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문장도 그림도 어쩜 그리 따뜻한지... 글자를 이미지화 시킨 독특한 일러스트는 눈을 뗄 수 없을만큼 경이롭다. 새 봄에 나뭇가지마다 돋아나는 초록 이파리 대신 수많은 '파릇파릇'을 그려 넣어서 생동감 넘치는 느티나무 캐릭터를 창조한 작가적 역량에 대하여 엄지 척! 그외에도 페이지마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텍스트와 더불어 마치 변주곡을 연주하듯 다채롭게 묘사되고 있다. 흉내내는 말 공부하기에 딱 좋은 그림책 자료이다. 어디 그 뿐인가! 느티나무 할아범의 너른 품을 이해하며 우정과 함께 선한 영향력을 배우게 된다. 책장을 열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느티나무 언덕에 봄바람이 살랑 불더니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언덕 친구들은 비를 피하기 위하여 느티나무 아래로 모여들었다. 토끼들과 다람쥐, 뱀, 올빼미, 그리고 원숭이 가족이 그들이다. 이제 빗줄기는 점점 굵어진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언덕 친구들의 얼굴 표정이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비에 젖은 친구들은 으슬으슬 추워요. 가만히 있어도 오들오들 떨려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얼른 넘겨 보았다. -친구들은 조금씩 다가가서 몸을 바짝 맞대고 서로서로 살며시 껴안았어요.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어요.- 쏴아 쏴! 바깥은 여전히 거센 빗발이 몰아치는데, 느티나무 할아범의 품 속은 몽실몽실 몽글몽글 따끈따끈한 핑크빛 기운으로 가득하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급기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어둠이 몰려왔다. 설상가상으로 바람마저 거세게 몰아친다. 느티나무 할아범이 겁먹은 언덕 친구들을 지켜 주려고 있는 힘껏 가지를 펼치는 이 장면 또한 뭉클하다. 크르르르릉 철퍽철퍽, 바로 그때 시커먼 늑대가 빗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걸어왔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지금부터가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타이포 그래피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추천하고 싶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바싹 마른 몸들이 촉촉하게 젖어들 수 있도록... 느티나무 언덕에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세상 구석구석을 감돌아 흐르는 따뜻한 강물이 되어 모두의 가슴을 안온하게 적시기를...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