지가 태어났어요.-

첫 페이지부터 경이로운 감각의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만 신비로운 색감과 놀라운 터치감은 거의 압도적이라 할 수 있겠다.
먼지의 탄생을 알리는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아무에게도 축복 받지 못하는.. 스스로도 왜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먼지의 자화상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이쯤에서 살짝 궁금해졌다.
작가님은 먼지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짜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먼지.

-슬슬 용기를 낸 먼지는 조금씩 움직여 보았어요.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바람이 떠미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힘껏 용기를 내 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갑자기 나타난 얼룩덜룩이들에 의해 하늘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아기 고양이가 위기에 처한 먼지를 구하기 위해 쉭쉭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하여 달려온다.
그림책 속 가장 역동적인 장면이다.
유쾌한 에너지를 담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외로운 두 영혼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먼지와 아기 고양이~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마치 화첩 기행을 하듯 천천히 긴 시간을 들여 페이지마다 한참을 머물렀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해 어둔 밤을 밝히는 촛불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먼지의 선택은 옳았을까?
내 삶의 선택은 어땠을까?
책장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를 통하여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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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속삭임 라임 그림 동화 37
데나 세이퍼링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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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즉 꽃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선호하는 꽃은 비록 다르겠지만, 꽃을 마주할 때의 마음은 누구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급지면서도 따뜻한 연필선으로 구현해 낸 꽃들의 디테일한 모습은 감탄을 부른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제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꽃들이 무려 24가지에 이른다.
실로 경이로운 작업이 아닌가!
부록 페이지는 그래서 무척 흥미롭다.
본문에 등장하는 꽃들과 꽃말을 함께 실었는데 솔깃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유익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 나온 꽃의 이름과 꽃말을 소개할게요.
책에서 이 꽃들을 찾을 수 있나요?
이 중에 여러분의 동네에 사는 꽃이 있는지 찾아보아요.-

그림책의 제안에 따라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금잔화, 카네이션, 수선화, 백합, 앵초, 양귀비, 붓꽃, 국화, 마저럼, 튤립, 수레국화, 매발톱꽃, 장미, 과꽃, 데이지, 당근 꽃, 팬지, 루핀, 물망초, 파리지옥, 은방울꽃, 베르가못, 작약, 풍접초.
우왓! 다 찾았다.
그런데 마저럼과 베르가못은 나에게는 낯선 꽃이다.
알아보니 둘은 다년생 허브 식물로서 아로마 테라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노지월동이 가능하고 번식력이 좋은 베르가못은 우리 시골집 마당에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의 서사는 꽃과 벌의 공생관계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
어느 날 아기 호박벌 베아트리체는 몇 송이의 꽃만이 피어있는 황량한 풀밭으로 오게 된다.
꽃들은 베아트리체를 반기며 안락한 요람과 달콤한 꿀을 나누어 주었고, 훌쩍 성장한 베아트리체는 꽃들 사이를 오가며 꽃말을 전하느라 바쁘다.

"우리에게 늘 큰 기쁨을 주시는군요."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을 주시네요."

"당신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어요."

"당신들은 아주 특별한 친구예요."

베아트리체의 다정한 말은 꽃들을 금세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밭은 꽃으로 가득차게 된다.

물망초의 꽃말을 아는가?
'나를 잊지 말아요' 
작가의 탁월한 해석이 묻어난, 그림책 속 이 아름다운 장면 또한 결코 잊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날 밤,
 베아트리체는 보드라운
 물망초 꽃잎을 발견했어요.
 이파리 위에서 사르르 잠들기 전에
 이렇게 속삭였지요.
 "여러분을 잊지 않을게요."-

'선한 영향력'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추구하는 자세는 민주시민 사회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마치 꽃과 벌이 그런 것처럼...
황량했던 풀밭이 다채로운 꽃밭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누구라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는 삶을 그리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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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소니아 쿠데르 지음, 그레구아르 마비레 그림, 이다랑 옮김 / 제이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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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여 한바탕 기분좋게 읽었다.
나 또한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라 크게 공감할 수 있었나보다.
"그래서 뭐?"
"그래서 뭐!"
이렇게 간단히 말하면 될 일을 그동안 우리는 왜 몰랐을까?
사회성은 단순히 친구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출판사 서평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속표지에서부터 첫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태도가 꽤 불량스러워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매일같이 셋이 몰려 다니면서 제멋대로 폭력을 행사하곤 한다.
"야, 너 입에서 똥 냄새 나."
"야! 너 머리 묶으니까 진짜 못생겼다."
"야 멍청아, 신발 끈도 못 묶냐?"
"야! 네 안경 진짜 이상해!"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탓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였다.
어느 날 표범 소녀 폴린이 놀이터에 나타났다.
놀이터의 폭군, 바질은 늘 하던대로 공격적인 말을 쏟아내었다.
"야! 네 몸에 점들, 진짜 이상해. 우웩, 웩, 웩."
얼어붙은 듯 숨죽이며 지켜보는 아이들...
이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당신이 상상한 그대로가 맞다.
폴린은 바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뭐?"
바질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이후로도 폴린은 친구들 곁에 있으면서 바질의 일방적인 공격을 되받아쳤다.
 '너의 그 말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그러니 그만 멈추어 줄래?'
'So What?'에 담겨있는 의미이다.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이다.
-"그래서 뭐!"
 바질은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가 버렸어.- 
폴린 혼자만의 "그래서 뭐?"가 놀이터 아이들의 이구동성 "그래서 뭐!"로 확산되는 마법같은 순간을 그렸다.
독자들도 이를 통하여 타인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의 마음을 보호하는 건강한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극적인 반전도 물론 있다.
-바질이 소리쳤지.
"그래서 뭐!"-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궁금하다면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주는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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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일까? 불행일까? 다정다감 그림책 16
이안 드 해스 지음, 이현아 옮김 / 다정다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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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포근한 그림체, 몽환적 노을 빛깔이 따스한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이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그림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연속 사건을 흥미로운 서사로 펼쳐낸다.
주인공은 곰과 꼬마~
둘은 숲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그러다가 곰이 바위에 걸려 넘어진다.
꼬마는 깜짝 놀라며 오늘은 운이 참 나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그림책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곰이 넘어진 자리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꼬마가 재빠르게 상황을 역전시켰다.
"여기로 넘어진 건 정말 행운이야."
정말 그럴까?
작가는 사건이 이어질 때마다 매번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곰이 넘어진 건...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건...다이아몬드가 사라진 건...보물을 찾은 건...도둑을 만난 건...간식을 잔뜩 받은 건...배탈이 난 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이러한 질문은 독특한 라임을 형성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데,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전화위복'이나 '새옹지마' 같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일희일비'하는 태도에 대한 관조적인 깨달음도 배울 수 있다.
하룻동안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로 인하여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무사히 통과한 후 가까스로 평화를 얻은 두 주인공~
그 모습에 안도하며 나 또한 덩달아 행복해진다.
"오늘은 정말이지...좋은 날이었어!"

간간이 세파에 흔들리곤 하던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그림책 속 꼬마와 곰처럼 속상하고, 아프고, 끔찍한 기억들은 다 잊고 좋았던 일만 생각한다면 어떨까?
불현듯 예전의 인기 드라마였던 '도깨비'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한때 유행처럼 번지던 '소확행'의 의미에 대하여...위대한 사랑의 감정에 대하여...그리고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모든 소중한 존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을 만난 건 분명 행운임에 틀림없다.
언제까지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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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춤춰요 라임 그림 동화 36
요안나 쿼.샤리나 마르케즈 지음, 프랜시스 알바레스 그림,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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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춤을 춘다는 표현을 쓰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시선이 아닐 수 없다.
편견의 지배를 받지 않는 순수한 동심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개울 같은 느낌의 잔잔한 일러스트 또한 매혹적이다.
페이지마다 가득 차오르는 관심과 배려의 정서가 꽃물처럼 스며드는 멋진 그림책 한 권을 내 곁에 둔다.

전철 안에서 가끔 수어를 하시는 분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예전에 잠깐 수화교실에 다닌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매체를 통해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나 수어 통역사 화면도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본 도서 또한 수어를 매개로 한 두 아이의 우정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포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여 특별한 관심이 생겨났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이러한 기회는 더없이 소중하다.

《손으로 춤춰요》는 필리핀의 ‘룸 투 리드’(Room to Read, 개발 도상국의 교육과 양성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여 글로벌 에디션으로 펴낸 책으로, 이 책의 공동 작가 중 한 명인 샤리나 마르케즈는 실제로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잘 녹여 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더불어 이 책이 장애의 경험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2024 미국도서관협회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복한다.

-어느 날, 앞집에 마이네 가족이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글쎄, 마이네 가족은 손으로 춤을 추는 거 있지요?
 마이네 가족은 쉴새없이 손을 움직여요.
 마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처럼요.
 무슨 얘기를 저렇듯 재미있게 주고받는 걸까요?-

마이와 샘이 길에서 세 번째로 마주친 날, 둘은 함께 놀기로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오해가 생겼다.
샘은 저 멀리 언덕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건 줄 알았는데, 마이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자는 건 줄 알았던 것이다.
며칠 뒤, 마이는 샘에게 손으로 춤추는 법을 알려 주었다.
샘은 마이에게 고운 새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청각장애인인 마이와 샘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 참으로 예쁘다.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따지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관계일 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인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이 싱그러운 기억이 되어 자꾸만 귓전을 맴돈다.

"우리는 샘과 마이예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랍니다."

부록페이지를 통하여 수어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수어도 문화의 영향을 받는 언어인지라 나라 및 지역별로 그 체계가 달라서 필요할 때는 국제 수어를 쓴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국제연합에서는 수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9월 23일을 국제 수어의 날로 정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수어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함께 지켜나가려는 태도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장애와 인권, 우정의 키워드를 마음에 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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