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하지 않는다. - 로맹 롤랑


몸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지고, 달라진 행동이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인생의 나침반까지 돌려놓고 만다. 


"삶의 차이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일어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상반되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늘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 어떻게 일할 것인가> 김준희


"갈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매트릭스> 모피어스 대사


처음 물속에 들어갈 때 느끼는 차가움만 극복한다면, 수영은 재밌는 운동이다. 초보자는 물에 뜨는 킥판을 들고 25미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발차기부터 배운다. 점차 발차기에 익숙해지면, 어깨를 돌려 양팔을 앞으로 번갈아 뻗으면서 물잡기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음파음파'호흡법을 배운다. 물에 몸을 맡기는 게 겁이 나서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드들어간다.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하체가 가라앉은 채 물에 빠진 사람처럼 푸드덕댄다. 일주일에 세 번, 한 달 정도만 강습을 받으면 제법 흉내는 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물이 깊어져도 공포감이 확 몰려온다. 적어도 6개월 이상 계속 강습을 받아야 자유형과 배영, 평영, 접영까지 대충 섭렵한다. 그쯤 되면 몸에 힘이 빠지면서 물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면, 내 경험으론 말짱 도루묵이다. 미처 재미를 느낄 만한 단계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수영을 못 한다거나, 본인과 잘 안 맞는다고 고개를 젓곤 한다.


새벽 여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 한 시간 동안 물속을 허우적대다가 회사에 출근하면 힘이 쫙 빠져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져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두 달, 세 달쯤 시간이 흐르자 몸이 먼저 적응하는 거였다. 그 시간이면 눈이 번쩍 뜨였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날이 오히려 기분이며, 몸 상태가 좋았다. 


수영을 배우면서 깨달은 바가 하나 있다. 내가 해낸 운동량을 내 몸이 정확히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 쉬지 않고 50미터를 수영해 내면? 처음엔 힘들겠지만 몸은 곧 50미터에 맞는 폐활량을 기억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체력이 생긴다. 즉 내 몸이 잘 기억하고 익숙해지도록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 나가면서 꾸준히 강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깨달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었다.


걱정했던 게 무색할 만큼 5킬로미터는 뛸 만했다. 원래 해 보지도 않고 머릿속으로만 걱정할 때가 훨씬 더 두려운 법이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상한 '두 배의 법칙'이라고 했다. 나는 한 바퀴, 두 바퀴 살살 늘려갔지만, 일정한 궤도에 오르고 나면 거리를 두 배로 확 늘릴 수 있다는 거였다.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한 <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과>이라는 책에선, 왜 인간의 뇌가 그런 희망을 품는 것이 중요한지 강조한다. "로저 배니스터는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 이 위업들이 이루어지기 전에, 수 많은 사람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그 사람들은 다 실패했다. 그런데 한 번 성공의 일어나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똑같이 해냈다. 왜일까? 뇌는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그곳으로 가는 대략의 지도를 그린다. 배니스터, ... 상식을 거슬러 희망을 품어야 했다. 그들의 뇌에 목표에 이르는 지도를 그리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들의 뒤를 따른 사람들은 앞서 달성된 위업을 지도로 이용했다."


뭔가 잘 못해서 겁이 나고 두려운 사람은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만이 벗어나는 것이다.


두려움과 공포 못지않게 자만심도 큰 적.. 바다에서 하는 수영은 한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자전거를 타다가 긴장이 풀어져 주의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베테랑이라 해도 넘어져서 부상을 당하기 쉽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에는 '조명효과'라는 심리 현상이 나온다. 우리는 연극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데도 마치 스타들처럼 머리 위에 조명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쓴다는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제 그 CCTV 스위치를 꺼 버려야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일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실패 앞에서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런 실패 때문에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알랭 드 보통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물속에서 '음'하고 충분히 내쉰 다음 고개를 돌려 '파!'하고 짧게 들이마시는 거예요. 호흡법만 터득하고 나면 열 바퀴를 돌아도 끄덕없답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세수대야에 물 떠놓고 연습하세요. 


수영장에서 나와 바깥 공기를 마시는 순간이 가장 상쾌하다. 하지만 머리가 젖어 있을 때는 감기게 걸리기 딱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나는 항상 모자를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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