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은 좀더 일찍 ( 그러니까 6월부터) 읽으려고 애를 썼는데, 교육도 있고 해야될 일도 있고해서 차일 피일 미루다가 지난주 중반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페스트와 더불어 최근 유행했던 서글픈 병증에 대한 모습이 너무 비슷하다면서 인구에 회자되던 중이었다. 물론 병의 유행이 사라짐과 더불어 그런 이야기도 잦아들기는 했지만.
어떤 남자가 갑자기 운전을 하다가 눈이 멀었다. 그리고 그를 집에 대려다준 ( 그리고 자동차를 훔쳐간 ) 남자, 그를진찰한 의사를 시작으로 하나둘씩 다들 눈이 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눈이 먼 사람들과 접촉한 보균자를 모아 적당히 가두었다. 눈먼자들( 혹은 조만간 눈이 멀지도 모를 ) 사람으로만 구성된 수용소는 금새 지옥같이 되어 버리고, 사람들은 금새 인성 밑바탕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눈먼자들을 들여보낸 외부도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의 단 한사람의 여자만 아직도 눈이 멀지 않고 있다.
솔직히 나는 장님들의 나라에서는 애꾸가 왕이다, 라는 이야기의 소설 버젼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나니 내가 작가는 될수 없는 사람이구나,생각들수밖에 없었다. 이야기 초반은 정말 스릴러나 공포물 그 자체였다. 하루하루 무슨일이 벌어질지 또 얼마나 상황이 나빠질지 예상할수도 없고 그 내용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그렇지만 도무지 끝을 예상할수 없어서 책을 놓을수가없었다.
왜 여자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궁금증은 그거였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할때는 그녀의 이미지는 희미했다. 수동적이랄까 좀 답답했달까.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자신의 눈으로 주변을 논리적으로 판단하면서 그녀는 진해지고, 세지고, 의견도 분명해졌다. 중간에 그녀 홀로 복수를 위해 나선 장면은 힘이넘쳤다. 아마도 힘센 운동선수 같은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그 이야기의 비장미는 없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적극 추천이다. 아마 보실분이야 다 보셨겠지만 아직 안보신 분은 함 읽어보시길 바란다. " 책을 놓을수가 없었다" 라는 띠지의 카피가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으니까.
책을 다 읽고나니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이란 것이 오늘의 헤드라인이었다. 기묘한 우연이구나 싶었다.
덧. 줄리안 무어는 정말 여주인공으로 딱이었다. 의사선생이 나는 이완맥그리거 였다고 기억했었는데, 오늘 예고편을 보니 헐크 마크 러팔로 선생이었다. 어쩐지 이야기속의 의사선생이 이완 맥그리거랑 너무 안맞더라만.마크 러팔로배우라면 어울리지. 물론...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이 숨막히게 힘든 이야기에서 겨우 빠져 나왔는데, 다시 그 갑갑하고 무서운 상황을 다시 '보게' 되는건 원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