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제물포, 인천 2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한 집안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남들처럼 똑같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유복한 환경은 아닌듯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 요즘은 구경만해도 눈살을 찌푸리는 곳이 많은데 기꺼이 떡을 모녀에게 먹인다.
끊임없이 떡을 바라보다 나누어주는 떡을 제일 먼저 받았던 여자 아이는 수십년의 세월을 역사처럼 보낸다.
떡을 나눠받던 아이는 떡을 만드는 공장의 역사가 되었다.

그 일상적인 한사람의 역사에 우리나라의, 제물포의, 인천의 역사가 한장씩 끼워진다.
#미추홀제물포인천2 (#복거일 씀 #무블 출판)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 책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잘 들지않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익혔던 사실들이 콕콕 박혀있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허구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한두줄로 교과서에는 적혀있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었던 하나의 역사적 사건의 다른 일면들을 볼 수 도 있어 근현대사를 공부하기위해 만들어진 교재같은 느낌도 있다.
(을미사변으로 일어난 의병들의 실제 모습이나 기능과 같은 부분들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도 한 가족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들이 동시에 진행이 되니 이 사람들의 선택과 겪는 일들에 소개되어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글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마치 딱딱한 신문 사이에 있는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글하나를 발견해 읽은 기분이다.

아픈 역사를 겪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외세를 받아들였던 제물포와 외세의 침략을 한사람의 물러남도 없이 외세의 침략을 막았던 강화도가 합쳐져 지금의 인천이 되었듯 희,노,애,락 그리고 한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오만것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되고 그 각자의 인생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그 역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지도, 지극히 범용적일지도.

그러나 결국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추홀-제물포-인천>에서 지난한 역사를 가로지르는 동안 ‘인천’은 하나의 물리적 영토를 뛰어넘는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나고 자란 고향일 수 있고,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 홀로 기회를 잡으러 올라온 낯선 곳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모르는 사람에게 받았던 떡 하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을 위해 돈 벌러 갔다가 평생을 돌아가지 못한 ‘집’이기도 한다.

물론 인천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몰입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 아니다.
누군가에게 인천이 의미하는 것과 같은 곳이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존재하니 말이다.

사실상 ‘사실’이기 힘들어보이는 이천년전의 전설부터 시작되는 유구한 역사를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봐 보니 역사 라는 것이 다르게 보였다.

역사라 하면 교과목의 그것으로 딱딱하고 이미 지난 일이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일기, 아니 잡기장이 후대에 전해서 비로소 한 가족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을 보았다.
역사가 이런 것이 아닐까.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해 전해지지 못했던 진심과 현실이 시대를 넘어 겨우 전해져서 현실을 완전한 것으로 완성 시키는 것.
그렇게 완성된 현실로 미래를 꿈꾸고 나아가고, 누군가에겐 과거일 우리의 현실을 후대에 잘 전해지도록 일생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

그것이 계속 전해지면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얼굴한번 보지 못한 미래의 누군가의 후손일 뿐이지만 그래도 자기와 같은 민족의 선조의 삶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그 안에서 사람다움이나 가치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그 먼 후손은 조금 더 삶이 완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절 발음그대로 적혀져있어 점점 내가 사는 시대의 내가 배운 우리말과 같아지는 것을 읽으면서 새대간의 동화도 느껴졌다.
그렇게 다르고 알아듣기 힘든 하나하나의 과거들이 모여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간에 좀 더 나은 미래쪽으로 다정히 이끌어 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사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한반도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뿐만 아니라, 누가 알아보지않아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