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워진 이름들 사이드미러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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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디아스포라. 특정 민족이 자의 또는 타의로 기존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현상 또는 그러한 집단.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떠나는 일명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미국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국민들도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을 때 절박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고, K-POP과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들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저때만 하더라도 동양인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했다. 특히나 미국 대도시가 아닌 시골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동양인이 그곳까지 가서 자리 잡을 일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엄청나게 넓은 국가면적으로 인해 시골마을은 거의 자기들끼리 자급자족하며 평생을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았다. 머리가 검고 피부가 노랗고 몸집이 작고 자기들과는 다른 냄새가 나고, 영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무시했다.
#김준녕 작가의 #제 (#텍스티 출판)에서 그 시절 미국의 한 작은 시골마을 엔젤타운에서 이름과는 정반대의 인종차별이 발생한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악마취급을 받는다.

<제>에서는 삼대에 걸쳐 미국에서 황인종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미국에서 부를 축적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의 가족과, 대대로 신내림을 받아야하는 무당의 운명을 벗어나기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도망쳐온 ‘준’ 가족, 홀로 미국으로 유학올 수 밖에 없었던 ‘민경’의 이야기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 그리고 98년. 이렇게 시간이 교차된다.
‘한’과 ‘준’이 엔젤타운의 교회를 중심으로 당하는,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다른 것은 불로 태워죽이지 않았다는 것 밖에 없는 인종차별을 당한다. 물론 ‘한’은 경제력으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지만 ‘준’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이 된다. 신내림을 거부해 생기는 신병으로 인해 마을의 아이들이 겁을 먹고, 한국에서 ‘준’을 찾아온 무당 할아버지에 의해 엔젤타운에서 방화와 미스테리한 일들이 발생하자 교회를 중심으로 백인들은 ‘준’의 가족을 응징한다. 그 응징에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의 가족이 앞장선다.
하지만 ‘준’을 포함한 그의 가족을 죽음으로 응징하고 나서 ‘준’의 가족들은 ‘마침내’ 평생 ‘한’과 함께하게 된다.

1998년도에서 ‘한’은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몸, 막대한 부와 명석한 두뇌와 능력, 자상한 성격.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보이는’성인으로 자라고, 이유도 없이(아마 동양인 여성이라서)회사에서 잘려 백수신세인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민경과 결혼하려한다. 모두가 민경을 부러워하지만 한번씩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비밀을 가진 ‘한’의 모습을 알고 있는 민경은 결혼을 고민하지만,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부모님을 떠올리며 결혼을 결심하고 식을 올린다.
너무나 다른 집안환경과 인물인데도 ‘한’은 왜 ‘민경’에게 집착했을까?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의문이 풀린다.
책을 덮고나면 마음이 어지럽다. 어찌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온 몸 가득 차오른다. <제>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을 바란 것일까?

미국에 머물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과거 이야기라고, 지금, 한국 내에서만 살고 있다고해서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 윗 세대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을 갔듯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해외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해외에서 그렇게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들이다.

우리는 해외 근로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아마 익숙하지 않은 피부색과 특유의 냄새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곁에 다가가기 위험한 사람들로 보고있지 않은가?
엔젤타운에서 히에로니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지옥도>에서 지옥부분의 악마들을 죄다 노란색 인간으로 채운 백인들과 같은 시선은 아닌가? 우리가 피해자였다가 피의자일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다. 다문화 혐오를 종교적 오컬트와 버무려 뇌리에 강하게 남기는 작품이다. 텍스티가 현실의 측면을 비추는 ‘사이드미러’시리즈 두번째로 내보인 책이다. 사회에 팽배한 여러문제들을 인지하게 하여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멋진 기획이다.
마냥 살아지지 말고 명징하게 의문을 갖고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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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기획책
남충식 지음 / 휴먼큐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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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AI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일자리를 뺏길것이라며 부정적인 미래를 말한다.
실제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직업들 중 대부분이 AI에게 맡기면 더 잘해줄 것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다시기획은2형식이다 (#휴먼큐브 출판)를 쓴 #남충식 저자는 당당하게 AI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 가장 위를 차지할 것은 바로 ‘기획자’라고 말할 정도로 ‘기획’이 가지고 있는 힘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G.O.A.T. 스티브 잡스의 직업은 무엇인가?
메카닉? CEO? 기업가? 그는 세상의 기술 발전 속에서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등의 혁신을 이루어낸 ‘기획자’였다.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널리 쓰였을까? 세상이 지금처럼 발전 할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발전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결이 다를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획기적이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은 ‘좋은 기획’은 세상의 변화의 결을 바꿀 만큼 세상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획? 이라고 생각하면 AI가 더 잘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AI는 기존에 없는 것 보다는 방대한 데이터풀을 인간이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반복적이고 고되며, 효율 측정과 같은 일들을 담당하고 그로인해 기획자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획자들이 더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남충식 저자는 <기획은 2형식이다>를 기획자 경력 10년차일 때 세상에 선보였다.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는 P코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S코드. 이렇게 두개의 코드로 이루어진 ‘플래닝 코드’가 적혀있던 이 책은 많은 기획자들에게 바이블처럼, 하나의 메뉴얼처럼 너덜너덜해질 만큼 널리 일힌 책이라 한다. 그 책이 또 10년이 흘러 저자가 20년차 기획자가 되고, AI기술이 세상을 급격히 바꾸는 이 시기에도 여전히, 복잡하고 진지한 기획보다, 어깨 힘을 빼고 과감하게 버리고 덜어내는 심플함을 중시하는 2형식 기획을 ‘다시’가져왔다.

저자는 “진정한 단순함은 불필요한 장식이 없는 수준을 넘어 ‘복잡함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라는 조너선 아이브의 말을 빌려 복잡한 기획에 ‘기획의 단 두 개의 본질 코드’로 나름의 질서를 부여한다.

P코드, 즉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하는 것에 75%의 노력을 담으라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어떤 해결책을 찾는데에 집중을 하다보면 ‘잠깐만, 그래서 질문이 뭐였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이것은 해결책에만 집중하다보니 해결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해결책, 또 그것의 해결책을 찾아가다보니 기존의 문제와 거리가 벌어져버리는 것이다.
지구에서 로켓을 나노 밀리미터의 오차로 쏘아도 달을 지나치듯이 그렇게 오차가 생겨나는 것이다.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다면 해결책보다 문제에 주목하고 끝까지 잊지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문제 정의에 공을 들이다 보면, 문제에 더 제대로 집중 할 수 있을 것이고, 정말 의미있는 문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 더 좋은 기획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를 먹지 않는 이유가 ‘맛이 없다‘가 아니라 실은 ’게을러 보일까봐‘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멋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던 장면이 좋은 예이다.

기획이라 하면 ‘창의성’의 영역이고, 나는 스스로가 창의성이 부족하다고(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부담이었는데,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쳐라는 조언이 참 충격적이었다. 물론 내용이 아니라 형식을 훔쳐라는 것이지만, 완전히 기존에 없던 것을 찾지 않아도 좋은 기획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다른 분야에서 좋은 형식을 가져와 내 분야에 응용하는 것도 쉽지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획’이라는 말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었는데 그 밑에 이런저런 내용들을 꼬리표처럼 달 수 있게 되어서, 이런게 기획이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스스로에게 약간의 자신감을 더해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떤 위치에 있어도 기획이 필요없는 인생은 없다.
기획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이 책으로 일에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인생도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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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이훈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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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좋아하는가? 나는 예술을 잘 모르지만 사랑하는 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예술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르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도 다양해서, 예술을 감상하는 순간이 아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나는왼손피아니스트입니다 (#오늘산책 출판)을 쓴 #이훈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스스로가 얼마나 기특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 우연이 귓가에 들려온 젓가락 행진곡의 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 소리를 듣고 눈앞에 그려지는 몽당연필들의 행진이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라 어머니를 졸라 1년 만에 피아노 교습소에 등록해 파란 피아노학원 가방을 받게 된 것을 시작으로 독일, 미국 해외 유학의 기회까지 거머쥐며 박사과정을 순탄히 밟아가던 사람에게 갑자기 그의 앞날을 훔쳐 간 도둑이 갑자기 나타났다. 바로 뇌졸중.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고 대수술 후 열흘 만에 의식을 되찾은 저자는 어눌하게 뱉은 ‘안녕하세요.‘를 제외하고는 한마디의 말도, 손발도 뱉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그때의 심정이 어떨까. 악마의 손재주로 유명했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차 사고로 양손의 신경을 모두 잃어버렸을 때의 느낌이었을까. 그렇다면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세상 모든 것을 포기했음이 맞을 텐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본인도, 그리고 놀라 한걸음에 먼 길을 날아온 어머니도 다시 몸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학 생활의 은사는 한술 더 떠서 좌뇌의 60퍼센트가 사라진 제자에게 피아노를 쳐보라 제안하고 그는 제자의 엉성한 연주에 맞춰 찬송가를 부른다.

그때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연주자인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저자는 지금은 피나는 노력으로 왼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다시 한번 연주자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렇게 지난한 어둠 속을 헤맸었는데(비록 손을 고치겠다는 의지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심정은 너무나 괴로웠다.)

물론 재활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만 책 속에서 그가 들려준 과정들에서 모난 감정은 찾을 수가 없었다.
피아노를 못 치게 된 것보다 다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좌절에 빠지는 것보다는 죽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지탱해 준 것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일곱 시면 잠자리에 드시던 저자가 머물던 집주인 할머니가 그날따라 늦게까지 주무시지 않고 괜히 저자를 들여다보았다가 쓰러진 그를 발견했고, 교수의 이름을 기억해내 상황을 설명했고(재활기간 저자와 부모가 자신의 집에서 머물게 했다.) 함께 유학 생활을 한 동기, 후배학생들이 서로 보호자를 자처하며 빠른 수술을 가능하게 하였고, 한국의 가족들에게 연락하였고 어머니가 와서 그의 곁을 기도로 지켰으며(이때 유학생 후배들이 돌아가며 병원에 머물렀고 저자의 어머니를 챙겼다.)그의 첫 피아노 스승은 그에게 왼손피아니스트로, 하느님이 널 귀하게 쓰려고 하시는가보다며 다시 한번 피아노와 함께할 수 있는 삶을 손에 쥐여주었다.

더 와닿았던 것은 이런 인복은 우연이 아니었다.
다섯살때부터 엄마를 지킨다며 자기 전 문단속, 불단속을 하고 이훈 선배가 우리 처음 유학왔을 때 챙겨준거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후배들을 보며 ‘자업자득’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직하게 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인지를 깨달았다.

아쉬울 것 없을 때, 진심으로 베푸는 선이 원하지 않아도 필요한 순간에 진심으로 다시 스스로에게 베풀어지는 것을 보며 마음이 벅차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혼자 만화책 속에서 살아가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도 반드시 돌아온다는 마음으로 적어도 땅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것 같은 선행을 매일 행하는 것을 야구훈련과 동일한 중요도로 대했다지않나.

그의 왼손에서 피어나는 연주가 그래서, 두 손의 소리보다 더 변화무쌍하고 가득 찬,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되었는가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피아니스트 이훈은 이 모든 것에 감사해 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한결같다는 것은 나아간다는 뜻일 것이다. 제자리에 있으면 결국 뒤로 밀려나는 것으로 보일테니말이다. 그의 연주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도 감명받을만큼 아름다운 예술 그 자체였다.
이러니 예술을 좋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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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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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 입니다)

올해 초의 겨울과 봄을 순식간에 지나게 했던 12.3사태가, 내란은 끝나고 결국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국민들의 행동이었음을 다시한번 증명해주는 실례가 되었다.
내가 보아온 광장의 촛불은 두번이었는데 두번 모두 민주주의룰 망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이 완성한 민주주의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12.3 계엄으로 인해 타올랐던 촛불은 사뭇 양상이 달랐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점점 폭력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심지어 법원을 점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으면 화를 내는 민주주의와는 거치가 먼 모습이 보여지는 것이다. 이런 사건들을 뉴스에서 볼 때는 정치가 참 질린다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그러므로내란은끝나지않았다 (#김정인외6인 씀 #사이드웨이 출판)를 보고 계엄이 발생했던 것과 결이 같은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민주주의나 헌법수호나 거시적인 시각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힘겨루기, 자기 의견 피력의 목적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생각이들면서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나 스스로부터도 그렇고 주위에 그렇게 자기 자신, 개인의 이익을 위해 큰 목소리를 내고 막무가내로 몰아붙이는 경우들이 종종있다. 비일비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이런 마음들이 정치, 지도자에게도 이어져 같은 매커니즘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또 다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지금도 하나의 당에서도 두개의 파벌로 나누어져 자기들끼리 전쟁을 하고 있고, 여전히 주말마다 시위는 벌어지고 있다. 그래 말 그대로 내란은 정말 끝나지 않았다.

물론 하나의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고쳐나가기 위해 다시는 그런일이 생기지 않기위해 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응원해야하나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그런 의미로 진정한 타산지석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계엄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역사, 정치, 경제, 외교, 개인, 극우, 시민운동, 지역, 헌정의 다양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룹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다른 전문분야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있다. 옛날 아테네에서 아고라에 모여 지식인들이 중대사를 결정하기 위해 토론을 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작은 의미로의 민주주의가 50인의 전문가사이에서 긍정적으로 작동한 것이다. 물론 범위가 한 지역, 국가로 커지면서 참여자수가 많아져서 유권자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권한을 맡기지만 유권자들의 의견을 왜곡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을 이해하고 의원들은 항상 유권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배우고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한 목소리에 담는다는 것은 그만큼 폭넓은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분야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 이해력을 바탕으로 공감하고 옳은 방법을 도출해내려 항상 노력해야한다. 누군가와 목소리를 합칠때에도 과연 이것이 내가 생각해낸 옳은 방법을 위한 것인지 나 스스로의 안위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이러한 생각을 많은 사람들도 하는지 수십년 유배를 떠나있던 다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가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여러출판사에서 출판되었으며 널리 읽혔다. 나도 읽었던 사람 중 한명이었고, 그 책을 만들고 구매하고 읽는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읽어야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와 같은 일반 유권자들도 알면 굉장히 좋은 내용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목민심서>의 내용보다 현재 우리입장에서 실용적인 내용들이 가득하다.

유권자, 시위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 정치인 모두가 이 책을 읽으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이러한 책들도 유권자들의 목소리이다.
목소리에 귀를 잘 기울이는 것이 정치인들의 기본소양이라고 생각한다. 뉴스에서 신문에서 듣고 건설적이고 웃음이 절로나는 기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태하고 어리석지 않게 사건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이 시점에 해야할 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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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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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얼마전 짝꿍의 생일을 맞아 1박2일로 땅끝마을 쪽을 목표로 나들이를 다녀왔었다. 바다를 머금은 휴양림을 숙소로 하였더니 근처에 항이 하나있어 여기까지 온김에 볼 수 있는것은 다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비가 내리다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듯 뜨거운 해가 바다 특유의 짜고 비릿한 습한 공기를 데워 끈적하게 몸에 달라붙었지만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하늘은 절경이었다. 그렇게 귀여운 백구 가족상과, 항구 곳곳에 이정표처럼 남아있는 노란리본들은 마음먹먹한 웃음을 머금게했다. 안타깝다라는 말을 할 수 조차 없는 안타까움이 느껴져 맞잡은 두손만 꽉 쥘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래, 바로 팽목항이었다.

한글은 하나의 음에 여러가지의 한자가 대입되어 여러가지 뜻을 머금는다. #열린책들 의 두 작가가 하나의 책을 공동집필하는 #둘이서 시리즈 세번째 책 #관내여행자_되기 (#백가경 #황유지 씀)는 한글에서 ‘관’ 과 ‘통’에 대입되는 여러 의미들에 주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간다.

‘관’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자 공간/현장을 의미하고 ‘통’은 무언가를 ’담아내고‘ ’연결’하고, ’통증‘의 의미를 담아냈다.
그렇게 두글자가 합쳐진 ‘관통’은 사회와 개인의 공통된 기억으로 서로 이어지고 관계맺는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그렇게 여러장소를(도시를)함께 다니면서도 그 장소의 사회가 가진 기억, 개인이 가진 기억들에 주목하며 하나의 관내에서 두개의 글을 써낸다. 그런 도시들은 사회적으로 아픈사건을 지닌 곳이 많았다. 안산, 이태원, 광주, 서대문 같은 장소들이 그런 아픔의 예시이다. 마침 팽목항을 다녀오고 안산의 이야기를 읽으니 나 스스로도 사회적, 개인적 이야기가 연결되는 관내가 생겨나는 것이 명징하게 이해가 되었다.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장소이자, 우리 둘이 보낸 좋은 시간 속 한 장면으로 팽목항이 기억되는 것처럼, 살아가는 자들의 발아래 죽은자들의 삶이 남아 두발 디딜 곳이 되어준다는 시간을 아우르는 연결을 말하던 황유지 평론가의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어떠한 낯선 장소를 향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장, 세미나 같은 어떠한 이벤트가 있어서 가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 한번 가볼까? 하는 흥미를 느껴 여행지로 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흥미’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지역, 관내, 도시의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봐서 익숙하게 받아들여져야 조금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이름을 들어온 장소들은 그 장소에 어떤 대표적인 행사, 축제같은 도시의 대명사들이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나열했던 장소들처럼 마음아픈 비극적 사건들이 발생했었을 수도 있다. 그런 사건들이 있으면 마음이 아파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결국 그곳으로 발길을 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그 곳에 두발 단단히 딛고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한 장소에 사회가 응당 기억해야할 기억과, 그곳을 방문하거나 살아가며 각자가 걸었던 개인의 사유와 삶이라는 기억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의 일상에서 안타깝게도 그 모든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눈을 뜨면 집을 나서고 해가지면 집에 들어오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삶을 살다보면 어느것하나에도 신경을 여력이 없다. 그냥 빨리 침대에 몸을 누이고 싶은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정상’은 보편적, 일상적이라는 뜻이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 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곱씹어보고 사유하고 능동적으로 살아간다면 그것들을 기억으로 남긴다면, 자연스레 내 삶이 걸어가고 있는 그 장소, 도시, 관내가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개인적으로 장소에 기억과 애정을 가진다면 그 장소가 가진 히스토리에 저절로 관심이 가져질 것이다.
그렇게 개인과 사회의 기억은 유기적으로 얽히며 또 한번 살아진다. 그렇게 지난한 ‘관’을 지나며(‘통’) 우리는 또 살아간다.
서로의 개별의 기억을 공유하고 위로하고 안부를 물으며 두손을 잡고 말없이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렇게 나아간다.

장소와, 기억과, 더불어 살아감과 잊지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 걸어나갈 내 두발을 지지해줄 색다르고 참신한, 단단한 땅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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