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고 감정이 풍부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개들도 우리와 똑같다'고 하는 제목만으로도 고개를 끄덕끄덕, 백퍼 공감하게 된다. 우리 집 반려견 마로는 하루 중 가족이 모두 다 모이는 저녁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듯하다.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사료도 잘 먹는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한 곳에 엎드린 채 식구들을 번갈아가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마치 그림자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회가 포착되면 잽싸게 장난감을 가져와서는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다. 미처 반응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도 한다. "기다렸다고! 놀아 줘! 멍!"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또로록 꿀 떨어지는 마로의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사소한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사실 6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는 동안 이제 웬만큼의 의사소통은 가능해졌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마로가 궁금하다. '너 왜 그래? 뭐라는 거니?' 뒤면지에는 재미있는 큐알코드가 있다. '멍멍 통역기'라고 하는 것인데 이 책의 번역가인 민구홍 작가가 개발하였다고 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진기를 실행해 놓고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앱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고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우리 말로 통역해준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네가 정말 좋아. 🐶뭘 좀 먹을까? 🐶계속 이야기해줘! 🐶너랑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아! 🐶그림을 그려볼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어? 🐶음악을 들어볼까? 어머낫! 우리 마로가 이렇게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줄 미처 몰랐다. 음악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림에까지 관심을 가질 줄이야! ㅎㅎ 세상에서 젤루 예쁜 내 강아지 마로야, 언제까지나 사랑한단다. 개들은 충직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사람보다 더 믿음이 간다. 작가님의 시선은 어떨까? -이렇게 개들은 우리와 똑같지만 어떨 때는 우리가 개들과 똑같으면 좋겠어요.- 다소 충격적인 이 두 장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으며 파급력도 크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꾸짖으며 공존과 평화를 지향한다. 과연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림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일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과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더불어 사는 우리 세상이 좀 더 밝고 맑아지기를 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