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알싸한 이별 이야기라니! 고양이를 애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봇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듯 하였다. 오랫만에 촉촉해지는 감성에 힘 입어 나 또한 내 마음 속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어느 가을날, 시골집 우리 마당에서 길고양이 아롱이를 처음 만났다. 아롱이는 첫 만남에서 내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매우 특별한 고양이였다. 함께 4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롱이가 가정을 꾸리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롱이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고양이일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마당을 허락하지만 끝내 속을 알 수 없으니 경계해야만 하는 이상한 고양이?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아롱이의 방어적인 태도는 그래서 당연히 옳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우리는 조건없는 사랑을 배운다' 오늘도 나는 이 아름다운 문장에 기대어 사심없이 우리 집 마당 고양이들을 기쁘게 돌보는 중이다. 언젠가 마주 할 이별의 순간조차도 축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겨울날, 아주 커다란 고양이를 만났지.- 그림책의 화자는 뜻밖에도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품을가진 고양이 😸두 발로만 걷는 신기한 고양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큰 소리에도 맞서는 용감한 고양이 😸숨바꼭질은 못하면서 귀찮게 자꾸 놀아 달라는 고양이 고양이와의 즐거운 일상을 담아낸 페이지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하지만 그림책은 세월의 강을 아프게 건너야만 했고, 마침내 이별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눈송이처럼 작아지더라도 나는 내 고양이 품에서 깊은 잠에 들래.- 만남은 곧 이별이라는 삶의 공식을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고이 풀어낸 작가의 시선 또한 아름답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책의 세계에 초대받은 것처럼,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사랑은 무엇인지, 생명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고양이였죠. 지금은 고양이별로 돌아가 재미있게 뛰어놀고 있답니다. 먼 훗날 다시 만날 때에는 달려가 꼬옥 안아 줄 거예요." -나의 첫 고양이 아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혜인 작가가 직접 밝혔듯이 그림책의 서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움과 기억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완성된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그림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 모두에게는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생명 존중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