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읍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읍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읍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접시꽃 당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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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울어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 꼭 살아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접시꽃 당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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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접시꽃 당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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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동 - 도종환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믿음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온세상이 암울한 어둠뿐일 때도

우리들은 온몸 던져 싸우거늘

희망이 있는 싸움은 진실로 행복하여라

참답게 산다는 것은

참답게 싸운다는 것

싸운다는 것은 지킨다는 것

빼앗기지 않고 되찾겠다는 것

생명과 양심과 믿음을 이야기할 때도 그러하고

정의와 자유와 진실을 이야기할 때도 그러하니

밀물처럼 달려오는 죽음의 말발굽 소리와

위압의 츱츱한 칼바람에 맞서

끝끝내 물러서지 않는 것도

우리들의 싸움이 지켜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싸우는 싸움이기 때문

그러한 이유로 우리가 살아 있고

살아 있어야 하므로

우리가 싸우는 때문

참답게 싸운다는 것이

참답게 산다는 것이기 때문

희망을 가진 싸움은 얼마나 행복하랴

앞길 전혀 보이지 않는 어둠일 때도

우리들은 암흑과 싸우거늘

빛이 보이는 싸움은 얼마나 행복하랴

새벽을 믿는 싸움은 얼마나 행복하랴.



<접시꽃 당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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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율곡이 스무 살 때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지은 <자경문>의 핵심을 정리한 것이다. 


* 뜻을 크게 갖고 성인의 삶을 따른다.


*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으니, 말을 적게 한다.


* 마음이란 살아 있는 것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정신을 한데 모으고 담담하게 그 어지러움을 살핀다. 그렇게 마음공부를 계속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하게 안정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 홀로 있을 때 헛된 마음을 품지 않는다. 모든 악은 홀로 있을 때 삼가지 않음에서 비롯되니, 마음속에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 앉아서 글만 읽는 것은 쓸데없다. 독서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일이 없으면 그만이겠지만, 일이 있을 땐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합당하게 처리한 뒤 글을 읽는다.


*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대충 편하게 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 해야 할 일은 모든 정성을 다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마음속에서부터 끊는다.


* 불의한 일을 단 한 번, 무고한 사람을 단 한 명 죽여서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누가 나에게 악을 행하면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돌아본 뒤 그를 감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 가족들이 착하고 아름답게 변화하지 않는 것음 내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나 자신을 돌아본다.


* 몸에 질병이 있거나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아니면 눕지 않는다. 비스듬히 기대지도 않는다.


*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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