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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구매
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백선경 작가의 12년만의 신작, 스릴러 장편소설
「공동구매」
마치 자신만의 의식을 준비하듯 준비물을 챙기는 그녀. 주홍색 속옷세트와 레이스가 달린 하얀색 속옷세트, 바바리코트를 탁자위에 올려놓는다. 등산화와 등산양말을 반듯하게 접어 속옷 옆에 나란히 놓은 후, 초록색 하이힐에 광을 내고 살색스타킹을 접어 하이힐 속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목욕가운을 개어 바바리코트위에 올려놓은 그녀는 옷과 신발을 담아갈 가방을 고른다. 욕조에 물을 받아 거품 목욕을 한 후 바디로션과 샤워코롱을 덧바른 후, 정성들여 화장을 하는 그녀. 새벽 5시 30분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주홍색 속옷을 입고 살색 스타킹을 신은 후 등산양말과 등산화를 신는다. 하얀 속옷과 목욕가운, 하이힐은 가방에 넣은 후 바바리코트를 걸침으로서 그녀의 준비는 끝이난다. 새벽 6시 30분 드디어 집을 나선다. 그녀의 차림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화영은 도대체 어디를 가기위해 이렇듯 기이한 차림을 준비하는 것일까...?
화영과 엄마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다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간다. 정신과 의사였던 새아빠는 한동안 엄마를 무척 사랑하는 듯 보였고, 엄마 역시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자신에게 뻗어오는 검은 손, 그렇게 유린당하는 어린 화영. 어느날 갑작스럽게 사라진 엄마, 그리고 엄마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된 화영. 어린 화영에게 너무도 갑작스럽게 전해진 소식은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 주었고, 새아빠 말을 더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준다.
콜린은 큰 덩치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당제로 일을 하던 봉제공장에서 여자이지만 몸집이 좋아 힘쓰는 일을 잘 해낸 덕분에 사장의 눈에 들어 취직이 된다. 머리를 조아릴 줄 아는 그녀를 동료들은 좋아했지만 그녀의 행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평소 그녀에게 치근거리던 팀장은 둘만 남게된 상황에서 그녀를 유린하려 하고,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자 팀장은 오히려 성폭행을 당했다며 그녀에게 누명을 씌운다. 억울하게 회사에서 쫓겨난 그녀는 사장의 협박에 이사를 한 후 투명인간처럼 숨어지낸다. 그런 그녀를 찾아온 봉제공장 디자이너는 이후 그녀의 사정을 알게됐고, 그녀를 보살펴 주며 그녀의 장점을 발휘해 온라인에서 음식판매를 해볼것을 권유한다. 어렵게 '주부들의 김치' 를 오픈하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콜린은 4개월 만에 홈페이지를 폐쇄하게 되고, '주부세상만세(이하 주세만)' 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김치판매를 재개한다.
그녀의 노력으로 어마어마한 회원수를 보유하게 된 주세만은 콜린에겐 많은 이익을 안겨 주었고, 주세만 속 세상은 온라인의 특징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름도 모르는 다른 사람을 서슴없이 깍아 내렸고, 의도적으로 비방하는 소문을 넌지시 퍼뜨리는 스텝과 다른 사람들을 속여 벼룩시장에 물건들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마르고 예쁜 모습을 소유 했지만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남자에 대한 적대감이 강한 화영과, 여자라고 하기엔 큰 덩치를 자랑하며 카페 운영을 통해 자신의 실속을 차렸던 콜린. 연결점이 전혀 없을 듯 했던 두 여인. 하지만 의외의 반전이 등장했고, 이야기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왜 이책이 스릴러 장편소설로 분류가 되었는지 책이 거의 끝나갈 즈음 알게 되었다. 공동구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었던 생각지도 못한 그것....
알듯 말듯 꼼꼼하게 진행되는 초반부에 비해 엔딩이 다소 흐지부지 끝난 듯 느껴졌다. 자신의 죄를 늬우칠 듯 하면서도 오락가락 정신없이 자기변명만 늘어놓는 아버지의 말은 어떤것이 사실이고 어떤것이 거짓인지 알 수 없었으며, 아버지의 대사를 읽는 내내 짜증스러웠다. 행복한 결말을 바란건 아니었지만 급작스럽게 끝나버린 이야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