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제물포, 인천 2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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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한 집안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남들처럼 똑같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유복한 환경은 아닌듯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 요즘은 구경만해도 눈살을 찌푸리는 곳이 많은데 기꺼이 떡을 모녀에게 먹인다.
끊임없이 떡을 바라보다 나누어주는 떡을 제일 먼저 받았던 여자 아이는 수십년의 세월을 역사처럼 보낸다.
떡을 나눠받던 아이는 떡을 만드는 공장의 역사가 되었다.

그 일상적인 한사람의 역사에 우리나라의, 제물포의, 인천의 역사가 한장씩 끼워진다.
#미추홀제물포인천2 (#복거일 씀 #무블 출판)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 책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않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익혔던 사실들이 콕콕 박혀있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허구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한두줄로 교과서에는 적혀있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었던 하나의 역사적 사건의 다른 일면들을 볼 수 도 있어 근현대사를 공부하기위해 만들어진 교재같은 느낌도 있다.
(을미사변으로 일어난 의병들의 실제 모습이나 기능과 같은 부분들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도 한 가족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이 동시에 진행이 되니 이 사람들의 선택과 겪는 일들에 소개되어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마치 딱딱한 신문 사이에 있는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글하나를 발견해 읽은 기분이다.

아픈 역사를 겪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외세를 받아들였던 제물포와 외세의 침략을 한사람의 물러남도 없이 외세의 침략을 막았던 강화도가 합쳐져 지금의 인천이 되었듯 희,노,애,락 그리고 한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오만것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되고 그 각자의 인생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그 역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지도, 지극히 범용적일지도.

그러나 결국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추홀-제물포-인천>에서 지난한 역사를 가로지르는 동안 ‘인천’은 하나의 물리적 영토를 뛰어넘는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나고 자란 고향일 수 있고,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홀로 기회를 잡으러 올라온 낯선 곳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모르는 사람에게 받았던 떡 하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을 위해 돈 벌러 갔다가 평생을 돌아가지 못한 ‘집’이기도 한다.

물론 인천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몰입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천이 의미하는 것과 같은 곳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존재하니 말이다.

사실상 ‘사실’이기 힘들어보이는 이천년전의 전설부터 시작되는 유구한 역사를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봐 보니 역사 라는 것이 다르게 보였다.

역사라 하면 교과목의 그것으로 딱딱하고 이미 지난 일이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일기, 아니 잡기장이 후대에 전해서 비로소 한 가족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을 보았다.
역사가 이런 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전해지지 못했던 진심과 현실이 시대를 넘어 겨우 전해져서 현실을 완전한 것으로 완성 시키는 것.
그렇게 완성된 현실로 미래를 꿈꾸고 나아가고, 누군가에겐 과거일 우리의 현실을 후대에 잘 전해지도록 일생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

그것이 계속 전해지면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얼굴한번 보지 못한 미래의 누군가의 후손일 뿐이지만 그래도 자기와 같은 민족의 선조의 삶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그 안에서 사람다움이나 가치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그 먼 후손은 조금 더 삶이 완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절 발음그대로 적혀져있어 점점 내가 사는 시대의 내가 배운 우리말과 같아지는 것을 읽으면서 새대간의 동화도 느껴졌다.
그렇게 다르고 알아듣기 힘든 하나하나의 과거들이 모여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좀 더 나은 미래쪽으로 다정히 이끌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한반도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뿐만 아니라, 누가 알아보지않아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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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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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AI가 인류의 많은 부분들을 대신해주고, 노령층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젊은이들의 부담이 급격해진 미래.
노인들은 그동안의 삶의 결과, 부와 명예와 같은 것으로 지금의 실버타운으로 보이는 유닛 A,B,C,D,F로 들어가 여생을 살아간다. 이 안에서 버텨내지 못하면 노숙자신세가 된다.
물론 A는 초호화 시설, F는 노동을 해야만 하는 급격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 갖혀있는 것은 같다. 100퍼센트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젊음의나라 (#손원평 씀 #다즐링 출판)의 주인공 유나라는 자신의 유토피아인 시카모어 섬에 들어가기 위해 경력을 만들기 위해 상담자로 A부터 F까지 모든 유닛을 경험하며 늙음과 꿈과 죽음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존의 생각들이 전복되며 혼란도 느끼고 무언가 마음에 응어리져있던 것들도 풀리기도하고, 쪼잔함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F유닛에서 어릴 적 엄마보다 의지하고 따랐던 옆집에 살던 이모를 만나며 아야기는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나간다. 진정한 삶에 대해서,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대해서.

실제로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져가면서 일할 수 있는 경제세대가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전반적이 사회에 녹아있고, 북유럽쪽은 젊은 세대의 수입의 절반 그 이상을 세금으로 가져가 고르게 분배하고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들게 땀흘리며 돈을 버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도 모든 인간이 그렇듯 나이를 먹는다.
과연 노인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분류하는게 옳을까?
먼저 삶을 살아온 지혜를 가진 이들로 이야기하는 것을 빼고서라도, 지금의 젊은 세대를 지금까지 자랄 수 있게 돌본, 자신의 젊음을 하나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어린 세대에게 바쳐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게 지금이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세대가 겪고있는 힘듦이 얼마나 힘든지 같은 세대인지라 너무 잘안다. 그렇게라도 세상을 욕하지 않으면 속이 썪어 문드러질 것이다. 본심이 아니라는 것 누구보다 잘안다.

하지만 계속 세상을 욕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모두가 그렇듯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그것을 지켜나가야 한다.
꿈이 있다는 것은 나이를 막론하고 젊다는 것이다.
젊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꿈이 있다면 누구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나의 꿈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꿈도 똑같이 소중하다. 꿈을 가진이는 모두 소중하다. 젊은지 늙었는지, 돈이 많은지 적은지, 피부색이 어떤지와 관계없이 똑같이.

<젊음의 나라>속에서 꿈을 이루거나 잊고 살아 더이상 꿈을 꾸지않는 노인들 중 몇몇의 ‘꿈’이 ‘죽음’이 된 경우가 나온다.
요즘 나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경우가 제법 있다.
나의 죽음. 그냥 아침에 눈이 떠졌다고 계속 살아가야하는가 라는 ‘존엄사’와 관련된 생각들이 많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는 것도, 먼저 보내는 것도 글로 적는 것 만으로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몇해 전 서양의 한 노부부가 함께 존엄사를 택했던 것이 기사가 났던 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좋아보이기도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마냥 좋은 것은 없다. 또 여기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한다.
쉽게는 내가 속한 나라에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어려운 것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죽음마저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하다 싶었다. 그래도 죽음이 꿈 그자체일 수 있는가라는 생각은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잘 죽는 것’ ‘죽는 순간까지 잘 사는것’이라면 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순간을 위해 무언가를 잘 해야한다는 것이 내포되어 있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잘 해보려, 잘 하고 싶은 마음. 그게 꿈 아닐까.

<젊음의 나라>는 우리 사회가 맞이할 인구 고령화에 따른 문제점들에 대한 문제점들과 그것을 통해 젊음,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있다. 그리고 또 하나. 공감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겁이 많다. 상처받기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이 겪은 것만 믿고 그것만이 유일하다 생각한다. 서로의 어려움도 아픔도 꿈도 그럴 수 있겠다라며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한다.
세대간의 갈등도 공감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지붕에 사는 가족도 오해하기 쉬운 세상이니 말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하나의 큰 지붕이다.
오해하기 쉬우니, 그러니 애써보는 것은 어떨까.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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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분의 일 - 살며 맞이한 순간 마주한 생각
규섬 지음 / 집우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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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필독서로 분류되며 읽은 사람보다 아마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 벽돌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우주로만 향하던 인간의 시선이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본 시선이 담긴 사진이 나온다. 검은 색 배경에 파란 작은 점하나. 그것이 우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이다.

어찌보면 세상의 전부인 것 만큼 커다랗고, 어떻게 보면 먼지같은 이 세상에서 수만가지 종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지만 특히나 80억명의 인간이 아둥바둥 살아간다.

그 아둥바둥은 누군가의 삶의 태도일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내 옆의 사람과 부대껴야 하는 정도를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가 특별하다. 나와 같은 생명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 말 그래도 80억분의 1이다.

그런 특별한 한사람의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이야기, 그러면서도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들이 덤덤하게 일상보편적인 친근한 언어표현으로 #80억분의일 (#규섬 씀 #집우주 출판)이 채워져있다.
세상에 단 한사람만의 이야기라고도 읽혀질 수도 있지만 80억을 우리가 사는 세계, 또는 우리라고 생각하고 숫자1이 아니라 어떠한 사건을 가리키는 ‘일’로 생각한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또는 우리의 일들로 책이 채워져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별이 반짝일 때 들리는 소리없는 인사를 담았다는 작가의 ‘규섬’이라는 필명답게, 작가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순간처럼, 눈으로 볼때 작고 잘아야 반짝인다고 말하는 작가처럼 특별하거나 흥분하지 않아도 되는 어찌보면 사소하고 작을 수도 있는 일상의 순간을 사진기도, 글로 포착해서 반짝이게 담고있다.

어떠한 감동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극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어떤 자신의 목표를 이룬 위인들의 이야기에 열광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겪을 것 같지않은 아픔을 겪고 극복해내며 극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나 소설, 드라마 주인공들을 보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80억분의 일>속 이야기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팔 수 있는 것은 싹 다 팔아야 하는 돈을 번다라는 것, 아내와 함께 경복궁에 가는 일, 해외여행에서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을 엄카로 사진기 구입하기, 코딩, 살림 등 모든 순간이 작가 고유의 순간과 사유이지만 겪지않아도(왠지 비슷한 일을 저질러보고 겪어본 것 같은)알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괜시리 엄마의 집밥이 생각났다.
타지살이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피자 치킨과 같은 배달음식을 먹다 늘어나는 뱃살, 나빠지는 건강, 배달 앱을 끝까지 내려도 땡기는게 없는날, 어릴적엔 슴슴해서 싫다고 먹지않던 엄마의 맛.

나중에서야 알게되는 그래서 더 귀하고 평생 기억하고 그리워할 , 슴슴한으로 표현되지만 모든 엄마들마다 맛이 다른 고유의 것.

이 책은 그럼 엄마의 슴슴함과 닮았다.

고요한 위로와 힐링을 안겨준다.
별다른 내용이 담긴 것고 아닌데 자꾸만 읽히고 구미가 당긴다.

구체적인 장소 음식 상황이 다르지만 읽으면서 내 눈과 뇌가 나에게 맞는 상황으로 번역해낸다.
훌륭한 번역가가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단어 하나하나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덜어내는 담백한 문장을 만들어 우리가 외국어 대사도 마음속에 담는 명대사로 평생 안고 가게하는 것 처럼 규섬작가의 글도 내 인생의 명장면 명대사로 마음에 남는다.

작고 사소한 일이라며 동요되지 않으려고 삶에서 기꺼이 탈락시켜 버리는 작은 일들이 나에게, 우리에게, 80억분의 일에게, 따듯한 위로를 준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며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의미있다고, 매순간에 애정을 가지고 살아아겠다고, 작가의 글과 사진들이 말해준다.
물론 유머러스한 야유도 들어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마저 관심이고 사랑이라고.

내가 있는 이곳이 따뜻하고 좋은 곳임을 다시한번 깨닫고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을만큼 빠르게 변화하며 매순간 왠지모를 걱정과 위협, 불안을 느끼고 있는 또다른 우리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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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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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1999년 자기의 자식을 죽여 신화 속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여신 메데이아라는 이름을 받은 희대의 악녀.
정확히 20년 뒤인 2019년 안나 O에 의해 벌어진 충격적 살인사건. 몽유병을 앓던 안나는 범죄 후 희망이 없어진 현실을 떠나 잠속으로 떠난다. 이른바 체념증후군.

긴시간을 잠을 자며 죽은 것 처럼 지냈지만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깨워서 재판을 받게하던지 죄가 없다 밝히고 그녀애게 자유를 주던지.
결국 깨우기 위해 정부는 수면연구소에 안나를 맡기고 수면학자 벤에 의해 안나가 눈을 뜨면서 사건은 회오리의 한가운데로 끌려가는 것 마냥 긴박하게 진행된다.

20년의 간격을 둔 두 사건에는 메데이아의 남은 자식, 보호법에 의해 이름부터 환경까지 모든게 새롭게 부여된 환자X가 있다.

#안나O (#매슈블레이크 지음 #문학수첩 출판)의 전반적인 이야기이다. 잠자는 숨속의 공주가 떠오르는 체념증후군의 수년간 잠드는 증상은 이 책을 신비롭게 만들면서도 잠든이가 눈을 뜨는 순간 상황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기에 최고의 극적인 장치이다.

게다가 안나가 사건 당일까지 썼던 일기장이 현실의 흐름 사이사이에 한장씻 공개되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추리와 현실을 비교하게 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고 몰입감을 준다.

그러면서 논픽션소설 분야 역대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트루먼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며 <안나O>에 소설을 뛰어넘은 현실감을 부여한다.

500페이지의 두꺼운 분량동안 심리적, 두뇌적 고난을 견뎌내야할 동기들을 끊임없이 빽빽하게 책 속에 넣어두고 있다.

나처럼 누가 범인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심장 두근두근 거리며 보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15쪽 분량이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이때까지 읽었던 범죄추리소설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던 것 같다.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더니 범인으로 예상 되는 인물들에겐 모두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삶의 동기가(우리 눈에는 살해 동기가 기꺼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사랑’이었다. 가족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 첫사랑에 대한 사랑 모든 사랑 하나하나가 헛되고 약한 것이 없다. 사랑은 사람을 누구보다 강하게도, 누구보다도 삐뚫어지게도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리고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여름이 되면 뉴스에 나오는 말이 수감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죄를 지어 사회로 부터 격리되어 벌을 받으며 식사, 의류와 같은 모든 지원이 세금인데 에어컨까지 틀어줘야하냐라는 말이 나온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살아서 알고있지만 여름은 참으로 무덥다. 에어컨 없으면 어찌 살았겠냐고 에어컨 발명한 사람 노벨평화상 줘야한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높게 지내고 있다는데 얼마나 더 무덥겠나. 그래도 나도 선뜻 에어컨을 틀어주자고 말할 수는 없다. 나와서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고 교화가 힘들기도 하며, 그 돈으로 차라리 바깥 사회에서 금전적 어려움으로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전기세때문에 켜지못하는 그런 사람들은 돕는것이 훨씬 값어치있지않나 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오는 범죄자의 인권은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협약보다 우선되는 복지부장관의 서명하나로 말도 안되는 실험을 당한다. 에어컨은 부족하지만 여러가지 대안이 있다. 하지만 이런 비인간적인 실험은 대안이 없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했던 생채실험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결국 등장인물들의 삶에도, 한 범죄자의 수감생활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그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었다.
범죄소설을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지만 읽는동안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무겁다. 책을 덮을때도 후련하지 않다.

끊임없이 뒤통수를 맞은기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래도 평범한 인간이 어떤 것이든 기필코 하게하는 사랑의 힘은 진짜다.
이렇게 진짜 같은 가짜, 가까 같은 진짜가 뱀의 똬리처럼 얽히고 섥혀있다.

색다른 범죄추리소설을 보고싶으신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장르소설 애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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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이원영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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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린 시절 모든 동물들이 참 멋져보였다.
만화영화 속 밀림의 왕, 친절하게 인간아이를 각자 잘하는 것으로 보듬어 키워주는 보호자, 우리 인간처럼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 방대한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같은 다양한 매력이, 그 나이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갑옷과 같은 털과 비늘들로 덮여있으니 어찌 멋져보이지 않았겠나.

특히나 수천 수만 킬로미터를 방향도 틀리지않고 한쪽눈만 감아 절반만 자면서 앞장서서 무리를 이끄는 새를 바꿔가면서 이동하는 철세들이 참으로 멋졌다. 그래서 나도 공룡만큼 새를 좋아했다. 그래서 시조새와 프테라노돈은 나의 최애 동물이었다.

하지만 동물을 관찰하겠다는 생각까지는 가보지 못한 것 같다.
몇해 전 모 카메라 브랜드의 TV광고에서 ‘72시간의 기다림’이라는 카피라이트와 함께 야생동물들의 사진 한컷을 찍기위해 비맞으며 위장해있는 사진작가 광고가 참 멋지기도 했지만 나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그랬을까. 먹고사는 일과는 관련없어 보여서?
결국에는 생명공학으로 진학해 식물보다는 동물쪽 커리큘럼을 더 많이 들었으면서 왜그랬을까.
잘 알지 못해서였을까?

#와일드 (#문학동네 글항아리 출판)를 쓴 동물행동학자 #이원영 저자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조류를 특히 더 연구하는 학자이다. 펭귄을 주로 연구하며 극지탐험을 주로 하고 있는 저자는 극지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하여 미생물에서 유인원까지 종을 가리지 않는 폭 넓은 제목처럼 말그대로 세상 모든 야생, 와일드를 다루는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저자가 어린시절 동물들을 키우며 행했던 무지에서 부터오는 실수들을 다시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여 끊임없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으며 직업으로까지 나아간 과정을 보고 있으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동물행동학자가 되고 싶어진다. 다윈의 자연선택과 그에 따라 다른 외형을 갖는 동물들의 모습이 화려한 색감의 삽화로 그려져있어 흥미가 더 돋는다.
오려붙여서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내고 싶어지는, 책이 구겨지는 것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절대로 들지않을 책을 내 손으로 훼손(?)하는 생각까지 들게하는 책이었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와 삽화가 들어있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좀 더 끌리는 종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를 소개하는 책이자 입덕하게 하는 책인 동물행동학자 입문서이다.

침팬지 개체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 애정을 쏟아 영역에 들어오는것을 인정받아 말그대로 나란히 앉아 바나나를 나눠먹던 제인 구달과 위험한 종으로 취급되던 산악고릴라와 교감했던 다이앤 포시 와 같은 동물학자들의 이야기는 항상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야생동물을 사랑하다 보면 당연히 그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신경이 갈 수 밖에 없고 극지방이나, 밀림지대의 보전에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 처럼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제멋대로인 상황에서 극지방과 밀림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겪는 환경변화는 우리 인간들이 삶에서 겪는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나온 물질로 인해 바다 속 크릴이 죽고 크릴이 주식이던 펭귄에게도 큰 위협이 되는 그런 악순환, 먹이를 찾아 펭귄이 이동하면 또 먹이사슬에 얽혀있는 수많은 동물들의 삶도 바뀌어나간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극지방의 펭귄에게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냐 말하겠지만, 극지의 연구가 잘 이루어지면 좀 더 넓은 종에게, 좀 더 넓은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데이터가 생긴다.

과연 이러한 데이터가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아가다 부딪히게되는 대부분의 문제의 답은 자연속에 이미 있다. 몇만년의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자연 속에는 켜켜이 쌓아져있는 지혜가 숨겨져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생활을 위협받는 동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위기앞에서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짖누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안타까움도 이해가 된다.
나와는 관련없는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 지구가 만들어내는 복사에너지의 50퍼센트 넘게를 우리 인간이 쓰고있고, 온난화증상을 야기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의 주된 요소도 우리인간이다. 우리의 책임인데 우리와 관련없다 할 수 있는가.

모든 동물이 자기의 터전에서 아무 문제없이 자기 모습대로 살기를. 그 염원이, 그것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올곧은 덕심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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