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싸우지 않아 우리 친구 알폰스 7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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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 이어서 이번에 소개할 책은 '우리 친구 알폰스 7'이다.
스웨덴의 국민 작가 구닐라 베리스트룀이 쓴 알폰스 시리즈 25개 중에서 우리 나라에 소개된 일곱 번째 이야기인데, 책을 읽다보면 작품 속 알폰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지 누구라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삶의 소중한 가치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작가가 밝혔듯이 '이 아이들이 언젠가 힘을 갖게 되거나 부모가 되었을 때,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싸움을 하고, 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알폰스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길에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으면 그냥 피해 버린다.
피할 상황이 못 되면 곧바로 항복하는 척 한다.
아이들은 그럴 때마다 겁쟁이라고 놀리거나 힘이 없어서 싸우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알폰스는 사실 매우 힘이 세다. 
다만 몸으로 싸우는 게 싫을 뿐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다.
놀랍지 아니한가!
어디 그 뿐이랴!
어느 날, 새로 전학을 온 말썽쟁이 세 명이 알폰스에게 싸움을 걸어 왔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 그만!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알폰스한테는 소용 없어. 싸움이 안 돼!
 알폰스는 싸우지 않으니까. 정말이야. 알폰스는 안 싸워!"-

그런데도 세 아이는 알폰스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모든 아이들 앞에서 알폰스가 직접 말했다.

"맞아. 난 싸움 못해. 난 싸우지 않아.
 싸울 생각도 없어. 싸우지 않는 게 더 좋으니까."

한 순간에 주변을 완전히 평정시켜버린 우리의 알폰스에게  엄지 척!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그 다음 행동이 더 멋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목공 놀이터로 가서 오두막 짓기를 계속하는 알폰스...
이것을 본 말썽쟁이 셋도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모두가 함께 멋진 오두막을 완성한다는 스토리는 뜻밖의 충만한 메시지였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 누구도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이번 책에서는 알폰스의 아빠와 할머니도 등장한다.
알폰스가 싸우지 않는 것에 대해서 아빠와 할머니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아빠는 싸울 수 있는 건 좋은 거라고 하고, 할머니는 알폰스가 싸우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대다수의 부모들처럼 알폰스의 아빠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먹을 날려야 한다며 알폰스에게 몇 가지 동작을 연습시켰다.
알폰스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안 하면 아빠가 실망할 것 같아서 따라하였다
할머니는 알폰스가 착해서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폰스는 굳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냥 싸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알폰스의 이야기를 통하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듯하다.
아이들 세계에서 '싸움'이란 어른들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면 해결책도 다른 법이니 섣불리 어른들이 아이들 싸움에 관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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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란 뭘까? 우리 친구 알폰스 6
구닐라 베리스트룀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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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 알폰스 6'이라는 마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스웨덴의 국민 작가 구닐라 베리스트룀이 쓴 알폰스 시리즈 25개 중에서 우리 나라에 소개된 여섯 번째 이야기이다.
알폰스 이야기는 스웨덴 교외에 사는 소년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소소한 모험을 그리고 있으며, 1972년 첫 번째 책이 출간된 이후 오늘날까지 세계적인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괄량이 삐삐만큼이나 유명한 내 친구 알폰스를 환영하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알폰스에게는 비밀 친구인 몰간과 진짜 친구인 빅토르가 있다.
둘 중에서 누가 더 좋은 친구일까?
몰간은 오래 된 친구이고, 빅토르는 새로 사귄 친구이다.
몰간은 알폰스가 슬프고 외로울 때 항상 찾아온다. 
귀찮게 하지도 않고 고집을 부리지도 않고 알폰스가 원하는 대로 해 준다.
알폰스는 몰간이 최고의 친구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몰간은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만 나타난다.
알폰스가 정말 몰간이 필요할 때, 몰간은 옆에 없다.
한편, 빅토르는 몰간과는 정반대의 친구이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삐지기도 한다. 사사건건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알폰스가 하자는 대로 따라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폰스는 빅토르가 자신의 진짜 친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인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림책 속에서 꼭 확인해 보시라.

알폰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 또한 '진짜 친구'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내성적인 나는 어려서부터 친구가 많이 없었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한두 명의 친구와 깊이있는 우정을 나누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사교적이어서 친구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부럽기도 하지만, 양보다 질이라고 나는 찐친 한 두명만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가서 소식이 끊겨버린 내 친구 정란이가 문득 그리워진다.
그 시절의 나에게 참 좋은, 최고의, 진짜 친구였다.
지금은 또 다른 진짜 친구 한 사람이 여전히 내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
늘 고마운 존재이다.
속상한 일을 털어 놓기도 하고 서로의 건강을 염려해 주며 가끔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 또한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친구란 커다란 세계관이며 더불어 작은 우주가 아니겠는가!
알폰스 이야기를 통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주려는 마음을 한층 더 키워 나간다면 더욱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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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유전자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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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최고의 시간이다.'

이토록 명쾌한 메시지라니...
책의 마지막 문장이 내 가슴을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김혜정 작가의 말도 매우 인상적이다.

"<시간 유전자>는 가장 오래 쓴 작품이면서 가장 힘들게 쓴 작품이에요. 이 동화를 쓰는 시간은 많이 어려웠지만 그만큼 아주 많은 걸 배웠어요. 그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의 바램처럼 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해 주는 아름다운 동화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영재 학교 입학을 꿈꾸는 초등학교 4학년 지후, 그리고 지후보다 네 살 많은 세랑이가 주인공이다.
표지 속 두 인물인데,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둘의 관계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야기의 배경은 시간을 팔고 살 수 있는 가상세계,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통하여 타임 스토어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시간 유전자'라고 하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다.

-나는 시간 유전자 이동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최고의 과학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술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나는 초록 괴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시간 유전자를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내 몸에서 초록색 반점을 말끔히 지워 주었다.- 22p

-나는 스무 살이 되면 사 년치의 시간 유전자를 팔 거다. 마음 같아선 한꺼번에 사 년치를 다 팔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시간 유전자는 이 년에 한 번씩 일 년치만 팔아야 했다.-23p

-이 사회에서 늙어 보인다는 건 가난을 뜻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기가 죽어 있었고, 바깥으로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당당할 수 있는 노인은 딱 한 종류였다. 시간 유전자를 왕창 사서 젊음을 창창하게 유지하는 부자 노인.
미스터 유는 타임 스토어를 만든 창립자 가운데 한 명으로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소문에 따르면 태어난 지 백 년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도대체 시간 유전자를 얼마나 샀기에 늙지 않는 걸까?-32p

또 다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적에 상상만 하던 일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가요. 영상 통화를 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오고...곧 우주 여행도 떠나겠지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파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그때가 오면, 저는 시간을 사고 싶을 것 같아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의 시간을 가져와야 하는 거라면 애써 사지는 않을 거예요. 그대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게, 아쉽지 않게 꼭꼭 씹어서 삼킬 거예요. 시간을 너무 아끼지도 않고 펑펑 쓰지도 않고, '제대로' 쓰고 싶거든요."

탄탄한 내적 구성과 탄력적인 사건 전개 방식, 후반부의 빠른 호흡이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극도의 긴장 속으로 빠져들며 페이지를 넘겨가는 즐거움이 있다.
추리물이나 탐정 시리즈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살아갈 그 누구라도 꼭 한 번은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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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아빠 라임 그림 동화 41
조르조 볼페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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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온 세상이 하얗다.
어제 본 그곳의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산은 더 웅장해졌고, 나무들마다 눈꽃을 피우느라 부산스럽다.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 위에 서면 온갖 시름이 등 뒤로 숨어들고, 소담소담 내려 쌓이는 눈송이들은 내 어깨를 토닥이는 듯하다.
이런 날은 눈 그림책을 읽고 싶어진다.
그렇게 선택한 이 그림책이 너무나도 예뻐서 자꾸만 자꾸만  쓰다듬고 있는 중이다.
아껴가며 천천히 페이지를 넘긴다.

그림도 글도 하얀 눈처럼 반짝거렸다.
남극에 사는 펭귄의 알이 어떻게 북극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표제지에 담긴 헌사의 내용처럼 우리들의 멋진 상상력 하나만으로도 완벽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멋진 상상력을 가진 모두에게_조르주&파올로*

탁......, 빠지직!
방금 알에서 깨어난 펭귄은 춥고 외로웠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는 것이다.
저 멀리 작고 까만 동그라미가 보였다.
동그라미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더니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눈 덮인 설원 풍경 속 까만 동그라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까만 동그라미는 바로 우리 아빠 토모의 코였어요.
 아빠는 부드럽고 따스한 팔로 나를 감싸 안아 주었답니다.
 자장가도 불러 주었고요.
 나는 두 눈을 살며시 감았어요.
 이제 세상은 더 이상 하얗고 차갑기만 한 곳이 아니에요.-

북극곰이 남극의 아기 펭귄을 품에 안고 있는 이 장면은 과연 대박이다.
눈 그림책이 이토록 따스할 수 있다니!
실제로도 펭귄의 세계에서는 엄마 펭귄 대신 아빠 펭귄이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 지금부터는 그림책을 통하여 북극곰이 아기 펭귄의 아빠가 된 사연을 알아보기로 하자.

아기 펭귄 팔리노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아빠는 그 모든 것을 알려주기 위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한다.

-"주황색은요?"
 아빠가 왜 주황색을 보여 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주황색은 안 돼!"
 아빠는 늘 이렇게 말했어요.
 그때마다 나를 바라보는 아빠의 커다란 눈이 촉촉해졌지요.-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페이지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일러스트가 전달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은 언제나 해피 엔딩이다.
극적인 반전은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하면 좋겠다.
더욱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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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고 아름다워요 - 2024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79
배슈티 해리슨 지음,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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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툭 던지는 말, 말, 말...
아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여운이 짙다.
'모든 어린이의 책장에 꽂혀 있어야 할 또 하나의 고전!
어린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리뷰도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어렸을 적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그림책의 내용을 구성하였다는 작가는 떨려오는 목소리에 자못 힘을 실었다.

"아이의 몸은 고쳐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날 놀이터에서 내 몸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고쳐야 할 것은 우리가 품고 있는 편견입니다. 나는 그 아이를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아이의 일부는 나고, 아마도 어떤 일부는 당신일 것입니다. 그리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너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온 세상의 모든 기쁨과 돌봄을 누릴 자격이 있단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냉혹한 시선에 대하여 비판을 하면서도 나 또한 이러한 편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급에 또래보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의젓한 아이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기대치가 생겨서 그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을 요구하거나 지나친 말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너는 의젓하니까 양보해도 괜찮지?''
''너는 이거 보다는 저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어쩐지 가슴이 뜨끔하였다.

작가 배슈티 해리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인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이 책으로 2024년 칼데콧상을 수상하였다.
그림책 속 주인공 아이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자라면서 또래와의 덩치 차이 때문에 어른 취급을 당해야 했고, 신체적 모욕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차별을 겪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번 그림책 이야기를 지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여정을 지켜보고 따라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었다고 한다.

커다란 판형에다 보통의 그림책보다 분량이 꽤 많은 이 그림책.
처음에는 왠지 선물 보따리가 푸짐한 기분이 들어서 뿌듯하였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주인공 아이에게 감정이 이입되면서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모두가 두근두근 기다리던 무용 발표회를 앞둔 어느 날, 아이에게 주어진 역할은 장미도 데이지도 아닌 회색 빛깔의 산과 구름 조각이었다.
분홍 꽃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이 상황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 자리를 뛰쳐 나간다.

-꽃을 맡기에는 너무 커잖니!
 다 큰 애는 우는 거 아니야.
 너 어디 가니?
 내가 뭐랬기에 그래?-
 
아이의 발걸음마다 땅이 꺼지는 슬픔이 차올랐다.
그네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을 때조차도 주변의 도움은 커녕 핀잔과 놀림만 당하지 않았던가!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아이의 마음은 자꾸만 자꾸만 쪼그라드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심리 상태를 글자 하나 없는 12쪽짜리 펼침 화면을 통하여 매우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각의 틀 안에서 상대적으로 점점 커져만 가는 아이의 몸은 기괴할 정도이다.

-다 큰 애가 왜 울어?
 작아지려고 노력은 해 봤어?
 좀 맞추려고 해 봐.-

쪼그라 들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틀 안에 갇힌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아이는 마침내 모든 것을 터뜨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아름다운 반전이다.

-이거 여러분이 준 거예요.
 날 꼭꼭 찔러 댔어요.-

내면의 슬픔을 마침내 떨치고 나온 아이가 우뚝 선 채 사람들을 직시하고 있다.
손바닥 안에 든 가시 돋친 말들을 보여 주면서 말이다.
참으로 멋진 장면이 아닌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자기 긍정의 확신으로 가득찬 아이의 당당한 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차 무용가가 되고 싶은 아이의 꿈 또한 따스한 시선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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