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평점 :
(비욘드날리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세계, 여행, 비행기 같은 단어들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게 될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나라들을 여행하고싶다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니 돈을 많이 벌어야지라고, 전 세계를 누비는 그런 일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미래의 직업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사람들도 분명 있을것이고.
나도 그런 꿈을 꾸던 사람 중 하나였다.
비록 돈벌이도, 직업도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못했고, 사실적인 이유로 해외여행 자체도 많이 다니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잘 다녀왔다고 돈 벌어서(모아서)또 가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심지어 본인은 ISFP, 대단한 집순이다)걸 보아하니 여전히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가보다.
몇번의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 귀한시간 와중에 꼭 하는 것이 있다면(P이지만 이것만은 미리 찾는다 나에겐 이것이 비행기, 숙소와 동급이다)바로 미술관(또는 전시회)를 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보기힘든 거장들의 명화를 운좋게 감상 할수도, 아니면 그 나라의 문화가 가득히 담긴 독특한 화풍을 구경할 수 있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만큼그 나라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림이라는 것이 클래식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나만의 착각일 수도) 클래식은 그래도 인기있고 유명한 곡들은 들으면 왜 유명한지 왜 인기가 많은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 유명한 그림은 이게 왜 좋은 그림이고 인기가 많은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제법있다.
그래서 클래식음악보다 미술이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고, 결국 큐레이터나 도슨트같은 도움을 받는 것이 이해하기도 쉽고, 관람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형준 교수의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책을 읽으면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은 전시회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만큼 인파가 붐비지않나.
그런 전시회들은 인파가 붐벼 도슨트의 해설이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유명 전시회 못지않은 50여점의 명화들을 삶,사랑,죽음,욕망이라는 감정에 따라, 빛, 자연, 그림자라는 주변 환경에 따라, 시간, 영원, 초월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들에 따라 10개의 전시관으로 나누어서 이렇게나 꼼꼼하고 자세하고 자기의 일화까지 녹여낸 큐레이팅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몇번이고, 언제고 감상 할 수 있는 갓성비 전시회. 그게 바로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라고 말하고 싶다.
제목의 알레고리란, ‘무언가 다른것을 말하기’라는 그리스어 알레고리아에서 유례된 말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을 말한단다(책을 읽기전에 검색해본 내용이다) 그래서 나는 이책은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로 채워진 50점의 그림을 보여주며 인간은 오랜시간 동안 사랑과 시간에 대해서 깊이있게 다루었고 중요시했다는 것을 말하는 책일거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책의 일부분이었다.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라는 것은 이 책에 실려있는 아뇰로 브론치노의 동명의 그림이었다.
16세기의 그림이고 비너스와 큐피트의 나체가 아름답게 묘사되어있어서 표지로 사용하지는 못했으리라.
그리고 이 그림에 대한 설명 중 미술에서의 알레고리에 대한 개념이 소개된다.
도덕, 예술, 감정, 정치 등의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방식을 뜻한다고. 실제로 이 그림에는 당최 지식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 사랑, 아름다움, 쾌락, 기만, 허위, 질투, 시간, 질서가 알레고리로 나타내어져 있다.
이 그림으로 예나 지금이나, 그림은, 그리고 사랑에 관한 관심은 시공간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며, 또 그것의 이해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을 작가가 전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책으로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이었으리라. 작가는 먹고살만큼의 돈만 벌면 평생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할정도로(지금도 지키고 있다)전공인 미술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렵고 복잡하더라고 미술에 대한 관심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두꺼운 책을 썼으리라.
이 책을 마감할때즈음에도 북아프리카에 가서 수많은 예술작품과 건축물을 감상하고 왔다고(맛있는 것도 맘껏 먹고 사진도 많이 남겼다며)자랑한다.
이 책을 끝맺는 글에 남겨놓았는데 이전의 글과는 뭐랄까 느껴지는 텐션(신남)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진정 작가가 자랑하고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부럽다 진심으로)
작가만큼 여러곳을 직접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누릴 용기는 없으니 좋아하는 대가의 작품이 걸려있는 예약한 전시회나 보러가야겠다.(얼리버드로 티켓을 예매하며 좋아하는 나와 왠지 많이 다른 것 같다 작가는)
마침 예매한 전시회가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한점이 전시되는데 이 책의 두번째 전시관인 “빛과 자연의 교향곡”의 첫번째로 모네가 등장한다.
(팬심을 담아 내가 10개의 전시관 중 가장 애정하는 전시관이다 몇번이고 다시 책을 펼쳐 관람할 예정이다)
인상주의 ‘빛의 화가’ 라는 별명을 갖게 되기까지의 화풍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기의 그림들부터 모네의 말년에 그려진 수련 시리즈 그림의 변화를 집어주며 그렇게 된 이유를 말해준다.
(궁금하면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를 읽어보시라)
약간만 들려주자면,
“대상의 견고함이 사라져 사물이라기 보다는 빛이 모여있는 무언가처럼 보이게 된다.(p.69)"
수련 시리즈를 좋아하고 작품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문구다. 나는 무릎을 탁쳤다. 이 책의 표현 중 나에게는 가장 시적이고 은유적이며 매력적인 것이다.
이전에 모네의 수련을 보러갔을 때 보다 약간의 지식,
그림이 변하게 된 과정과 이유,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던 저 문구와 함께하니, 이번에 수련을 보러가면 또 다르게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라는 전시회를 모두
관람하고 나오면, 또다른 전시화에 가고싶어진다.
이제 좀 더 잘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끓는다. 실제로 가서는 그 자신감이 사그라 들수도 있고, 역시! 더 재미져!라며 신이 날 수도 있다.
몇번이고 재결제를 하지않고도 보고픈 그림을 맘껏 볼수있게 해주는 것도 모자라, 자신감과, 또다른 기회로 나아갈 도전의식까지 챙겨주는 멋진 전시회이다.
물론 그 멋진 전시회의 제목은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