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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O
매슈 블레이크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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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자기의 자식을 죽여 신화 속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여신 메데이아라는 이름을 받은 희대의 악녀.
정확히 20년 뒤인 2019년 안나 O에 의해 벌어진 충격적 살인사건. 몽유병을 앓던 안나는 범죄 후 희망이 없어진 현실을 떠나 잠속으로 떠난다. 이른바 체념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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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시간을 잠을 자며 죽은 것 처럼 지냈지만 세상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깨워서 재판을 받게하던지 죄가 없다 밝히고 그녀애게 자유를 주던지.
결국 깨우기 위해 정부는 수면연구소에 안나를 맡기고 수면학자 벤에 의해 안나가 눈을 뜨면서 사건은 회오리의 한가운데로 끌려가는 것 마냥 긴박하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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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간격을 둔 두 사건에는 메데이아의 남은 자식, 보호법에 의해 이름부터 환경까지 모든게 새롭게 부여된 환자X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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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O (#매슈블레이크 지음 #문학수첩 출판)의 전반적인 이야기이다. 잠자는 숨속의 공주가 떠오르는 체념증후군의 수년간 잠드는 증상은 이 책을 신비롭게 만들면서도 잠든이가 눈을 뜨는 순간 상황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기에 최고의 극적인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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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안나가 사건 당일까지 썼던 일기장이 현실의 흐름 사이사이에 한장씻 공개되며 현실에서 벌어지는 추리와 현실을 비교하게 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고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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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논픽션소설 분야 역대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트루먼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내며 <안나O>에 소설을 뛰어넘은 현실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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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의 두꺼운 분량동안 심리적, 두뇌적 고난을 견뎌내야할 동기들을 끊임없이 빽빽하게 책 속에 넣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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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누가 범인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심장 두근두근 거리며 보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15쪽 분량이 모든 것을 허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끝까지 누가 범인인지 확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내가 이때까지 읽었던 범죄추리소설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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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더니 범인으로 예상 되는 인물들에겐 모두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삶의 동기가(우리 눈에는 살해 동기가 기꺼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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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랑’이었다. 가족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 첫사랑에 대한 사랑 모든 사랑 하나하나가 헛되고 약한 것이 없다. 사랑은 사람을 누구보다 강하게도, 누구보다도 삐뚫어지게도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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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범죄자의 인권이라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여름이 되면 뉴스에 나오는 말이 수감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죄를 지어 사회로 부터 격리되어 벌을 받으며 식사, 의류와 같은 모든 지원이 세금인데 에어컨까지 틀어줘야하냐라는 말이 나온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살아서 알고있지만 여름은 참으로 무덥다. 에어컨 없으면 어찌 살았겠냐고 에어컨 발명한 사람 노벨평화상 줘야한다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높게 지내고 있다는데 얼마나 더 무덥겠나. 그래도 나도 선뜻 에어컨을 틀어주자고 말할 수는 없다. 나와서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많고 교화가 힘들기도 하며, 그 돈으로 차라리 바깥 사회에서 금전적 어려움으로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전기세때문에 켜지못하는 그런 사람들은 돕는것이 훨씬 값어치있지않나 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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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책에서 나오는 범죄자의 인권은 에어컨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협약보다 우선되는 복지부장관의 서명하나로 말도 안되는 실험을 당한다. 에어컨은 부족하지만 여러가지 대안이 있다. 하지만 이런 비인간적인 실험은 대안이 없다.
식민지 시대에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했던 생채실험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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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등장인물들의 삶에도, 한 범죄자의 수감생활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그 사랑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었다.
범죄소설을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지만 읽는동안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무겁다. 책을 덮을때도 후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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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뒤통수를 맞은기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뒤통수가 얼얼하다. 그래도 평범한 인간이 어떤 것이든 기필코 하게하는 사랑의 힘은 진짜다.
이렇게 진짜 같은 가짜, 가까 같은 진짜가 뱀의 똬리처럼 얽히고 섥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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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범죄추리소설을 보고싶으신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장르소설 애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