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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크고 아름다워요 - 2024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 ㅣ 작은 곰자리 79
배슈티 해리슨 지음,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10월
평점 :
무심코 툭 던지는 말, 말, 말...
아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인상적인 일러스트가 눈길을 사로잡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여운이 짙다.
'모든 어린이의 책장에 꽂혀 있어야 할 또 하나의 고전!
어린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리뷰도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
어렸을 적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그림책의 내용을 구성하였다는 작가는 떨려오는 목소리에 자못 힘을 실었다.
"아이의 몸은 고쳐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날 놀이터에서 내 몸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고쳐야 할 것은 우리가 품고 있는 편견입니다. 나는 그 아이를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아이의 일부는 나고, 아마도 어떤 일부는 당신일 것입니다. 그리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너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온 세상의 모든 기쁨과 돌봄을 누릴 자격이 있단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아이를 향한 사람들의 냉혹한 시선에 대하여 비판을 하면서도 나 또한 이러한 편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급에 또래보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의젓한 아이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기대치가 생겨서 그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을 요구하거나 지나친 말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너는 의젓하니까 양보해도 괜찮지?''
''너는 이거 보다는 저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어쩐지 가슴이 뜨끔하였다.
작가 배슈티 해리슨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인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이 책으로 2024년 칼데콧상을 수상하였다.
그림책 속 주인공 아이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자라면서 또래와의 덩치 차이 때문에 어른 취급을 당해야 했고, 신체적 모욕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차별을 겪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번 그림책 이야기를 지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여정을 지켜보고 따라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었다고 한다.
커다란 판형에다 보통의 그림책보다 분량이 꽤 많은 이 그림책.
처음에는 왠지 선물 보따리가 푸짐한 기분이 들어서 뿌듯하였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주인공 아이에게 감정이 이입되면서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모두가 두근두근 기다리던 무용 발표회를 앞둔 어느 날, 아이에게 주어진 역할은 장미도 데이지도 아닌 회색 빛깔의 산과 구름 조각이었다.
분홍 꽃이 되고 싶었던 아이는 이 상황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 자리를 뛰쳐 나간다.
-꽃을 맡기에는 너무 커잖니!
다 큰 애는 우는 거 아니야.
너 어디 가니?
내가 뭐랬기에 그래?-
아이의 발걸음마다 땅이 꺼지는 슬픔이 차올랐다.
그네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을 때조차도 주변의 도움은 커녕 핀잔과 놀림만 당하지 않았던가!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아이의 마음은 자꾸만 자꾸만 쪼그라드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심리 상태를 글자 하나 없는 12쪽짜리 펼침 화면을 통하여 매우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각의 틀 안에서 상대적으로 점점 커져만 가는 아이의 몸은 기괴할 정도이다.
-다 큰 애가 왜 울어?
작아지려고 노력은 해 봤어?
좀 맞추려고 해 봐.-
쪼그라 들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틀 안에 갇힌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아이는 마침내 모든 것을 터뜨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아름다운 반전이다.
-이거 여러분이 준 거예요.
날 꼭꼭 찔러 댔어요.-
내면의 슬픔을 마침내 떨치고 나온 아이가 우뚝 선 채 사람들을 직시하고 있다.
손바닥 안에 든 가시 돋친 말들을 보여 주면서 말이다.
참으로 멋진 장면이 아닌가!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자기 긍정의 확신으로 가득찬 아이의 당당한 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차 무용가가 되고 싶은 아이의 꿈 또한 따스한 시선으로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