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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 지워진 이름들 ㅣ 사이드미러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디아스포라. 특정 민족이 자의 또는 타의로 기존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현상 또는 그러한 집단.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떠나는 일명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미국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 국민들도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을 때 절박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고, K-POP과 드라마, 영화와 같은 문화들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저때만 하더라도 동양인들에 대한 시선이 좋지 못했다. 특히나 미국 대도시가 아닌 시골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동양인이 그곳까지 가서 자리 잡을 일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엄청나게 넓은 국가면적으로 인해 시골마을은 거의 자기들끼리 자급자족하며 평생을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았다. 머리가 검고 피부가 노랗고 몸집이 작고 자기들과는 다른 냄새가 나고, 영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무시했다.
#김준녕 작가의 #제 (#텍스티 출판)에서 그 시절 미국의 한 작은 시골마을 엔젤타운에서 이름과는 정반대의 인종차별이 발생한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악마취급을 받는다.
<제>에서는 삼대에 걸쳐 미국에서 황인종들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미국에서 부를 축적하지만 그럼에도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의 가족과, 대대로 신내림을 받아야하는 무당의 운명을 벗어나기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도망쳐온 ‘준’ 가족, 홀로 미국으로 유학올 수 밖에 없었던 ‘민경’의 이야기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 그리고 98년. 이렇게 시간이 교차된다.
‘한’과 ‘준’이 엔젤타운의 교회를 중심으로 당하는,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다른 것은 불로 태워죽이지 않았다는 것 밖에 없는 인종차별을 당한다. 물론 ‘한’은 경제력으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지만 ‘준’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선택을 강요받는 입장이 된다. 신내림을 거부해 생기는 신병으로 인해 마을의 아이들이 겁을 먹고, 한국에서 ‘준’을 찾아온 무당 할아버지에 의해 엔젤타운에서 방화와 미스테리한 일들이 발생하자 교회를 중심으로 백인들은 ‘준’의 가족을 응징한다. 그 응징에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의 가족이 앞장선다.
하지만 ‘준’을 포함한 그의 가족을 죽음으로 응징하고 나서 ‘준’의 가족들은 ‘마침내’ 평생 ‘한’과 함께하게 된다.
1998년도에서 ‘한’은 수려한 외모와 탄탄한 몸, 막대한 부와 명석한 두뇌와 능력, 자상한 성격.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보이는’성인으로 자라고, 이유도 없이(아마 동양인 여성이라서)회사에서 잘려 백수신세인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는 민경과 결혼하려한다. 모두가 민경을 부러워하지만 한번씩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비밀을 가진 ‘한’의 모습을 알고 있는 민경은 결혼을 고민하지만,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부모님을 떠올리며 결혼을 결심하고 식을 올린다.
너무나 다른 집안환경과 인물인데도 ‘한’은 왜 ‘민경’에게 집착했을까?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의문이 풀린다.
책을 덮고나면 마음이 어지럽다. 어찌해야할까 라는 생각이 온 몸 가득 차오른다. <제>는 독자들의 이런 반응을 바란 것일까?
미국에 머물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과거 이야기라고, 지금, 한국 내에서만 살고 있다고해서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우리 윗 세대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을 갔듯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해외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의 이슬람교도 대부분은 해외에서 그렇게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들이다.
우리는 해외 근로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
아마 익숙하지 않은 피부색과 특유의 냄새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곁에 다가가기 위험한 사람들로 보고있지 않은가?
엔젤타운에서 히에로니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지옥도>에서 지옥부분의 악마들을 죄다 노란색 인간으로 채운 백인들과 같은 시선은 아닌가? 우리가 피해자였다가 피의자일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다. 다문화 혐오를 종교적 오컬트와 버무려 뇌리에 강하게 남기는 작품이다. 텍스티가 현실의 측면을 비추는 ‘사이드미러’시리즈 두번째로 내보인 책이다. 사회에 팽배한 여러문제들을 인지하게 하여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멋진 기획이다.
마냥 살아지지 말고 명징하게 의문을 갖고 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