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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해적
시모다 마사카츠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5년 9월
평점 :
죽는다는 건 뭘까?
죽음은 삶의 끝에 존재하며 모든 생명체는 결국 죽는다.
죽고난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죽음 이후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그림책이 궁금하였다.
이 책은 '2024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부문 [바다] 분야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띠지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구라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일러스트가 다소 자극적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 해적의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동안 독자로 하여금 관조적 자세를 배우게 한다.
또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양한 바다 생물들이 죽은 해적을 찾아오는 설정은 마치 반복되는 노랫말의 후렴구처럼 매혹적이었다.
초승달이 뜬 어느 깜깜한 밤, 배 위에서 싸우던 해적은 칼에 찔려 바다로 던져진다.
풍덩!
시작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르는 바닷속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죽은 해적을 시종일관 똑같은 표정과 자세로 똑같은 위치에 고정시켜 놓고, 바다 밑바닥까지 가라앉는 동안 수심에 따른 바닷물의 색깔만으로 시공간을 분리시키고 있었다.
죽은 해적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지금 가라앉고 있는 건가?
아니면 공중에 떠 있는 건가?'
'이크, 저 상어한테 잡아먹히겠군.'
'싫어, 내 모자는 절대 못 줘!'
그렇지만 몸이 제 생각대로 말을 듣지 않으면서 해적은 비로소 자신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는 듯하였다.
'내 멋진 모자도, 이도, 손톱도, 눈도, 머리카락도 다 없어졌지만, 이제 그딴 건 다 필요 없지 뭐. 난 정말 죽은 것 같으니까.'
-어느새 해적은 수많은 물고기에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 중 한 물고기가 해적에게 물었어요.
"우린 배가 너무 고파.
널 먹어도 괜찮을까?"
해적은 물고기들에게 대답했어요.
"날 먹어도 좋아.
난 지금까지 너희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먹었으니까."-
해적은 이제 어떻게 되었을까?
뜻밖의 반전, 마지막 페이지는 정녕 잊지 못할 판타스틱한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삶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