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야외생물학자의 동물 생활 탐구
이원영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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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어린 시절 모든 동물들이 참 멋져보였다.
만화영화 속 밀림의 왕, 친절하게 인간아이를 각자 잘하는 것으로 보듬어 키워주는 보호자, 우리 인간처럼 원하는 무언가를 찾아 방대한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같은 다양한 매력이, 그 나이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갑옷과 같은 털과 비늘들로 덮여있으니 어찌 멋져보이지 않았겠나.

특히나 수천 수만 킬로미터를 방향도 틀리지않고 한쪽눈만 감아 절반만 자면서 앞장서서 무리를 이끄는 새를 바꿔가면서 이동하는 철세들이 참으로 멋졌다. 그래서 나도 공룡만큼 새를 좋아했다. 그래서 시조새와 프테라노돈은 나의 최애 동물이었다.

하지만 동물을 관찰하겠다는 생각까지는 가보지 못한 것 같다.
몇해 전 모 카메라 브랜드의 TV광고에서 ‘72시간의 기다림’이라는 카피라이트와 함께 야생동물들의 사진 한컷을 찍기위해 비맞으며 위장해있는 사진작가 광고가 참 멋지기도 했지만 나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그랬을까. 먹고사는 일과는 관련없어 보여서?
결국에는 생명공학으로 진학해 식물보다는 동물쪽 커리큘럼을 더 많이 들었으면서 왜그랬을까.
잘 알지 못해서였을까?

#와일드 (#문학동네 글항아리 출판)를 쓴 동물행동학자 #이원영 저자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조류를 특히 더 연구하는 학자이다. 펭귄을 주로 연구하며 극지탐험을 주로 하고 있는 저자는 극지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하여 미생물에서 유인원까지 종을 가리지 않는 폭 넓은 제목처럼 말그대로 세상 모든 야생, 와일드를 다루는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저자가 어린시절 동물들을 키우며 행했던 무지에서 부터오는 실수들을 다시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여 끊임없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잃지 않으며 직업으로까지 나아간 과정을 보고 있으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동물행동학자가 되고 싶어진다. 다윈의 자연선택과 그에 따라 다른 외형을 갖는 동물들의 모습이 화려한 색감의 삽화로 그려져있어 흥미가 더 돋는다.
오려붙여서 나만의 노트를 만들어내고 싶어지는, 책이 구겨지는 것도 싫어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절대로 들지않을 책을 내 손으로 훼손(?)하는 생각까지 들게하는 책이었다.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와 삽화가 들어있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좀 더 끌리는 종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를 소개하는 책이자 입덕하게 하는 책인 동물행동학자 입문서이다.

침팬지 개체 하나하나에 이름을 지어 애정을 쏟아 영역에 들어오는것을 인정받아 말그대로 나란히 앉아 바나나를 나눠먹던 제인 구달과 위험한 종으로 취급되던 산악고릴라와 교감했던 다이앤 포시 와 같은 동물학자들의 이야기는 항상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야생동물을 사랑하다 보면 당연히 그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에 신경이 갈 수 밖에 없고 극지방이나, 밀림지대의 보전에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특히나 요즘 처럼 이상기온으로 날씨가 제멋대로인 상황에서 극지방과 밀림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겪는 환경변화는 우리 인간들이 삶에서 겪는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나온 물질로 인해 바다 속 크릴이 죽고 크릴이 주식이던 펭귄에게도 큰 위협이 되는 그런 악순환, 먹이를 찾아 펭귄이 이동하면 또 먹이사슬에 얽혀있는 수많은 동물들의 삶도 바뀌어나간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극지방의 펭귄에게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냐 말하겠지만, 극지의 연구가 잘 이루어지면 좀 더 넓은 종에게, 좀 더 넓은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데이터가 생긴다.

과연 이러한 데이터가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살아가다 부딪히게되는 대부분의 문제의 답은 자연속에 이미 있다. 몇만년의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자연 속에는 켜켜이 쌓아져있는 지혜가 숨겨져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생활을 위협받는 동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위기앞에서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짖누르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안타까움도 이해가 된다.
나와는 관련없는 동물들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 지구가 만들어내는 복사에너지의 50퍼센트 넘게를 우리 인간이 쓰고있고, 온난화증상을 야기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의 주된 요소도 우리인간이다. 우리의 책임인데 우리와 관련없다 할 수 있는가.

모든 동물이 자기의 터전에서 아무 문제없이 자기 모습대로 살기를. 그 염원이, 그것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올곧은 덕심이 가득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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