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사색과 철학의 깊이가 느껴지는 문장과 일러스트는 과연 감동적이다. 먼지가 주인공? 뜻밖의 사건과 낯선 공감대가 연상되는 그림책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하였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북 트레일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은 먼지와 아기 고양이가 위로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좋은 친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작품이다. -작고 작은 숲속 마을에서 먼지가 태어났어요.- 첫 페이지부터 경이로운 감각의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만 신비로운 색감과 놀라운 터치감은 거의 압도적이라 할 수 있겠다. 먼지의 탄생을 알리는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아무에게도 축복 받지 못하는.. 스스로도 왜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먼지의 자화상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이쯤에서 살짝 궁금해졌다. 작가님은 먼지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짜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먼지. -슬슬 용기를 낸 먼지는 조금씩 움직여 보았어요.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바람이 떠미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힘껏 용기를 내 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갑자기 나타난 얼룩덜룩이들에 의해 하늘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아기 고양이가 위기에 처한 먼지를 구하기 위해 쉭쉭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하여 달려온다. 그림책 속 가장 역동적인 장면이다. 유쾌한 에너지를 담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외로운 두 영혼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먼지와 아기 고양이~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마치 화첩 기행을 하듯 천천히 긴 시간을 들여 페이지마다 한참을 머물렀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해 어둔 밤을 밝히는 촛불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먼지의 선택은 옳았을까? 내 삶의 선택은 어땠을까? 책장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를 통하여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