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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평점 :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어릴때 까지만 해도 쌍둥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희귀했다. 초등학교 시절 한 학년 위에
예쁘장한 일란성 쌍둥이가 살아서 재학시절 내내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어딜 가든 눈에
띄었고 관심의 대상이었다.
요즘은 왜 이렇게 됐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주위에 쌍둥이가 제법 많아졌다.
(내 주위만 일수도 있다) 대부분 난자2개 정자2개가
수정되는 이란성 쌍둥이이긴하지만.
각설하고, 예전이나 쌍둥이가 제법 흔해진(것 같은)
요즘이나 신체의 일부가 붙어서 세상에 나오는
샴쌍둥이는 여전히 귀하고 세상의 관심사이다.
상체를 공유하거나 머리의 일부가 붙어있음에도
해맑게 웃고있던 사진들을 본적도 있고, TV에서도 본적이있다. 일부가 공유됨에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간혹 분리수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기사를 통해 읽어본적이 있었다.
시공사에서 출간한 #도롱뇽의49재 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이른바
“완전 결합 쌍생아”라는(하나의 몸에 둘이 존재하는)
충격적이고도 신선한 자매 안과 슌이 주인공이다.
5살이 될때까지 ‘슌’의 존재를 몰랐다가 ‘안’이 인식한 뒤로 판사의 검사(?)까지 받아가서 같은 날짜, 같은 시간의 출생기록을 가진 진정한 쌍둥이가 된다.
쌍둥이도 유전력이 있는걸까.
자매의 아버지도 쌍둥이 출신이다
심지어 태아내 태아(형의 몸속에서 형의 영양분을
받아먹고 살아온, 형이 세상에 나오고 1년만에 발견되었다. 심지어 형의 몸안에는 장기 일부만 남은 또다른 형제도 발견되었다)
이 책은 안과 슌의 아버지를 1년동안 품어 키운
형의 장례식을 치루는 걸로 큰 사건이 시작된다.
(동생이 뱃속에서 영양분을 받아 자랄때부터 몸이
허약해 제법 많은 수술을 받으며 병약하게 지냈다)
하나의 몸, 당연히 하나의 심장을 가져 쌍둥이라면
동시에 죽는다고 생각해서인지, 특별한 친분이라고는
부족한 큰아버지의 죽음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안’은
죽음이라는 것에 침몰되다시피 몰두한다.
49재를 치르기위해 친가에 들러있으면서 큰아버지의
방대한 저서를 탐독하며 죽음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곱씹으면서 ‘슌’은 어떠한 현상을 겪게 되는데...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충분히 긴박하게 전개할 수 있는 충격적인 소재를 가지고 ‘죽음’이라는 단어에 깊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라는 시원한 결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200페이지가 채 되지않는 분량임에도
읽기가 더뎠다.
제목이 왜 도롱뇽인지 이해하는데에도 절반의 분량을
읽어야했다.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스포를 하지않는 것인지
적당한 선을 찾는것도 퍽 난감하다.
긴박감있게 여러사건이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에서 깨달은바를 깊숙하게
그것의 민낯까지 파고드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어서
그런것이리라.
내가 한가지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있다면
도롱뇽은 서로의 꼬리를 물기위해 싸우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과,
무언가를 오롯이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상실감이 더해진
내용이라는 것이다.
아마 ‘슌’의 기분을 100%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완전결합쌍생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현재까지)케이스 이기 때문이다.
이과출신(심지어 생명공학)으로써
의사 출신 작가의 지식을 기반으로, 이과답지 않은
섬세한 문장으로 특이한 쌍둥이 케이스를 대하는
소설이라 참신했다.
비록 소설이라면 응당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카타르시스를 유발하는 결말을 없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공유’ 와 ‘죽음’ ‘인격’이라는 것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에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기가 워낙 힘든 세상이지않은가.
도롱뇽의49재를 읽는시간동안 자연스럽게
사색에 잠긴 시간을 가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