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뭐?
소니아 쿠데르 지음, 그레구아르 마비레 그림, 이다랑 옮김 / 제이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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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여 한바탕 기분좋게 읽었다.
나 또한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라 크게 공감할 수 있었나보다.
"그래서 뭐?"
"그래서 뭐!"
이렇게 간단히 말하면 될 일을 그동안 우리는 왜 몰랐을까?
사회성은 단순히 친구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출판사 서평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속표지에서부터 첫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태도가 꽤 불량스러워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매일같이 셋이 몰려 다니면서 제멋대로 폭력을 행사하곤 한다.
"야, 너 입에서 똥 냄새 나."
"야! 너 머리 묶으니까 진짜 못생겼다."
"야 멍청아, 신발 끈도 못 묶냐?"
"야! 네 안경 진짜 이상해!"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탓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였다.
어느 날 표범 소녀 폴린이 놀이터에 나타났다.
놀이터의 폭군, 바질은 늘 하던대로 공격적인 말을 쏟아내었다.
"야! 네 몸에 점들, 진짜 이상해. 우웩, 웩, 웩."
얼어붙은 듯 숨죽이며 지켜보는 아이들...
이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당신이 상상한 그대로가 맞다.
폴린은 바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뭐?"
바질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이후로도 폴린은 친구들 곁에 있으면서 바질의 일방적인 공격을 되받아쳤다.
 '너의 그 말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그러니 그만 멈추어 줄래?'
'So What?'에 담겨있는 의미이다.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이다.
-"그래서 뭐!"
 바질은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가 버렸어.- 
폴린 혼자만의 "그래서 뭐?"가 놀이터 아이들의 이구동성 "그래서 뭐!"로 확산되는 마법같은 순간을 그렸다.
독자들도 이를 통하여 타인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의 마음을 보호하는 건강한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극적인 반전도 물론 있다.
-바질이 소리쳤지.
"그래서 뭐!"-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궁금하다면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주는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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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일까? 불행일까? 다정다감 그림책 16
이안 드 해스 지음, 이현아 옮김 / 다정다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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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포근한 그림체, 몽환적 노을 빛깔이 따스한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이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그림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연속 사건을 흥미로운 서사로 펼쳐낸다.
주인공은 곰과 꼬마~
둘은 숲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그러다가 곰이 바위에 걸려 넘어진다.
꼬마는 깜짝 놀라며 오늘은 운이 참 나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그림책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곰이 넘어진 자리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꼬마가 재빠르게 상황을 역전시켰다.
"여기로 넘어진 건 정말 행운이야."
정말 그럴까?
작가는 사건이 이어질 때마다 매번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곰이 넘어진 건...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건...다이아몬드가 사라진 건...보물을 찾은 건...도둑을 만난 건...간식을 잔뜩 받은 건...배탈이 난 건 행운일까? 불행일까?"
이러한 질문은 독특한 라임을 형성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데, 독자들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전화위복'이나 '새옹지마' 같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일희일비'하는 태도에 대한 관조적인 깨달음도 배울 수 있다.
하룻동안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로 인하여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무사히 통과한 후 가까스로 평화를 얻은 두 주인공~
그 모습에 안도하며 나 또한 덩달아 행복해진다.
"오늘은 정말이지...좋은 날이었어!"

간간이 세파에 흔들리곤 하던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그림책 속 꼬마와 곰처럼 속상하고, 아프고, 끔찍한 기억들은 다 잊고 좋았던 일만 생각한다면 어떨까?
불현듯 예전의 인기 드라마였던 '도깨비'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너와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한때 유행처럼 번지던 '소확행'의 의미에 대하여...위대한 사랑의 감정에 대하여...그리고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모든 소중한 존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을 만난 건 분명 행운임에 틀림없다.
언제까지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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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춤춰요 라임 그림 동화 36
요안나 쿼.샤리나 마르케즈 지음, 프랜시스 알바레스 그림,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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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춤을 춘다는 표현을 쓰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시선이 아닐 수 없다.
편견의 지배를 받지 않는 순수한 동심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개울 같은 느낌의 잔잔한 일러스트 또한 매혹적이다.
페이지마다 가득 차오르는 관심과 배려의 정서가 꽃물처럼 스며드는 멋진 그림책 한 권을 내 곁에 둔다.

전철 안에서 가끔 수어를 하시는 분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예전에 잠깐 수화교실에 다닌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매체를 통해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나 수어 통역사 화면도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본 도서 또한 수어를 매개로 한 두 아이의 우정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포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여 특별한 관심이 생겨났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이러한 기회는 더없이 소중하다.

《손으로 춤춰요》는 필리핀의 ‘룸 투 리드’(Room to Read, 개발 도상국의 교육과 양성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여 글로벌 에디션으로 펴낸 책으로, 이 책의 공동 작가 중 한 명인 샤리나 마르케즈는 실제로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잘 녹여 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더불어 이 책이 장애의 경험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2024 미국도서관협회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복한다.

-어느 날, 앞집에 마이네 가족이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글쎄, 마이네 가족은 손으로 춤을 추는 거 있지요?
 마이네 가족은 쉴새없이 손을 움직여요.
 마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처럼요.
 무슨 얘기를 저렇듯 재미있게 주고받는 걸까요?-

마이와 샘이 길에서 세 번째로 마주친 날, 둘은 함께 놀기로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오해가 생겼다.
샘은 저 멀리 언덕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건 줄 알았는데, 마이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자는 건 줄 알았던 것이다.
며칠 뒤, 마이는 샘에게 손으로 춤추는 법을 알려 주었다.
샘은 마이에게 고운 새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청각장애인인 마이와 샘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 참으로 예쁘다.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따지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관계일 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인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이 싱그러운 기억이 되어 자꾸만 귓전을 맴돈다.

"우리는 샘과 마이예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랍니다."

부록페이지를 통하여 수어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수어도 문화의 영향을 받는 언어인지라 나라 및 지역별로 그 체계가 달라서 필요할 때는 국제 수어를 쓴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국제연합에서는 수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9월 23일을 국제 수어의 날로 정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수어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함께 지켜나가려는 태도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장애와 인권, 우정의 키워드를 마음에 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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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간질간질 알맹이 그림책 70
함지슬 지음, 유현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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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이미지의 보드북이라서 좋았다.
만약 보드북 형태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이 책은 적극적으로 간지럼 놀이를 유도한다.
책을 읽고나면 아마도 간지럼 놀이는 필수가 될 터이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도중에라도 책을 던져놓고 간지럼 놀이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소중하게 모셔 놓을 장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장난감이 되어야 한다.
던져도, 깨물어도 괜찮은 보드북이어야만 했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뮌헨의 서점을 방문했을 때, 내가 가장 눈여겨본 코너는 그림책 서가였다. 
전시 공간 및 규모가 매우 압도적이었는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 나라와는 달리 거의 모든 그림책이 보드북 형태로 출판되었다는 것이다.
어린이책에 대한 독일인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꽤나 재미있는 발견이라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보면 책이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등 파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적으로는 영유아 대상 그림책의 일반적인 형태가 모두 보드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요즘 육아에서는 아빠의 역할이 대세로 간주된다.
그림책도 아빠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이 정서적으로 더 좋다고 한다.
'아빠효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아이들의 언어능력은 1.5배 더 높고, 아빠와 대화가 많은 아이일 수록 논리적이고 창의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 나아가서 아이의 인성 및 사회성 발달, 행복지수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작가들도 이러한 관점에 주목하였던 걸까?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아빠와 아기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토끼, 호랑이, 곰, 사자가 짝으로 등장하여 한바탕 간지럼 놀이로 웃음꽃을 피운다.
저마다 웃음소리가 달라서 재미있다.

"아이쿠, 간지러워라! 깔깔깔깔, 깔깔깔깔!"
"아이고오, 그만그만! 하하하하, 하하하하!"
"에에에에~취! 으하하하, 으하하하!"
"아이고, 배야! 으허허허, 으허허허!"

아빠들은 모두 잠을 자고 싶어하는 반면에, 아기들은 그런 아빠를 간지럼 태워서 함께 놀고 싶어한다는 간단한 서사구조이지만 만족도는 매우 높다.
놀이 본능을 일깨우고, 웃음을 유발하며 아빠 육아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한다.
"자, 이제 다시 한번 간질간질 놀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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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림 글, 지경애 그림 / 그리고 다시, 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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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하림 가수의 싱어롱 챌린지에 이은 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 출판되었다.
'우사일'(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의 시작은 일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하루, 일과 쉼이 공존하는 하루, 이런 하루가 모두에게 당연하게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림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동안 나는, 반복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랫말이 아름답고 멜로디가 평이해서 누구라도 금방 배울 수 있다.
진심을 다하여 또박또박 말하듯이 노래하는 가수 하림의 목소리가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기를...

지경애 그림 작가의 따스한 시선 또한 아름답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포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은 곱씹어 읽어 볼수록 눈물 맛이 났다.
페이지 속 어느 너머에서 발버둥치는 나를 발견한 듯 하여 소스라치기도 하고, 잃어버리거나 놓쳐버린 시간들과 조우하며 그리움을 한껏 키우기도 하였다.
호소력 짙은 감성을 붙잡고 어느새 뒤면지에 가 닿으면 '우사일'의 노래 가사 전문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내가 일하다 다치면 엄마 가슴 무너지고요.
 집에 못돌아가며는 가족은 어떡합니까.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저녁엔 집에서 쉬고 휴일에는 여행도 가는
 그런 평범한 일들이 왜 나는 어려운가요.
 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 누군가의 가족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는 그림책의 진솔한 이야기는 의외로 힘이 세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음에 감사하며, 이제 더는 외로운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우사일' 프로젝트의 진심이 세상 구석구석을 밝히는 화사한 꽃으로 피어나기를...따뜻한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서 메마르고 거칠어진 우리네 마음 속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기를...
이 그림책이 지금 내 곁에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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