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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ㅣ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얼마전 짝꿍의 생일을 맞아 1박2일로 땅끝마을 쪽을 목표로 나들이를 다녀왔었다. 바다를 머금은 휴양림을 숙소로 하였더니 근처에 항이 하나있어 여기까지 온김에 볼 수 있는것은 다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비가 내리다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듯 뜨거운 해가 바다 특유의 짜고 비릿한 습한 공기를 데워 끈적하게 몸에 달라붙었지만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하늘은 절경이었다. 그렇게 귀여운 백구 가족상과, 항구 곳곳에 이정표처럼 남아있는 노란리본들은 마음먹먹한 웃음을 머금게했다. 안타깝다라는 말을 할 수 조차 없는 안타까움이 느껴져 맞잡은 두손만 꽉 쥘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래, 바로 팽목항이었다.
한글은 하나의 음에 여러가지의 한자가 대입되어 여러가지 뜻을 머금는다. #열린책들 의 두 작가가 하나의 책을 공동집필하는 #둘이서 시리즈 세번째 책 #관내여행자_되기 (#백가경 #황유지 씀)는 한글에서 ‘관’ 과 ‘통’에 대입되는 여러 의미들에 주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간다.
‘관’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자 공간/현장을 의미하고 ‘통’은 무언가를 ’담아내고‘ ’연결’하고, ’통증‘의 의미를 담아냈다.
그렇게 두글자가 합쳐진 ‘관통’은 사회와 개인의 공통된 기억으로 서로 이어지고 관계맺는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그렇게 여러장소를(도시를)함께 다니면서도 그 장소의 사회가 가진 기억, 개인이 가진 기억들에 주목하며 하나의 관내에서 두개의 글을 써낸다. 그런 도시들은 사회적으로 아픈사건을 지닌 곳이 많았다. 안산, 이태원, 광주, 서대문 같은 장소들이 그런 아픔의 예시이다. 마침 팽목항을 다녀오고 안산의 이야기를 읽으니 나 스스로도 사회적, 개인적 이야기가 연결되는 관내가 생겨나는 것이 명징하게 이해가 되었다.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장소이자, 우리 둘이 보낸 좋은 시간 속 한 장면으로 팽목항이 기억되는 것처럼, 살아가는 자들의 발아래 죽은자들의 삶이 남아 두발 디딜 곳이 되어준다는 시간을 아우르는 연결을 말하던 황유지 평론가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어떠한 낯선 장소를 향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장, 세미나 같은 어떠한 이벤트가 있어서 가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 한번 가볼까? 하는 흥미를 느껴 여행지로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흥미’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지역, 관내, 도시의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봐서 익숙하게 받아들여져야 조금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이름을 들어온 장소들은 그 장소에 어떤 대표적인 행사, 축제같은 도시의 대명사들이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나열했던 장소들처럼 마음아픈 비극적 사건들이 발생했었을 수도 있다. 그런 사건들이 있으면 마음이 아파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결국 그곳으로 발길을 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 곳에 두발 단단히 딛고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한 장소에 사회가 응당 기억해야할 기억과, 그곳을 방문하거나 살아가며 각자가 걸었던 개인의 사유와 삶이라는 기억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의 일상에서 안타깝게도 그 모든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눈을 뜨면 집을 나서고 해가지면 집에 들어오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삶을 살다보면 어느것하나에도 신경을 여력이 없다. 그냥 빨리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싶은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정상’은 보편적, 일상적이라는 뜻이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곱씹어보고 사유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면 그것들을 기억으로 남긴다면, 자연스레 내 삶이 걸어가고 있는 그 장소, 도시, 관내가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장소에 기억과 애정을 가진다면 그 장소가 가진 히스토리에 저절로 관심이 가져질 것이다.
그렇게 개인과 사회의 기억은 유기적으로 얽히며 또 한번 살아진다. 그렇게 지난한 ‘관’을 지나며(‘통’) 우리는 또 살아간다.
서로의 개별의 기억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안부를 물으며 두손을 잡고 말없이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렇게 나아간다.
장소와, 기억과, 더불어 살아감과 잊지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 걸어나갈 내 두발을 지지해줄 색다르고 참신한, 단단한 땅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