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춤춰요 라임 그림 동화 36
요안나 쿼.샤리나 마르케즈 지음, 프랜시스 알바레스 그림,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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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으로 춤을 춘다는 표현을 쓰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시선이 아닐 수 없다.
편견의 지배를 받지 않는 순수한 동심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개울 같은 느낌의 잔잔한 일러스트 또한 매혹적이다.
페이지마다 가득 차오르는 관심과 배려의 정서가 꽃물처럼 스며드는 멋진 그림책 한 권을 내 곁에 둔다.

전철 안에서 가끔 수어를 하시는 분들과 마주칠 때가 있다.
예전에 잠깐 수화교실에 다닌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매체를 통해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이나 수어 통역사 화면도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본 도서 또한 수어를 매개로 한 두 아이의 우정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포용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여 특별한 관심이 생겨났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이러한 기회는 더없이 소중하다.

《손으로 춤춰요》는 필리핀의 ‘룸 투 리드’(Room to Read, 개발 도상국의 교육과 양성 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 단체)와 협력하여 글로벌 에디션으로 펴낸 책으로, 이 책의 공동 작가 중 한 명인 샤리나 마르케즈는 실제로 청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잘 녹여 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더불어 이 책이 장애의 경험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2024 미국도서관협회 '슈나이더 패밀리 북 어워드'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진심으로 응원하고 축복한다.

-어느 날, 앞집에 마이네 가족이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글쎄, 마이네 가족은 손으로 춤을 추는 거 있지요?
 마이네 가족은 쉴새없이 손을 움직여요.
 마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것처럼요.
 무슨 얘기를 저렇듯 재미있게 주고받는 걸까요?-

마이와 샘이 길에서 세 번째로 마주친 날, 둘은 함께 놀기로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오해가 생겼다.
샘은 저 멀리 언덕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건 줄 알았는데, 마이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자는 건 줄 알았던 것이다.
며칠 뒤, 마이는 샘에게 손으로 춤추는 법을 알려 주었다.
샘은 마이에게 고운 새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청각장애인인 마이와 샘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 참으로 예쁘다.
친구란 어떤 존재일까?
따지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관계일 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인 것이다.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이 싱그러운 기억이 되어 자꾸만 귓전을 맴돈다.

"우리는 샘과 마이예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랍니다."

부록페이지를 통하여 수어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수어도 문화의 영향을 받는 언어인지라 나라 및 지역별로 그 체계가 달라서 필요할 때는 국제 수어를 쓴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국제연합에서는 수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9월 23일을 국제 수어의 날로 정하고 있다.
우리가 평소에 수어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함께 지켜나가려는 태도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일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장애와 인권, 우정의 키워드를 마음에 새기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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