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도 우리와 똑같아요 그림책 숲 34
밥 길 지음, 민구홍 옮김 / 브와포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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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고 감정이 풍부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개들도 우리와 똑같다'고 하는 제목만으로도 고개를 끄덕끄덕, 백퍼 공감하게 된다.

우리 집 반려견 마로는 하루 중 가족이 모두 다 모이는 저녁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듯하다.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사료도 잘 먹는다.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거나 한 곳에 엎드린 채 식구들을 번갈아가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마치 그림자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기회가 포착되면 잽싸게 장난감을 가져와서는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짓는다.
미처 반응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도 한다.
"기다렸다고! 놀아 줘! 멍!"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또로록 꿀 떨어지는 마로의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사소한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사실 6년의 세월을 함께 지내는 동안 이제 웬만큼의 의사소통은 가능해졌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마로가 궁금하다.
'너 왜 그래? 뭐라는 거니?'

뒤면지에는 재미있는 큐알코드가 있다.
'멍멍 통역기'라고 하는 것인데 이 책의 번역가인 민구홍 작가가 개발하였다고 한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사진기를 실행해 놓고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앱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고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우리 말로 통역해준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네가 정말 좋아.
🐶뭘 좀 먹을까?
🐶계속 이야기해줘!
🐶너랑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아!
🐶그림을 그려볼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어?
🐶음악을 들어볼까?

어머낫! 우리 마로가 이렇게나 다양한 생각을 하는 줄 미처 몰랐다. 
음악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림에까지 관심을 가질 줄이야! ㅎㅎ
세상에서 젤루 예쁜 내 강아지 마로야, 언제까지나 사랑한단다.

개들은 충직하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사람보다 더 믿음이 간다.
작가님의 시선은 어떨까?

-이렇게 개들은 우리와 똑같지만
 어떨 때는 우리가 개들과 똑같으면 좋겠어요.-

다소 충격적인 이 두 장의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으며 파급력도 크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꾸짖으며 공존과 평화를 지향한다. 

과연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그림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일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책과 만났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더불어 사는 우리 세상이 좀 더 밝고 맑아지기를 원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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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 ) 고양이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2
이혜인 지음 / 한솔수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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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알싸한 이별 이야기라니!
고양이를 애정하는 작가의 마음이 봇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듯 하였다.
오랫만에 촉촉해지는 감성에 힘 입어 나 또한 내 마음 속에 사는 고양이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어느 가을날, 시골집 우리 마당에서 길고양이 아롱이를 처음 만났다.
아롱이는 첫 만남에서 내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매우 특별한 고양이였다.
함께 4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롱이가 가정을 꾸리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롱이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고양이일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마당을 허락하지만 끝내 속을 알 수 없으니 경계해야만 하는 이상한 고양이?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아롱이의 방어적인 태도는 그래서 당연히 옳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우리는 조건없는 사랑을 배운다'
오늘도 나는 이 아름다운 문장에 기대어 사심없이 우리 집 마당 고양이들을 기쁘게 돌보는 중이다.
언젠가 마주 할 이별의 순간조차도 축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겨울날, 아주 커다란 고양이를 만났지.-

그림책의 화자는 뜻밖에도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따뜻한 품을가진 고양이
😸두 발로만 걷는 신기한 고양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큰 소리에도 맞서는 용감한 고양이
😸숨바꼭질은 못하면서
     귀찮게 자꾸 놀아 달라는 고양이

고양이와의 즐거운 일상을 담아낸 페이지마다 웃음꽃이 피어난다.
하지만 그림책은 세월의 강을 아프게 건너야만 했고, 마침내 이별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눈송이처럼 작아지더라도
 나는 내 고양이 품에서 깊은 잠에 들래.-

만남은 곧 이별이라는 삶의 공식을 환생이라는 판타지로 고이 풀어낸 작가의 시선 또한 아름답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책의 세계에 초대받은 것처럼, 어느 날 우연히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사랑은 무엇인지, 생명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고양이였죠. 지금은 고양이별로 돌아가 재미있게 뛰어놀고 있답니다. 먼 훗날 다시 만날 때에는 달려가 꼬옥 안아 줄 거예요."

-나의 첫 고양이 아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혜인 작가가 직접 밝혔듯이 그림책의 서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그리움과 기억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완성된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그림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전폭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 모두에게는 유기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생명 존중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되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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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먼지 웅진 모두의 그림책 60
이진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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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사색과 철학의 깊이가 느껴지는 문장과 일러스트는 과연 감동적이다.
먼지가 주인공?
뜻밖의 사건과 낯선 공감대가 연상되는 그림책 이야기가 정말로 궁금하였다.
출판사가 제공하는 북 트레일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작은 먼지와 아기 고양이가 위로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좋은 친구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잔잔하게 그려낸 서정적인 작품이다.

-작고 작은 숲속 마을에서 먼지가 태어났어요.-

첫 페이지부터 경이로운 감각의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직접 만나보면 알겠지만 신비로운 색감과 놀라운 터치감은 거의 압도적이라 할 수 있겠다.
먼지의 탄생을 알리는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아무에게도 축복 받지 못하는.. 스스로도 왜 태어났는지도 모른 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가만히 기다리는 먼지의 자화상은 애달프기 그지없다.
이쯤에서 살짝 궁금해졌다.
작가님은 먼지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짜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먼지.

-슬슬 용기를 낸 먼지는 조금씩 움직여 보았어요.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바람이 떠미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힘껏 용기를 내 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갑자기 나타난 얼룩덜룩이들에 의해 하늘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아기 고양이가 위기에 처한 먼지를 구하기 위해 쉭쉭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하여 달려온다.
그림책 속 가장 역동적인 장면이다.
유쾌한 에너지를 담고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외로운 두 영혼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로의 곁을 지키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먼지와 아기 고양이~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마치 화첩 기행을 하듯 천천히 긴 시간을 들여 페이지마다 한참을 머물렀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나를 위해 어둔 밤을 밝히는 촛불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을 것이다.
먼지의 선택은 옳았을까?
내 삶의 선택은 어땠을까?
책장을 덮기 전, 마지막 페이지를 통하여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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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속삭임 라임 그림 동화 37
데나 세이퍼링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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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 즉 꽃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선호하는 꽃은 비록 다르겠지만, 꽃을 마주할 때의 마음은 누구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급지면서도 따뜻한 연필선으로 구현해 낸 꽃들의 디테일한 모습은 감탄을 부른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제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꽃들이 무려 24가지에 이른다.
실로 경이로운 작업이 아닌가!
부록 페이지는 그래서 무척 흥미롭다.
본문에 등장하는 꽃들과 꽃말을 함께 실었는데 솔깃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유익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 나온 꽃의 이름과 꽃말을 소개할게요.
책에서 이 꽃들을 찾을 수 있나요?
이 중에 여러분의 동네에 사는 꽃이 있는지 찾아보아요.-

그림책의 제안에 따라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천천히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금잔화, 카네이션, 수선화, 백합, 앵초, 양귀비, 붓꽃, 국화, 마저럼, 튤립, 수레국화, 매발톱꽃, 장미, 과꽃, 데이지, 당근 꽃, 팬지, 루핀, 물망초, 파리지옥, 은방울꽃, 베르가못, 작약, 풍접초.
우왓! 다 찾았다.
그런데 마저럼과 베르가못은 나에게는 낯선 꽃이다.
알아보니 둘은 다년생 허브 식물로서 아로마 테라피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노지월동이 가능하고 번식력이 좋은 베르가못은 우리 시골집 마당에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의 서사는 꽃과 벌의 공생관계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
어느 날 아기 호박벌 베아트리체는 몇 송이의 꽃만이 피어있는 황량한 풀밭으로 오게 된다.
꽃들은 베아트리체를 반기며 안락한 요람과 달콤한 꿀을 나누어 주었고, 훌쩍 성장한 베아트리체는 꽃들 사이를 오가며 꽃말을 전하느라 바쁘다.

"우리에게 늘 큰 기쁨을 주시는군요."

"우리에게 언제나 희망을 주시네요."

"당신은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어요."

"당신들은 아주 특별한 친구예요."

베아트리체의 다정한 말은 꽃들을 금세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풀밭은 꽃으로 가득차게 된다.

물망초의 꽃말을 아는가?
'나를 잊지 말아요' 
작가의 탁월한 해석이 묻어난, 그림책 속 이 아름다운 장면 또한 결코 잊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날 밤,
 베아트리체는 보드라운
 물망초 꽃잎을 발견했어요.
 이파리 위에서 사르르 잠들기 전에
 이렇게 속삭였지요.
 "여러분을 잊지 않을게요."-

'선한 영향력'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추구하는 자세는 민주시민 사회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다. 
마치 꽃과 벌이 그런 것처럼...
황량했던 풀밭이 다채로운 꽃밭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우리는 누구라도 벅차오르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맑고 향기로운 힘이 될 수 있는 삶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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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소니아 쿠데르 지음, 그레구아르 마비레 그림, 이다랑 옮김 / 제이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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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하여 한바탕 기분좋게 읽었다.
나 또한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라 크게 공감할 수 있었나보다.
"그래서 뭐?"
"그래서 뭐!"
이렇게 간단히 말하면 될 일을 그동안 우리는 왜 몰랐을까?
사회성은 단순히 친구와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출판사 서평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속표지에서부터 첫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태도가 꽤 불량스러워 보인다.
아닌게 아니라 매일같이 셋이 몰려 다니면서 제멋대로 폭력을 행사하곤 한다.
"야, 너 입에서 똥 냄새 나."
"야! 너 머리 묶으니까 진짜 못생겼다."
"야 멍청아, 신발 끈도 못 묶냐?"
"야! 네 안경 진짜 이상해!"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은 오히려 자신을 탓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였다.
어느 날 표범 소녀 폴린이 놀이터에 나타났다.
놀이터의 폭군, 바질은 늘 하던대로 공격적인 말을 쏟아내었다.
"야! 네 몸에 점들, 진짜 이상해. 우웩, 웩, 웩."
얼어붙은 듯 숨죽이며 지켜보는 아이들...
이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당신이 상상한 그대로가 맞다.
폴린은 바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뭐?"
바질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이후로도 폴린은 친구들 곁에 있으면서 바질의 일방적인 공격을 되받아쳤다.
 '너의 그 말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그러니 그만 멈추어 줄래?'
'So What?'에 담겨있는 의미이다.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장면이다.
-"그래서 뭐!"
 바질은 얼굴이 빨개져서
 도망가 버렸어.- 
폴린 혼자만의 "그래서 뭐?"가 놀이터 아이들의 이구동성 "그래서 뭐!"로 확산되는 마법같은 순간을 그렸다.
독자들도 이를 통하여 타인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의 마음을 보호하는 건강한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극적인 반전도 물론 있다.
-바질이 소리쳤지.
"그래서 뭐!"-
이건 또 무슨 상황일까?
궁금하다면 그림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키워주는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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