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의 작가 정세랑의 단편 작품집 . 2010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품이 표제작을 포함해서 9작품이 들어있다. 정세랑 작가를 처음 만난건 이 작품집의 처음 작품인 웨딩드레스 44였는데, 그 단편을 읽고는 정말 홀딱 반해서 이 작가의작품은 그냥 뭐든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은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코믹한건 아니고. 이야기의 배경이나 인물들은 어쩐지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가 너무 구구절절 현실만 반영한것은 아니다. 정세랑작가가 묘사하는 여성들이나 그녀들은, 우리가 어쩐지 다들 한자락 겪었던 그런 현실속에 서 있다. 그리고 그녀들은 지난한 현실속에서 나름의 새로운 방식으로 상황을 비틀어 스스로 나아간다. 옥상에서 만나요, 에서는 애써 찾아낸 남편이라는 존재가 다른식으로 비틀려 구원이 되기도하고, ‘효진‘ 이라는 단편속의 화자 효진은 이땅에 딸이라면 한번이상은 느꼈을법한 현실에서 스스로 도망가서 자신의 현실을 이루고, 갑자기 음침한 우범지대에서 언데드가 되어버린 ‘영원히 77 사이즈‘ 속의 그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간직했다. 언니의 돌연사로 고통받았던 ‘보늬‘의 보윤도 친구들이랑다양한 방식의 돌연사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 언니와 작별하는 방법을 찾았고 ‘알다시피 은열‘의 화자도 조금은 다른 형태의 공동체속에서 자신의 위안과 위치를 찾는다.조금 결이 다른건 환타지인 ( 물론 다른 작품들 모두 어떤식으로든 환타지스럽다 ) 이마와 모래 정도일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이야기속의 인물들은 스스로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나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뭔가 안심감 같은 것을 느꼈다. 이언희 영화감독이 정세랑 작가의 글에 위로를 받게 된다고 언급했었는데, 아마도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인자하지 않아 사람따위는 우습게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세랑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사람은 웃을수는 있어도 우습지는 않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허망한 현실에 위로가 된다.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