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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사는 여자
실라 월시 지음, 오현미 옮김 / 두란노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기도로 사는 여자
기도는 '꼭 무릎을 꿇고 해야만 하는 것인가?'
원제-<무릎펴고 기도하라>는 이 책은 <기도로 사는 여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출판 되었다. 어렸을때 부터 기도는 으례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것인줄 알았다. 기도를
하기전에 이런 저런 격식을 차려야 하고 웬지 경건해야 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야 하
고 부담스런 격식을 차려야 기도가 그럴듯하게 완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기도 하기에 우리에게 많은 부담을 안겨주는 허상들- 거창한 화술과 막힘없이 줄줄 나
오는 유창한 기도에 기가 질려서 기도할 엄두 조차도 못 내본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냥 친구와 대화하듯이 편하게 하나님께 얘기해
"라는 말일것 같다.
원제가 말해 주듯이 기도하면 가장 먼저 떠 올리는 단어 "무릎"이라는 말을 머리속에서
이젠 지워 버려야 할것 같다. 무릎 대신에 마음이고 방향이다. 언제 어디서나 그 분을
향해서 열린 마음과 열린 시선만 갖고 있다면 그 자리가 바로 기도가 출발하는 자리가
된다.
책을 읽으며 느낀것은 그냥 술술 스토리텔링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
다는 것이다. 기도의 딱딱한 형식을 이야기 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응답을 받으려면 꼭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명제를 쿡 박아두는 것도 아닌 저자의 아들 크리스찬이 이따끔 등장하면서
딱딱한 기도라는 소재를 부드럽게 요리해 나간다. 이것이 저자의 의도하는 바이기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책 곳곳에서 기도는 의례나 형식이 아닌 내적 혁명이고, 의무라기 보다는 삶의 한 가운데서 실천해야 할 부분임을 말하고 있다. 기도하기 힘들땐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우리가 의심이라는 질문에도 왜 아멘을 외쳐야 하는지, 하늘기쁨으로 충만한 기도는 무엇
인지를 부드럽게 안내해 준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삶을 기도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삶으로 구분해서 말하기도 한다. 그
러나 기도생활을 이분법으로 나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살다보면 때로는 기도하기
싫을 때도 있고 혹은 마음껏 아버지께 털어 놓으며 이야기 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고민하는것, 기뻐하는것,내가 감추고 싶은것 혹은 드러내고 싶은것 이 모든것이 삶이고
이것이 바로 기도이다. 기도는 그저 삶의 모든 순간들이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저자가 아들과의 경험에서 우러 나온 이야기인데, 어느날 어린아들
이 집을 나간다고 한다.저자는 허락을 하고 베낭에 담요한장과 책 몇권,핫초코를 담아
주고 아들은 베낭을 메고 정말 집을 나간다. 어린 아들이 베낭을 메고 몇십분 정도 걷
다가 어느 느티나무 아래에 베낭을 풀고 누워서 책을 잠시 읽는다. 그러다 조금 시간이
흘러서 아들 크리스찬은 다시 베낭을 메고 일어서서 둘레를 둘러본 다음 어디론가 향한
다. 그곳은 바로 집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엄마에게 하는 말 -"베낭이 무겁지만
않았다면 이번 여행은 즐거웠을 텐테요"
인생을 여행길에 비유한다면, 우리도 이처럼 갖은 무거운 짐을 지고 무겁다고 힘겨워한
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무거운 짐을 내게 다 맡기라"고 말씀 하신다. 우리가 메고 있는
무거운 베낭의 짐을 예수님께 맡기기만 한다면 우리 여행길은 한층 즐거운 여행길이 될 것이다.
이런것이 바로 기도이다. 엄마가 크리스찬을 처음부터 끝까지 미행하면서 지켜 보았듯이
하나님도 우리의 모든 여행길을 지켜 보고 계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다 지
켜 보고 있다. 그러니 힘들어 하지 말고 그 베낭을 내려 놓아라"라고...그리고 길을 가
다 혹시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예수님 품안으로 넘어지면 괜찮다. 반드시 "예수
님 품 안으로" 넘어지면 예수님이 확실히 잡아서 안아 주신다. 기도를 하다가 좌절할
때도 있지만 그럴때라도 예수님 앞으로 넘어지면 괜찮다. 반드시 예수님 품은 안전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 말을 힘주어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기
도로 고꾸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넘어지는 그 자리조차도 예수님의 무릎앞이어야 한다
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영원히 돌아가야 할
자리도 바로 그 자리라는 것을 힘써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가 아들을 키워 가면서 엄마의 마음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 관계
속에서 사랑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 기도의 원리를 발견해 내었다. 늘 품고 닦아주고
눈을 떼지 못하고 모든것을 다 주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이 바로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마음
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도엔 무릎이 필요치 않다. 기도란 딱딱한 형식이 아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스프처
럼 자연스럼 삶이 바로 기도다. 기도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딱딱하게 굳어진 이미
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의 귓가까지 전달하는 것은 무릎꿇은 자세의 모습이 아니라 기도
와 함께 전달되는 우리의 진지한 의도이다. 얌전하게 꿇은무릎,딱딱한 의자,두 손을가
지런히 모아 깍지 낀 손, 경건한 형식,긴 시간, 그럴듯해 보이는 외형, 타인이 부러워
하는 화술. 이 모든것들을 집어던진 그 자리에 바로 부담스럽지 않은 기도가 안착할 수
있다. 이제 부터는 무릎을 펴고 기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