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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유전자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평점 :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최고의 시간이다.'
이토록 명쾌한 메시지라니...
책의 마지막 문장이 내 가슴을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김혜정 작가의 말도 매우 인상적이다.
"<시간 유전자>는 가장 오래 쓴 작품이면서 가장 힘들게 쓴 작품이에요. 이 동화를 쓰는 시간은 많이 어려웠지만 그만큼 아주 많은 걸 배웠어요. 그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의 바램처럼 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해 주는 아름다운 동화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영재 학교 입학을 꿈꾸는 초등학교 4학년 지후, 그리고 지후보다 네 살 많은 세랑이가 주인공이다.
표지 속 두 인물인데,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둘의 관계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야기의 배경은 시간을 팔고 살 수 있는 가상세계,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통하여 타임 스토어의 폐해를 알리고 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시간 유전자'라고 하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다.
-나는 시간 유전자 이동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최고의 과학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술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나는 초록 괴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시간 유전자를 팔아서 마련한 돈으로 내 몸에서 초록색 반점을 말끔히 지워 주었다.- 22p
-나는 스무 살이 되면 사 년치의 시간 유전자를 팔 거다. 마음 같아선 한꺼번에 사 년치를 다 팔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시간 유전자는 이 년에 한 번씩 일 년치만 팔아야 했다.-23p
-이 사회에서 늙어 보인다는 건 가난을 뜻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기가 죽어 있었고, 바깥으로 잘 돌아다니지 않았다. 당당할 수 있는 노인은 딱 한 종류였다. 시간 유전자를 왕창 사서 젊음을 창창하게 유지하는 부자 노인.
미스터 유는 타임 스토어를 만든 창립자 가운데 한 명으로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소문에 따르면 태어난 지 백 년이 훨씬 넘었다고 한다. 도대체 시간 유전자를 얼마나 샀기에 늙지 않는 걸까?-32p
또 다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적에 상상만 하던 일이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가요. 영상 통화를 하고,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나오고...곧 우주 여행도 떠나겠지요. 그러니까 언젠가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파는 시대가 올지도 몰라요. 그때가 오면, 저는 시간을 사고 싶을 것 같아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의 시간을 가져와야 하는 거라면 애써 사지는 않을 거예요. 그대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결코 후회하지 않게, 아쉽지 않게 꼭꼭 씹어서 삼킬 거예요. 시간을 너무 아끼지도 않고 펑펑 쓰지도 않고, '제대로' 쓰고 싶거든요."
탄탄한 내적 구성과 탄력적인 사건 전개 방식, 후반부의 빠른 호흡이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극도의 긴장 속으로 빠져들며 페이지를 넘겨가는 즐거움이 있다.
추리물이나 탐정 시리즈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살아갈 그 누구라도 꼭 한 번은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