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덜어주지 않는 슬픔은 없습니다 - 고은별

호명해야 할 그 누구도 곁에 없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에
슬픔은 슬픔으로만 머물진 않습니다.

시간이 덜어주지 않는 슬픔은 없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이제 나 자신을 키워야 할 시간임을 압니다.
무엇인가를 소망하는 그 사람을 위하여
그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고
그 사람이 줄 그 무엇을 받기 위하여
나는 나의 빈자리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지나간 슬픔에 
새 눈물을 흘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가슴이 절이면 절이는대로
마냥 잊혀져갈 뿐입니다.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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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알지 못합니다-고은별


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나무 판자로 된 벽 속에

도마뱀 한 마리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10년 전 처음 집을 지을 때 박은 못에 

꼬리가 박힌 채였습니다.

단 1밀리미터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집주인은 그 꽉막힌 공간 속에서

그 도마뱀이 맞이한 처절한 고독에

몸서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 또 다른 궁금증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벽 속에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 도마뱀을 열심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그 의문은 얼마 안 가 풀어졌습니다.

다른 한 마리의 도마뱀이 그 못에 박힌 도마뱀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꿈꿉니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하여

많은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대가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사람들은 말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을 알지 못합니다.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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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울었다 - 이반 투르게네프


너는 울었다.

나의 불행을 보고.


나도 울었다.

나를 슬퍼하는 너의 동정이 가슴에 사무쳐.


그러나 너는 

너 자신의 불행 때문에 운 것이 아닐까?


너는 너 자신의 불행을 

내게서 보았을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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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 나태주


1

오늘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을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 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가 줄 것인가?

만약 주워가 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가 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비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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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든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한 몸으로 두 갈래 길을 다 갈 수 없는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참 동안 서서

참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한쪽 길을 택해야만 했다.

그 길은 풀이 더 우거지고 사람들

걸은 흔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길을 걸음으로 해서 그 길도 나중에는 

다른 쪽 길과 거의 같아지겠지만 말이다.


서리 내린 나뭇잎 위에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멀리 뻗어 있었다.

아, 다른 쪽 길은 뒷날에 다시 걸어보리라! 생각했다.

길은 길에 이어져 끝이 없으므로

내가 여기 다시 돌아올 날을 의심하면서 말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할 것이다.

숲 속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노라고.

나는 다른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것으로 하여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말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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