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언덕에 비가 내리면
허구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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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문장도 그림도 어쩜 그리 따뜻한지...
글자를 이미지화 시킨 독특한 일러스트는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경이롭다.
새 봄에 나뭇가지마다 돋아나는 초록 이파리 대신 수많은 '파릇파릇'을 그려 넣어서 생동감 넘치는 느티나무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적 역량에 대하여 엄지 척!
그외에도 페이지마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텍스트와 더불어 마치 변주곡을 연주하듯 다채롭게 묘사되고 있다.
흉내내는 말 공부하기에 딱 좋은 그림책 자료이다.
어디 그 뿐인가!
느티나무 할아범의 너른 품을 이해하며 우정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배우게 된다.

책장을 열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느티나무 언덕에 봄바람이 살랑 불더니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언덕 친구들은 비를 피하기 위하여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토끼들과 다람쥐, 뱀, 올빼미, 그리고 원숭이 가족이 그들이다.
이제 빗줄기는 점점 굵어진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언덕 친구들의 얼굴 표정이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비에 젖은 친구들은 으슬으슬 추워요.
 가만히 있어도 오들오들 떨려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얼른 넘겨 보았다.

-친구들은 조금씩 다가가서 몸을 바짝 맞대고
 서로서로 살며시 껴안았어요.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어요.-

쏴아 쏴! 바깥은 여전히 거센 빗발이 몰아치는데, 느티나무 할아범의 품 속은 몽실몽실 몽글몽글 따끈따끈한 핑크빛 기운으로 가득하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급기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어둠이 몰려왔다.
설상가상으로 바람마저 거세게 몰아친다.
느티나무 할아범이 겁먹은 언덕 친구들을 지켜 주려고 있는 힘껏 가지를 펼치는 이 장면 또한 뭉클하다.
크르르르릉 철퍽철퍽, 바로 그때 시커먼 늑대가 빗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걸어왔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지금부터가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타이포 그래피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추천하고 싶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바싹 마른 몸들이 촉촉하게 젖어들 수 있도록... 느티나무 언덕에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세상 구석구석을 감돌아 흐르는 따뜻한 강물이 되어 모두의 가슴을 안온하게 적시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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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 - 제1회 한솔수북 선생님 동화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초등 읽기대장
김지원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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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인 소은이는 전학생이다.
제목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이 간절하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봐 전학을 거부하고, 3년 동안이나 먼 거리 통학을 감수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초등학생, 특히 고학년 여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쓴 동화인데, 판타지나 극적인 장치는 없었지만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알맹이는 무엇일까?
첫째, 선이 굵은 인물 묘사가 돋보인다.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소은이의 당당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지연아, 나도 루루 스티커 뽑기는 힘들어. 네 부탁 못 들어 주겠어. 먼저 갈게."

 "내가 이상하다고? 너는 단짝클럽 아닌 아이들과는 놀지도 않잖아! 그리고 스티커를 구해 줘야 베프가 될 수 있다며?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아?"-

둘째, 김도아 작가의 동글동글하면서도 예리한 일러스트가 한 몫을 한다.
특히 이 장면에 주목해 보자.
왕좌에 앉은 아이, 등급이 매겨진 계단, 그 곳에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셋째, 아이들 세상에 가까이 다가가는 재미가 있다.
루루 스티커로 통하는 그들만의 문화를 엿볼 수도 있고, 친구 관계가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나아가서는 단짝클럽이나 베프를 만들어 친구 사이에 등급을 매기는 비뚤어진 생각을 바로잡는 계기를 만든다. 또한 주인공 소은이의 말과 행동을 통하여 조건없이 '다 같이 놀자'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김지원 작가는 2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친구를 등급으로 나누는 아이가 정말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척 슬펐다고 한다.

"베프는 등급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베프는 서로가 노력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생기는 거예요. 속상할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가 좋다면, 나도 친구가 속상할 때 따뜻한 말을 먼저 용기있게 할 수 있어야 해요."

부록 페이지에 실린 작가의 마지막 당부가 내 마음에도 여실히 차오른다.
여러분 모두가 서로에게 멋진 베프가 되기를! (책꿈샘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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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도 우리와 똑같아요 - 2025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 그림책 숲 34
밥 길 지음, 민구홍 옮김 / 브와포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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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고 감정이 풍부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개들도 우리와 똑같다'고 하는 제목만으로도 고개를 끄덕끄덕, 백퍼 공감하게 된다.

우리 집 반려견 마로는 하루 중 가족이 모두 다 모이는 저녁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듯하다.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사료도 잘 먹는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한 곳에 엎드린 채 식구들을 번갈아가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마치 그림자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회가 포착되면 잽싸게 장난감을 가져와서는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다.
미처 반응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도 한다.
"기다렸다고! 놀아 줘! 멍!"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또로록 꿀 떨어지는 마로의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사소한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사실 6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는 동안 이제 웬만큼의 의사소통은 가능해졌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마로가 궁금하다.
'너 왜 그래? 뭐라는 거니?'

뒤면지에는 재미있는 큐알코드가 있다.
'멍멍 통역기'라고 하는 것인데 이 책의 번역가인 민구홍 작가가 개발하였다고 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진기를 실행해 놓고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앱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고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우리 말로 통역해준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네가 정말 좋아.
🐶뭘 좀 먹을까?
🐶계속 이야기해줘!
🐶너랑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아!
🐶그림을 그려볼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어?
🐶음악을 들어볼까?

어머낫! 우리 마로가 이렇게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줄 미처 몰랐다. 
음악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림에까지 관심을 가질 줄이야! ㅎㅎ
세상에서 젤루 예쁜 내 강아지 마로야, 언제까지나 사랑한단다.

개들은 충직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사람보다 더 믿음이 간다.
작가님의 시선은 어떨까?

-이렇게 개들은 우리와 똑같지만
 어떨 때는 우리가 개들과 똑같으면 좋겠어요.-

다소 충격적인 이 두 장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으며 파급력도 크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꾸짖으며 공존과 평화를 지향한다. 

과연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림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일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과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더불어 사는 우리 세상이 좀 더 밝고 맑아지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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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 ) 고양이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2
이혜인 지음 / 한솔수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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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알싸한 이별 이야기라니!
고양이를 애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봇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듯 하였다.
오랫만에 촉촉해지는 감성에 힘 입어 나 또한 내 마음 속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어느 가을날, 시골집 우리 마당에서 길고양이 아롱이를 처음 만났다.
아롱이는 첫 만남에서 내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매우 특별한 고양이였다.
함께 4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롱이가 가정을 꾸리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롱이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고양이일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마당을 허락하지만 끝내 속을 알 수 없으니 경계해야만 하는 이상한 고양이?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아롱이의 방어적인 태도는 그래서 당연히 옳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우리는 조건없는 사랑을 배운다'
오늘도 나는 이 아름다운 문장에 기대어 사심없이 우리 집 마당 고양이들을 기쁘게 돌보는 중이다.
언젠가 마주 할 이별의 순간조차도 축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겨울날, 아주 커다란 고양이를 만났지.-

그림책의 화자는 뜻밖에도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품을가진 고양이
😸두 발로만 걷는 신기한 고양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큰 소리에도 맞서는 용감한 고양이
😸숨바꼭질은 못하면서
     귀찮게 자꾸 놀아 달라는 고양이

고양이와의 즐거운 일상을 담아낸 페이지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하지만 그림책은 세월의 강을 아프게 건너야만 했고, 마침내 이별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눈송이처럼 작아지더라도
 나는 내 고양이 품에서 깊은 잠에 들래.-

만남은 곧 이별이라는 삶의 공식을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고이 풀어낸 작가의 시선 또한 아름답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책의 세계에 초대받은 것처럼,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사랑은 무엇인지, 생명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고양이였죠. 지금은 고양이별로 돌아가 재미있게 뛰어놀고 있답니다. 먼 훗날 다시 만날 때에는 달려가 꼬옥 안아 줄 거예요."

-나의 첫 고양이 아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혜인 작가가 직접 밝혔듯이 그림책의 서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움과 기억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완성된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그림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 모두에게는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생명 존중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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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먼지 웅진 모두의 그림책 60
이진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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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사색과 철학의 깊이가 느껴지는 문장과 일러스트는 과연 감동적이다.
먼지가 주인공?
뜻밖의 사건과 낯선 공감대가 연상되는 그림책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하였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북 트레일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은 먼지와 아기 고양이가 위로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좋은 친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작품이다.

-작고 작은 숲속 마을에서 먼지가 태어났어요.-

첫 페이지부터 경이로운 감각의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만 신비로운 색감과 놀라운 터치감은 거의 압도적이라 할 수 있겠다.
먼지의 탄생을 알리는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아무에게도 축복 받지 못하는.. 스스로도 왜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먼지의 자화상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이쯤에서 살짝 궁금해졌다.
작가님은 먼지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짜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먼지.

-슬슬 용기를 낸 먼지는 조금씩 움직여 보았어요.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바람이 떠미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힘껏 용기를 내 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갑자기 나타난 얼룩덜룩이들에 의해 하늘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아기 고양이가 위기에 처한 먼지를 구하기 위해 쉭쉭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하여 달려온다.
그림책 속 가장 역동적인 장면이다.
유쾌한 에너지를 담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외로운 두 영혼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먼지와 아기 고양이~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마치 화첩 기행을 하듯 천천히 긴 시간을 들여 페이지마다 한참을 머물렀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해 어둔 밤을 밝히는 촛불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먼지의 선택은 옳았을까?
내 삶의 선택은 어땠을까?
책장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를 통하여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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